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줄거리 요약보다 드라마를 보신 분들께 지난 줄거리와 원작 소설을 기준으로 좀 더 상세한 맥락을 알려드리는 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물론 스포일러입니다. 


1. 

만스 레이더(맨스 레이더)는 야인(와일들링)들의 아이였지만 야경대(나이트워치)에 의해 키워졌다. 그는 야경대의 대장을 호위하며 윈터펠에 가서 어린 롭과 존 스노우를 만난 적도 있다고 한다. 

그는 야경대로 일하면서 순찰 중에 부상을 당하고 와일들링 여자의 치료를 받았다. 그 여자는 망가진 만스의 망토를 고치면서 붉은 색 비단천으로 기워 줬다. 그 천은 그녀의 할머니가 야인들의 땅 해안가까지 밀려온 난파한 무역선의 화물에서 얻은 것으로 그녀가 가진 가장 귀한 재산이었다. 야경대로 복귀한 만스에게 그의 상관은 새로운 망토를 주면서, 야경대원에게 허용된 옷의 색깔은 검은색 뿐이라고, 원래의 망토는 불태우는 것이 낫다고 말한다. 만스 레이더는 망토의 색깔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곳에서 살겠다고 결정하고 다음날 아침 야경대를 떠난다.  

야인들은 장벽 남쪽의 주민들을 kneeler, 닐러, 즉 무릎을 꿇는 자라고 부른다. 야인들은 스스로를 자유로운 사람들이며, 남쪽의 사람들은 구속된 사람들이라고 여긴다. 윗사람에게 충성하는 것이 남쪽 사람들에게는 명예로 여겨지지만, 야인들은 굴종으로 여긴다. 야인들은 자유롭지만 문명다운 문명을 갖지 못하며, 정치적으로도 분열되어 있어 항상 부족 간의 다툼이 끊이지 않는다. 

만스가 수많은 야인 부족들을 자신의 휘하에 끌어 모은 것은 탁월한 업적이었다. 그는 지도권을 놓고 다투던 다섯 명 중 셋을 죽이고 나머지 둘, 즉 토르문드와 텐족의 수장 스티르를 굴복시켰다. 하지만 그는 일반적인 의미의 왕이 아니며 권위를 존중받는 리더에 가깝다. 

야경대원의 서약. 

"밤이 깊어지고, 이제 나의 경비는 시작되니, 죽는 날까지 그치지 않으리라. 나는 아내를 얻지 않을 것이며, 아이의 아버지가 되지 않을 것이며, 왕관을 쓰지 않을 것이며, 어떤 영예도 갖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내 맡은 자리에서 살 것이고 죽을 것이다. 나는 장벽의 경비자이고, 추위에 맞서 타는 불이며, 새벽을 불러오는 빛이고, 잠자는 자들을 깨우는 뿔피리이고, 인류의 왕국을 지키는 방패이다. 나는 오늘밤과 앞으로 올 모든 밤 동안 내 삶과 명예를 야경대에 바친다." 

2.

드라마에는 등장하지 않지만 만스에게는 만삭의 아내가 있다. 존 스노우는 만스 레이더가 스타니스 군대와 싸우는 동안 난데 없이 출산을 시작한 그 아내를 돌봐야 했다. 전투 중에 아이가 태어나고 산모는 죽는다. 

존 스노우의 상황은 소설과 드라마가 비슷하지만 소설 쪽이 더 암울하다. 드라마에서와 달리 존은 자의가 아니라 타의에 의해서 만스에게 보내진다. 드라마에서와 달리 부상도 당하지 않았고 존과의 사이도 더 나쁜 알리서는 자노스 슬린트와 한 편이 되어 며칠동안 계속 되던 전투 중간에 살기 위해 상관을 살해한 배신자의 혐의를 존에게 씌워 감옥에 가둔다. 그들은 존의 평판 때문에 처형까지는 어렵다고 판단되자, 만스에게 접근하여 암살하는 임무를 존에게 맡긴다. 임무에 성공하든 실패하든 죽을 것이고 돌아온다면 임무를 다하지 않았다는 명목으로 처형할 수도 있다는 계산이다. 

