이 글은 줄거리 요약보다 드라마를 보신 분들께 지난 줄거리와 원작 소설을 기준으로 좀 더 상세한 맥락을 알려드리는 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물론 스포일러입니다.
1.
미린(머린)이 점령되는 경위는 소설과 드라마가 비슷하기도 하고 좀 다르기도 하다.
소설에서 윤카이(융카이)는 전투가 벌어지기 전에 항복한다. 융카이가 고용했던 용병부대들이 대너리스에게로 넘어가면서 전투를 할 의지가 없어졌던 것이다.
소설에서 대너리스는 미린을 공략하기 위해 타고 온 배들을 뜯어내어 공성을 위한 기구들로 사용하는 한편, 스무 명 정도의 특공대를 하수도를 통해 잠입시켜 노예들의 사슬을 끊는다. 이 특공대는 조라 모몬트(모르몬트)와 바리스탄이 이끌었다.
미린을 점령한 대너리스는 미린의 귀족들을 모은 다음 십자가에 달린 어린 노예들의 수인 167명의 리더들을 정해서 내어 주면 나머지는 사면하겠다고 말한다. 그렇게 뽑혀진 귀족들은 광장 주변에 말뚝를 세워 못박는다. 정의롭지만 잔인한 처사이기도 하고, 미린의 귀족들에게 더 큰 원한을 심어 주는 조치이기도 했다.
대너리스는 앞으로 통치가 정복보다 어려운 일임을 배우게 될 것이다.
2.
내 생각에, 제이미 라니스터가 가장 제이미다웠던 것은 킹스랜딩을 향해 떠났다가 되돌아가 브리엔느를 구해낼 때였다. 드라마에서의 제이미는 킹스랜딩으로 귀환한 다음에는 세르세이 앞에서도, 티리온 앞에서도, 브론 앞에서도, 브리엔느 앞에서도 쩔쩔 매는 느낌이다.
몇 번 얘기했지만 소설에서는 티리온이 감옥에 갇힌 이후에 제이미가 킹스랜딩에 도착한다. 그가 먼저 해야 했던 일은 브리엔느와 꽃의 기사 로라스 티렐을 대면시키는 일이었다. 로라스는 렌리가 살해되자 광분에 사로잡혀 렌리의 킹스가드 중 두 명을 처형한다. 그 중 한 명은 브리엔느가 탈출하는 것을 용인했기 때문에 처벌받는다. 로라스는 브리엔느가 렌리를 죽인 범인이라고 믿은 것이다.
제이미는 브리엔느가 목격한 사실을 로라스 앞에서 말하도록 하고 그녀의 무죄를 로라스에게 설득시킨다. 로라스가 무고한 기사들을 죽인 일에 죄책감을 느끼자, 제이미는 그를 위로하기 위해 거짓말을 한다. 나라도 똑같은 행동을 했을 거라고. 무모하고 충동적으로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빠른 머리회전으로 상황을 판단하여 적합한 행동으로 옮기는 것,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 있어 자신을 건드리는 사람에게는 거칠게 되갚아주지만 거친 겉모습 안에 부드러운 친절함이 있다는 것이 내가 생각하는 제이미의 매력이다. 그리고 티리온과 비슷한 점이기도 하다.
4화의 부제는 맹세를 지키는 자, 영어로는 오스키퍼 oathkeeper이고, 제이미가 브리엔느에게 선물하는 칼의 이름이다. 킹슬레이어(왕시해자)라는 호칭은 왕을 보호한다는 가장 신성한 서약을 깨뜨린 불명예를 뜻한다. 사람들이 제이미를 킹슬레이어라고 부르는 것은 넌 명예를 모르는 놈이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제이미의 삶의 목적은 이제까지는 세르세이와의 사랑 밖에 없었다. 그가 킹스가드(근위기사)가 되려 했던 것도 로버트 왕을 호위한다는 명분 아래 세르세이 옆에 머물기 위해서였다. 그는 자신이 미워하는 왕의 조롱을 받으며 바리스탄 셀미의 지휘를 받는 호위기사 역할만 해 왔었지만, 이제는 킹스가드의 대장으로서 책임을 가진 리더가 되었다. 킹스가드의 행적을 기록한 화이트 북의 여백을 보며 그는 그 안에 어떤 내용을 채워넣을지가 스스로의 선택에 달려 있다는 것을 느낀다. 그가 브리엔느를 불러 오스키퍼를 맡기는 것은 그 다음에 일어나는 일이다. 제이미의 가치 기준이 달라지면서 세르세이와의 관계가 멀어져 가는 것은 자연스럽다.
원작 소설은 여러 등장인물들이 번갈아 가면서 한 챕터 씩 맡아 1인칭 시점의 주인공이 되는 방식으로 쓰여져 있다. 그래서 새로운 책이 출간될 때마다 누가 새로운 화자(이야기하는 사람)가 될 지가 독자들 간의 토론 주제가 되기도 한다.
드라마의 시즌 3, 4에 해당하는 소설 3권에서 새로운 화자로 등장한 것은 제이미와 다보스, 샘웰이었다. 4권에서는 브리엔느와 세르세이가 새로운 화자로 등장한다. 왕좌의 게임은 누가 죽게 될 지도 예상하기 힘들지만, 어떤 조연이 주인공급으로 올라서게 될 지도 예상하기가 힘들다.
3.
책에서 가장 분량이 많은 사람이 누구일까? 페이지 수까지는 세어보지 못했지만 주인공으로 나오는 챕터의 수만으로 따지면, 1위는 티리온 라니스터이다.
이 조그만 인간은 조그맣지 않다. 하지만 지금은 최악의 상황을 겪고 있다.
