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밀린 진도 따라잡을 겸 두 화의 리뷰를 함께 쓰고자 합니다.
이 글은 줄거리 요약보다 드라마를 보신 분들께 지난 줄거리와 원작 소설을 기준으로 좀 더 상세한 맥락을 알려드리는 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물론 스포일러입니다.
1.
브라보스는 커다란 석호 안에 백 개의 섬들로 이루어진 도시이다. 석호와 바다를 잇는 입구에는 타이탄의 동상이 서 있는데, 이 거대한 동상은 브라보스의 랜드마크이자 세계의 불가사의 중 하나이며 동상의 하반신은 내부가 요새처럼 만들어져 있어 브라보스를 바다로부터 오는 적으로부터 보호하고 있다.
브라보스는 7왕국이 있는 웨스테로스 대륙과 좁은 해협을 사이에 두고 떨어져 있는 에소스 대륙의 서북쪽 끝에 위치하고 있는데, 지리적 특성 뿐 아니라 종교에 관용적이고 정치는 민주적이며 연극과 상업이 발달해 있고 해군력이 강하다는 등 여러 면에서 중세의 베네치아를 모델로 하고 있다.
목욕탕에 있는 흑인은 다보스가 밀수를 하던 시절부터 오랜 친구였던 해적 살라도르 산이다. 그는 독자적인 함대를 갖고 있는데, 소설 속에서는 항상 스타니스에게 약속한 돈을 못받고 있음을 불평하고 있다.
2.
테온은 램지에게 잡혀 있던 여자 한 명과 함께 윈터펠을 탈출하는 데 성공한 적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램지의 사냥놀이를 위해 계획된 일이었다. 여자는 죽고 테온은 고초를 당한다.
이런 일을 계속 겪다 보면 모든 자존심을 버리고 구린내로서 살고자 하는 것도 이해할 만한 일이다.
하지만 소설 속에서 야라(소설 속 이름은 아샤인데, 브랜과 릭콘을 돕는 오샤와 발음이 비슷하여 드라마에서는 야라라는 이름을 쓰게 되었다고 한다)가 윈터펠을 기습하는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3.
6화의 하일라이트는 물론 티리온의 재판 장면일 것이다.
드라마의 장면들은 소설 속 장면과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 소설이 좀 더 상세하긴 한데, 세르세이는 정직한 사람들이 사실을 증언하게 하고 자기의 수하들을 통해 그 사실을 부풀리는 거짓말을 하게 하는 방식으로 티리온을 궁지로 몬다. 예를 들어 발론이라는 기사가 킹스랜딩에서 일어났던 폭동 당시 티리온이 조프리에게 험한 말을 했다고 증언하면, 머린 트랜트를 통해 티리온이 조프리를 때려눕히고 발로 찼다고 거짓 증언을 하는 식이다.
사실과 거짓을 섞거나 사실의 일부분만 이야기하는 방식으로 왜곡된 증언들이 반복되는 동안 재판을 참관하는 군중은 무고하고 어린 왕을 죽인 사악한 난장이 괴물의 유죄를 확신하게 된다. 이런 재판이 며칠 동안 이어지고 마지막 클라이막스를 샤에가 장식하게 되니 티리온의 멘탈도 한계에 이를 수밖에 없다.
티윈은 티리온이 발언할 기회를 제한하는데, 아마 조프리의 면모들이 적나라하게 드러나 왕가의 권위가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 아니었을까 한다.
하지만, 자백을 한다면 나이트워츠(야경대)에 보내주겠다는 것은 제이미와의 거래 없이 타이윈(티윈)이 결정한 일이다. 왕을 살해한 죄에 대해서는 관대한 처벌이고 자백을 하지 않더라도 유죄로 판결날 상황이었으니 타이윈으로서는 아들이라는 사정을 봐 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4.
브론과 티리온이 나누는 대화도 거의 소설 속의 대화와 비슷하다.
브론이 결혼하게 된 롤리스 스토크워스는 킹스랜딩 주변의 작은 영지를 가진 스토크워스 가문의 뚱뚱하고 둔한 둘째딸이다. 2권에서 스토크워스 가문의 여주인은 핸드가 된 티리온에게 자기 딸 롤리스와의 결혼을 제안하며 귀찮게 한다. 라니스터 가문과의 결혼을 꿈꿀 만한 지위가 아니었지만 티리온이 난쟁이니까 격이 맞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킹스랜딩에서 일어난 폭동의 와중에 롤리스는 수십 명의 남자들에게 겁탈을 당하고 아이를 갖게 된다.
폭동 속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롤리스.
산사는 산도르가 구해내지만 롤리스에게는 구해 줄 기사가 없었다.
롤리스에게는 언니가 있기 때문에 브론이 롤리스와 결혼한다고 해서 영주가 되지는 못한다. 하지만 어머니가 죽기 전에 언니가 먼저 죽는다면 상속권은 롤리스의 것이 되고 그녀의 남편인 브론은 용병의 신분을 벗어나 새로운 귀족 가문의 시조가 될 수 있다.
티리온의 요청을 거절한 브론에 대해 실망하는 분들에게 작은 스포일러를 말하자면, 브론은 롤리스가 낳는 자기의 의붓자식에게 티리온이라는 이름을 붙여준다. 당연히 세르세이의 눈 밖에 날 행동이다. 브론이 이익에 움직이는 사내라고 하지만 셈 하나하나를 따지는 수전노 같은 사내는 아니다.
