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줄거리 요약보다 드라마를 보신 분들께 지난 줄거리와 원작 소설을 기준으로 좀 더 상세한 맥락을 알려드리는 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물론 스포일러입니다. 


이번화는 원작 소설과의 차이가 유난히 많았다. 

시즌4가 원작소설의 어디까지를 다룰 것인지가 궁금했었는데, 편들의 제목을 보니 소설 3부의 끝부분까지 다룰 모양이다. 시즌3는 1,2부에 비해 분량이 많았던 3부의 앞부분 3분지 2 정도를 다루었는데, 나머지 분량으로 한 시즌을 만들려고 하니 유난히 각색된 부분이 많아지는 것 같다. 

1.

소설에 나온 장면은 산사가 리틀핑거와 합류하게 되는 장면 정도이다. 

광대 돈토스와 산사의 관계의 이력에 대해서는 앞서 말한 바가 있다. 리틀핑거(페티르 바엘리쉬, 베일리쉬)는 돈토스가 산사에게 거짓말을 했고, 돈을 위해 일을 한 것이며, 자신이 말했듯이 킹스랜딩의 모든 사람은 거짓말장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것은 반쯤 맞는 말이다. 

소설 속에서 산사는 자신을 이끌고 가는 돈토스가 자기 가문의 문양이 그려진 복장을 광대 옷 아래 받쳐 입고 있는 것을 본다. 조프리는 돈토스가 광대 복장이 아닌 귀족 옷을 입고 있다가 발각되면 즉시 처형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었다. 산사가 묻자 돈토스는 이 일을 위해서 기사가 되고 싶었다고 대답한다. 그가 산사에게 모든 것을 정직하게 이야기했던 것도 아니고, 일의 댓가로 보수를 받기로 했던 것도 사실이지만, 산사를 구해내겠다는 그의 약속을 어긴 것은 아니었다. 

리틀핑거는 돈토스를 폄훼하지만, 그것은 산사 앞에서 자기를 정당화하기 위해서이다. 회색빛의 사실을 두고 사람들은 자기에게 유리한 이야기들을 만들어낸다. 

어쨌든, 리틀핑거로서는 당연히 술에 취해 언제 비밀을 누설할 지 모르는 돈토스를 제거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돈토스는 어쩌면 그것을 어렴풋이 알고 있었을지 모르지만, 소녀를 구하는 광대의 역할을 포기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돈토스는 가즈우드 숲에서 산사를 몰래 만나던 때, 광대 플로리안이 처녀 존퀼을 구해내는 유명한 노래의 주인공에 자신을 비유하곤 했었다. 소설 속에서 리틀핑거가 산사에게 가르치는 교훈은, 인생은 노래가 아니라는 것이었다. 이 교훈에는 스타크 가문의 가언(winter is coming)과도 통하는 건전함이 있다. 

그는 계속해서 산사를 가르친다. 아무도 자신이 조프리를 해친 범인이라고 의심하지 않을 것이며, '왕좌의 게임'에서 승리하기 위한 술책 중 한 가지는 아무 목적도 없고 심지어 자신에게 해가 될 것처럼 보이는 일을 행하여 적들을 혼란시키는 것이라는 것이 그의 두 번째 교훈이다.

리틀핑거는 자신이 사랑했으나 모든 것이 밀리는 남자 앞에서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여자의 딸을 곁에 두고서, 앞으로 계속 이론과 실습을 병행한 교육을 시킬 것이다. 

산사의 좋았던 시절

2.

나머지 부분은 소설에 나오지 않는 장면들이다. 어떤 장면들은 있을 법하고, 어떤 장면들은 좀 실망스럽다. 

산도르가 도둑질하는 장면은 소설에 나오지 않는다. 어느 마을에서 일을 거들어주고 산적들에 대해 보디가드 역할을 하겠다고 제안하지만, 산도르가 블랙워터만의 전투에서 용기를 잃어버렸다는 소문을 이유로 거절당한다. 

아리아와 산도르 두 사람은 허무한 영혼의 동반자이다. 

피의 결혼식 다음에 등장하는 아리아 챕터의 첫 문장은 이렇다. "She could feel the hole inside her every morning when she woke. 그녀는 매일 아침 잠에서 깰 때마다 자기 안에 나 있는 구멍을 느낄 수 있었다." 

산도르의 내면은 표현되지 않지만, 그는 처음부터 가진 것이 별로 없었고, 재산은 깃발없는 형제단에게 모두 빼앗겼고, 아리아로 한 몫 잡고 여차하면 일자리까지 얻어보려고 했던 희망도 날라가 버렸다. 그에게는 자기 얼굴에 화상을 남긴 형(그레고르 클레게인, 마운틴, 산)에게 복수하고 싶은 욕구 외에는 다른 뚜렷한 동기가 없다. 에이레(이어리)에 있는 아리아 이모인 리사에게 아리아를 판다는 계획을 말하지만, 아리아는 산도르가 이제 자기를 감시할 열의도 없다는 걸 알게 된다. 하지만 딱히 갈 곳도 없기 때문에 아리아는 산도르를 떠나지 않는다. 