존으로서는 어떤 쪽으로나 출구가 없다. 명예롭게 죽느냐 불명예스럽게 처형당하느냐 사이의 선택이 있을 뿐이다. 

만스를 만나러 간 존을 맞이하는 것은 토르문드(토문드)다. 처음부터 존에게 호감이 있었던 그는 존을 죽이라는 다른 야인들의 요구를 거절하고 만스에게 존을 안내한다. 이 때 토르문드와 존은 얼마동안 함께 대화를 나누는데, 이그리트를 위한 건배를 하기도 하고 롱스피어라는 남자 이야기도 한다. 그 롱스피어(Longspear, 긴 창)이라는 별명을 가진 남자는 이그리트와 함께 존을 감시하던 사람이었고 이그리트와 남매와도 같은 사이였는데, 토르문드는 그 남자가 자기 딸을 납치해 가서 같이 지내고 있다고 전한다. 

"... 어쨌든 내 딸은 그 녀석을 좋아해. 왜 아니겠어? 그 녀석은 너도 알겠지만 창을 무기로 쓰지 않아. 창을 갖고 싸운 적이 한 번도 없지. 그런데도 그 녀석이 그런 별명을 갖게 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하!"

그 다음 문장은 이렇다. 

Jon had to laugh. Even now, even here. Ygritte had been fond of Longspear Ryk. He hoped he found some joy with Tormund's Munda. Someone needed to find some joy somewhere. 

"You know nothing, Jon Snow," Yigritte would have told him. I know that I am going to die, he thought. I know that much, at least.

존은 웃을 수밖에 없었다. 이런 때, 이런 장소임에도. 이그리트는 롱스피어 릭을 좋아했었다. 그는 그가 토르문드의 딸 문다와 즐겁기를 바랬다. 어디선가 누구든 얼마간의 즐거움이라도 찾을 수 있어야 했다. 

"넌 아무것도 몰라, 존 스노우." 이그리트는 그에게 얘기하곤 했다. '나는 내가 죽을 거라는 걸 알아,' 그는 생각했다. '적어도 그건 알아.'

역시, 존 스노우는 아무 것도 모른다. 

3.

소설 속에서 다보스가 로버트 왕의 서자(드라마에서는 겐드리)를 풀어 주고 스타니스를 대면하는 장면 이후에 스타니스가 다시 등장하는 것은 야인들을 물리치고 난 다음이 처음이다. 

야인들은 수가 많았지만 갑자기 나타난 철갑기병들의 돌격에 일부가 기습을 당하자, 전염되는 공포 속에서 전체가 무너져 내린다. 체계적으로 질서와 규율이 잡힌 군대가 아니었던 그들은 만스 레이더의 친위대를 비롯한 소수 외에는 제대로 대항도 못해 본 채 패주한다. 

10만 부대가 무너지는 장면 치고는 좀 조촐한데, 드라마 매 편을 블록버스터로 만들기는 힘들었을테니 이해해주자. 

4.

그레거를 치료하는 현사(마에스터)는 퀴번이다. 바르고호트(드라마에서는 로크)의 무리와 함께 하다가 제이미의 잘린 손목을 치료해주고 제이미를 호위하던 사람들과 함께 킹스랜딩에 들어와 세르세이와 가까와진다. 

그는 시타델에서 수련을 받은 정식 마에스터였지만, 생체 해부를 하다가 발각되어 마에스터의 지위를 잃고, 생계를 위해 바르고 호트의 무리를 따라다니고 있었다.  

5.

대너리스에게 와서 이전 주인에게로 돌아갈 수 있게 해 달라고 청원하는 노인. 

반드시 그렇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혁명은 현재의 세대가 아니라 미래의 세대를 위한 것이다. 

주5일 근무제가 처음 시작할 때는, 주말이 이틀이 되면 사람들이 어떻게 여가를 써야 할 지도 모를 거라고 반대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6. 

'숲의 아이들'은 인류 이전에 웨스테로스 대륙에 거주한 전설적인 종족이다. 사람들은 대개 이들이 이미 다 사라져버린 것으로 알고 있다. 

4000년 전, 수십년 동안 지속된 긴 겨울의 시기에 the others 종족이 강력한 힘으로 침범해 왔을 때 숲의 아이들과 인간들은 서로 동맹을 맺고 함께 싸웠다고 한다. 