제이미의 키워드가 명예, 테온의 키워드가 정체성, 존과 대너리스의 키워드가 리더쉽이라면, 내가 생각하는 티리온의 키워드는 사랑이다. 그에 대해서는 다음에 자세히.
"난 단지 장벽 꼭대기에 올라가서 세상 너머로 오줌을 누고 싶을 뿐이야."
이야기 초기, 장벽을 방문하던 때인 것 같다. 한가롭고 좋았던 시절.
4.
티리온이 캐틀린의 포로가 되어 이어리(에이레)에서 죽을 위기를 맞게 되었던 것은 브랜을 해치려했다는 혐의 때문이었다. 캐틀린이 그렇게 믿었던 것은 브랜을 해치려고 했던 암살자가 사용했던 발리리안의 강철로 만든 단도가 티리온의 것이었다고 리틀핑거가 거짓말을 했기 때문이었다. 사실 그 단도는 로버트 왕의 것이었다.
조프리가 타이윈에게 검을 선물 받고 티리온이 선물한 책을 베어 버렸을 때, 조프리는 '발리리아의 강철로 만든 칼이라면 나도 좀 알아' 라고 말한다. 티리온은 이 말을 단서로 조프리에게 우회적인 질문을 해서 조프리가 아버지의 칼을 훔쳐 내서 브랜을 해치려고 한 범인임을 알게 된다.
신경쓰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작은 수수께끼 하나가 풀린 셈이다.
5.
리틀핑거도 이름과 다르게 조그맣지 않다. 그는 거짓말 하나로 스타크 가문과 라니스터 가문 사이에 전쟁을 일으켰고, 결정적인 순간에 배신을 통해 에다드의 몰락을 가져왔으며, 티렐 가문과 라니스터 가문의 연합을 이끌어 내어 전세를 뒤바꿨다.
그는 그 공로로 하렌할의 성주가 되지만, 하렌할은 항상 그 주인에게 불운을 가져다 주는 성으로 악명이 높았다. 튤리 가문에 충성해 왔던 리버룬과 라니스터 가문의 강력한 동맹이 된 트윈스 사이에서 리틀핑거가 큰 세력을 펼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사람들은 별 볼 일 없는 지위의 사람이 큰 성의 영주가 되었으니 그가 만족할 것이라고 예상하지만, 그의 야심은 그 정도에 그치지 않는다.
6.
조프리를 죽인 범인은 리틀핑거가 설명한대로 그와 올레나 티렐이 공범이었다.
올레나 티렐은 드라마에서 언급되듯이 타가리옌(타르가르옌) 왕가와 결혼할 예정이었으나 스스로의 의지로 그것을 벗어났다. 만약 타가리옌 왕가와 결혼했다면 그녀도 아마 죽음을 피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그녀는 스스로 미치광이 왕자와 결혼하는 것을 거부했듯이 그녀의 손녀도 그런 운명을 맞는 것을 두고 볼 수가 없었다.
조프리의 결혼식 때 올레나 티렐은 티리온 부부에게 다가와 대화를 나누는데, 티리온은 올레나의 남편이었던 루터가 사냥을 하다가 절벽에서 떨어져 죽은 것이 과연 사고였을까 의심한다. (부인 때문에 짜증이 나서 삶에 염증을 느낀 것이 아닌가? ㅋㅋ) 올레나는 티리온을 짜증나게 만든 다음, 산사의 머리장식(드라마에서는 목걸이)의 위치를 바로잡아 주는 데 그 때 진주알처럼 보이는 독약을 빼낸 것이다. (그냥 몰래 가져간 독약을 사용해도 되었을텐데 왜 그렇게 복잡한 절차를 밟았는지는 의문이다.)
올레나는 남편은 좋은 사람이었지만 똑똑하지는 않았고, 아들(현재 티렐가의 영주)은 키우면서 더 매질을 해야 했었다고 후회한다. 앞으로 티렐 가의 운명은 어떻게 될 지도 궁금한 사항 중 하나다.
조프리를 살해한 동기는 이해가 가지만, 티리온에게 혐의를 뒤집어씌운 것은 합당치 않은 일이었다. 특히 리틀핑거는 산사를 과부로 만들어 자유롭게 만든다는 동기까지 겸해서 티리온에게 혐의가 가게끔 일을 꾸미는데, 결혼식 행사로 난장이들의 쇼를 준비하도록 조프리를 부추긴 것도 리틀핑거였다. 이 행사는 티리온을 모욕하는 데 목적이 있었고, 머리가 너무 좋아 순순히 당하고 있지만 않을 티리온과 조프리 사이에 마찰이 심해질 건 뻔한 일이었다.
7.
나이츠워치(Night's Watch, 야경대)는 지오르 모몬트(모르몬트)의 죽음 이후 아직 리더가 정해지지 않았다. 나이츠워치의 대장은 대원들의 투표로 선출되는데, 새로운 대장이 선출되기 전까지 무술 교관이었던 알리서와 에다드를 처형하는 데 참여했던 자노스 슬린트가 편이 되어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알리서는 신참들을 가르치면서 엄격하고 무자비했는데, 존은 윈터펠에서 배운 실력을 통해 훈련생들 사이에서 수평적인 리더쉽을 발휘하면서 자연스럽게 리더가 되었다. 특히 뚱보 샘웰을 알리서의 혹독한 대우로부터 보호하면서 마찰을 빚었었다. 그 때부터 알리서와 존은 적대 관계다.
볼튼의 수하이면서 제이미의 손을 잘랐던 바르고 호트가 로크라는 가명으로 깜짝 출현을 한다. 소설 속에서는 없는 설정이라 향후 전개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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