브론이 그레고르 클레게인(그레거 클리게인)과의 대결을 상상하며 말하는 장면을 보면, 그가 그레고르를 이길 가능성은 많지 않아 보인다. 빙빙 돌면서 그레고르가 지쳐 쓰러질 때까지 기다린다는 것인데, 그 중간에 한 번만 발을 잘못 디뎌도 자기는 죽은 목숨이라는 것이다.
그런 위험을 무릅쓰고 이긴다고 해서 보상은 부드럽고 따뜻한 스토크워스를 잃는 일 뿐이니, 그로서는 거의 필연적인 결정이다.
5.
핫파이의 깜짝 등장. 반가왔다.
6.
그레거 클리게인(그레고르 클레게인, 클레가네)은 산도르의 형이다. 산도르에 대해 따로 쓴 글에서 클레게인 가문의 역사에 대해 쓴 적이 있다.
그레거 클리게인은 타이윈의 주요 대장이다. 타가리옌 왕조 몰락 시에도 타이윈 군의 선봉에 서서 킹스랜딩에 들어갔고, 롭이 이끄는 북부군이나 튤리 가문의 군대와의 전투에서도 선봉에 선다. 리버룬 지역을 약탈하면서 아리아를 붙잡아 하렌할로 데려가는 것도 그의 군대이다.
어린 산도르에게 저지른 짓, 시즌 1의 마상창시합 대회에서 분노에 사로잡혀 로라스 티렐을 죽이려 한 일, 리버룬 지역에서 저지르는 끔찍한 악행들, 킹스랜딩에 난입하여 타가리옌 가문의 여자와 아이들을 잔인하게 죽인 일 등은 그를 끔찍한 괴물로 여겨지게 하기에 충분하다.
그는 큰 덩치 때문에 마운틴(Mountain, 산)이라고도 불리우고, 무력으로는 웨스테로스 대륙 전체를 통해 당할 자가 거의 없다. 깃발없는 형제단을 이끄는 베릭 돈다리온도 그레거에게 이미 여러 번 죽는 경험을 겪었다. 산도르에게도 한 번 죽었으니 베릭은 클리게인 가문이라면 치가 떨릴 것이다.
7.
오버린(오베린)이 티리온의 챔피온이 되어 주겠다고 말하는 장면, 좋았다.
소설 속에서 오버린은 티리온과 여러 차례 대화를 나누는데, 그때 나온 대사들을 잘 모아서 극적인 효과를 잘 살린 것 같다. 대사의 흐름도 좋고 연기도 훌륭하다. 눈물이 맺힌 티리온 라니스터의 표정과 오버린 왕자의 대사 간의 어울림이 좋았다.
티리온을 살리는 쪽의 정의보다는 그레거를 죽이는 쪽의 정의에 더 관심이 많아 보이긴 하나, 그레거를 죽이는 일은 그와 돈(도르네)이 생각하고 있는 여러 계획의 첫걸음일 뿐이다.
8.
아리아가 죽이는 무법자는 로지라는 이름인데, 요렌이 창살 안에 가두어 야경대로 끌고 가던 세 명의 죄수들 중 한 명이다. 다른 두 사람 중 한 명은 물론 자켄이고, 또 한 사람은 바이터 biter라고, 사람을 무는 버릇으로 악명이 높은 녀석이다. 아마 산도르를 문 녀석이 이 녀석인 것 같다.
이들은 아리아의 눈 앞에서는 수레 안에 갇혀 있었을 뿐, 딱히 악행을 저지르지 않았으니 살생부에 올라 있을 필요도 없었다.
풀려 난 이후 자켄을 제외한 두 사람은 무법자가 되어 꽤 끔찍한 악행들을 저지르며 돌아다니다가 나중에 아리아가 아니라 다른 주인공들에 의해 죽음을 당한다.
9.
대너리스를 위해 좀 변명을 하자면, 융카이(윤카이)의 모든 노예소유자들을 처형한다면 꽤 대학살이 될 터인데, 소설 속에서는 그런 명령을 내리지 않았다.
오히려 조라라면 그런 조언을 할 법도 하다. 소설 속의 조라는 항상 대너리스의 개인적 이익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조언만 하고 공공의 복지나 정의에는 크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
하지만, 드라마 속의 조라가 보기에 더 마음이 흐뭇하다.
10.
상처를 입고 갑옷도 벗고 돌아 앉은 산도르. 짠하다.
산도르가 물리기 전에 부상을 입은 남자와 주고 받는 장면도 인상적이다. 상처는 나을 수 없고 죽음이 정해졌지만 고통을 받으면서도 스스로 끝을 내지 못하는 남자. 그는 그 이유가 습관이라고 말한다.
무엇이든 아무 것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그의 말에 아리아는 아무 것도 없는 것은 선도 악도 아니고 단지 아무 것도 없는 것이라고 말한다. 아마 아리아는 왕좌의 게임에서 가장 철학적인 캐릭터 중의 하나일 것이다.
남자는 공정한 거래를 하기 위해 힘쓰며 살아왔지만 공정하지 않은 운명에 습격을 당했다. 산도르는 그의 최후를 도와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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