이런 소설 속의 분위기와 비교를 하자면, 3화에 나오는 에피소드는 글쎄.. 산도르가 악당일지는 몰라도 이번 일은 너무 추잡스럽다. 

3. 

조프리 옆에서 서세이(세르세이,케르세이)와 제이미가 만나는 장면은 소설 속에도 나온다. 하지만, 그건 제이미가 킹스랜딩에 도착한 직후다. 제이미로서는 사지에서 돌아와 다시는 못 볼 지도 몰랐던 서세이를 만난 것이니 두 사람이 관계를 갖는 장면이 좀 더 설득력이 있다. 

소설 속에서 제이미는 조프리의 죽음에 대해 특별한 감정이 생기지 않음을 자각한다. 제이미에게 있어 조프리는 서세이와의 사랑의 부산물이었을 뿐이다. 사실, 서세이를 빼고는 조프리의 죽음을 슬퍼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타이윈이 조프리의 동생 토멘과 주고 받는 문답은 좋았다. 

4. 

티리온은 포드릭을 그렇게 보내지 않았다. 포드릭은 브론을 데려오지만, 브론이 해 줄 수 있는 일은 증언이 아니라 티리온을 대신해 유무죄를 판단하는 결투에 나서 주는 것이다. 브론은 에이레에서 결투를 통해 리사의 기사를 죽이고 티리온을 살려 내었지만, 이번에는 거절한다. 그레고르 클레게인(산)과의 결투는 너무 위험 부담이 크고, 이미 서세이로부터 보상을 받은 터라 그런 위험을 무릅쓸 동기가 없다.  

티리온은 브론과의 대화 끝에 납득한다. 그래도 브론은 티리온에게 불리한 거짓 증언도 하지 않았고, 감옥을 나가기 전에 뒤돌아서 앞으로 어떻게 할 거냐고 물어보기까지 한다. 그 정도 관심이면 브론 같은 사내에겐 따뜻한 호의라고 봐야 한다. 

티리온은 그레고르 클레게인을 직접 결투에서 물리칠 거라고, 그러면 노래로 불리워질 위업이 아니겠냐고 대답한다. 브론은 그 노래를 듣기 원한다고 하고 나간다. 

포드릭이 옆에서 티리온에게 미안하다고 하자, 티리온은 왜 네가 미안하냐고, 브론이 오만하고 속이 시커먼 악당인 건 원래 알고 있었고, 내가 그를 좋아했던 점이 그거라고 말한다. 


브론, 매력남

"얘기해 봐, 브론. 내가 아이를, 아직 엄마 가슴에 매달려 있는 무고한 어린 여자아이를 죽이라고 말한다면, 자네는 할 건가? 묻지도 않고?" "묻지도 않고? 아뇨. 난 얼마를 줄 건지 물어볼 겁니다." (책 2부에 나오는 문답)

5.

야인들이 마을을 습격하는 장면은 원작 소설에 안나오지만 있을 법한 장면이고 인상적이었다. 저런 일을 막기 위해 나이트워치(야경대)가 있는 것. 

이그리트, 박력 있다. 

6. 

스타니스는 드라마 속에서 너무 찌질하게 그려지는 듯. 조프리가 죽었다니까 피가 있었으면 하고 아까와 하는 모습이 보기에 안습이다.

다보스는 시린(쉬린)과의 대화 속에서 힌트를 얻는데, 시즌3에 나왔던 장면을 답습하는 것 같아 아쉽다. 시즌 3에서 다보스는 그 때 얻은 힌트를 갖고 스타니스와 멜리산드레를 대면했었고, 덕분에 왕명을 어기고도 목숨을 건졌다. 그러면 그 때 결정된 일을 실행에 옮기는 것이 자연스러운 흐름인데, 앞에 말했듯이 느린 템포로 나아가다 보니까 사족의 장면을 끼워넣게 된 것이 아닌가 싶다. 

그렇지만, 다보스와 시린의 대화 자체는 좋았다. 특히 정의를 앞세우는 사람들이 밀수꾼과 해적을 구분 못하더라는 대사. 정의의 여신이 안대로 눈을 가리고 있는 이유가 그런 것이 아닐까? 

아리아의 친구 자켄의 고향 브라보스는 점점 더 비중이 커진다. 이 도시는 중세의 베네치아를 모델로 했다고 보면 될 것이다. 

7. 

미린(머린) 정복에 나선 대너리스. 

다른 사람들이 나선다고 할 때는 다 만류하다가 다리오 나하리스가 나선다고 하니까 한 마디로 승인하는 장면은 극작가의 각색 솜씨가 빛났다. 다리오를 대할 때의 대너리스의 표정은 뭐라고 형용할 수가 없다. 

그리고 그녀가 고대 발리리아어로 연설하는 걸 들을 때면 살짝 소름이 끼치는 느낌이 난다. 

새로운 언어를 만들어내다니 제작팀도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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