겨울이 길수록 the others 의 힘은 강해진다. 만스 레이더가 존에게 겨울이 오고 있다고 한 말은 the others의 위협이 점점 더 강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저 꼬마, 저리 보여도 200살이다. 

7.

원작 3권에서 아리아는 피의 결혼식 장면과 그 이전까지 11개의 챕터를 담당한다. 피의 결혼식이 끝난 이후의 아리아의 챕터는 둘 뿐이다. 

시즌 4의 앞부분에서 산도르와 아리아가 그레거의 부하 폴리버 일당을 만나 결투를 벌이는 장면이 나오는데, 산도르는 그 때 부상을 입는다. 처음에는 별 것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상처가 악화되어 10화에서 나왔던 것과 비슷한 장면을 맞이한다. 

8화에서 바이터에게 물리길래 비슷하게 마무리짓나 했는데, 임팩트가 약하다고 생각했는지 각색가들은 브리엔(브리엔느)과 맞장을 뜨는 장면을 넣었다. 개인적으로는 아리아를 보호하겠다는 두 사람이 그렇게 처절하게 싸우는 이유도 잘 모르겠고,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는다.  

산도르가 아리아에게 하는 대사는 원작과 드라마가 비슷하지만 약간 다른 부분이 있다. 

"I killed your butcher's boy. I cut him near in half, and laughed about it after." He made a queer sound, and it took her a moment to realize he was sobbing. "And the little bird, your pretty sister, I stood there in my white cloak and let them beat her. I took the bloody song, she never gave it. I meant to take her too. I should have. I should have fucked her bloody and ripped her heart out before leaving her for that dwarf." A spasm of pain twisted his face. "Do you mean to make me beg, bitch? Do it! the gift of me.. Avenge your little Michael..." 

"난 너의 그 백정 집안 꼬마를 죽였어. 난 그를 거의 반으로 쪼갰고, 나중에 그 일을 갖고 웃었어." 그는 이상한 소리를 냈다. 그가 울고 있다는 것을 아리아가 깨닫는데는 조금 시간이 걸렸다. "그리고 그 작은 새, 네 예쁜 언니, 나는 내 하얀 망토를 걸치고 그 자리에 서서 그들이 그녀를 때리도록 놔두었어. 난 그녀가 원하지 않았던 노래를 억지로 부르게 했어. 사실은 그녀의 몸도 갖고  싶었지. 그때 그녀를 가졌어야 했어. 난장이가 차지하기 전에 네 언니와 하고 나서 심장을 꺼내 버렸어야 했어." 갑작스런 고통이 그의 얼굴을 찡그리게 만들었다. "나한테 구걸하게 만들 셈이냐? 하려던 일을 해. 나한테 선물을 줘. 너의 미챌에 대한 복수를 해."

아리아는 산도르를 내버려 두고 떠난다. 

8.

산도르는 어떻게 되었을까? 

산도르와 티리온 라니스터에 대해서는 할 이야기가 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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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줄거리 요약보다 드라마를 보신 분들께 지난 줄거리와 원작 소설을 기준으로 좀 더 상세한 맥락을 알려드리는 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물론 스포일러입니다. 

1.

죽음이 가까운 곳에 다가오자, 이 사람 저 사람 사랑 이야기를 한다. 

존 스노우가 사랑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샘웰 탈리는 나이트워치(야경대) 대원에게 여자와 사랑을 나누는 일이 허용되는가에 대해 법규 해석을 시도하며, 아에몬 타가리옌은 팔십년 전(아마도 그쯤) 옛 사랑을 추억하고, 토문드는 곰과의 사랑을 추억한다. 

2.

먼저 토문드(토르문드) 얘기부터. 토문드에게는 별명이 많은데(대부분 스스로 지어 붙였다), 그 중에는 Tall-Talker 키가 큰 수다장이와 Husband to Bears 곰들의 남편이라는 별명도 있다. 토문드가 떠드는 이야기를 들어 보면 그 별명들의 유래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별명들을 봐도 알 수 있겠지만, 토문드는 유머가 있는 캐릭터다. 그리고 왕좌의 게임에서 유머가 있는 캐릭터는 쉽게 죽지 않는다. 

3. 

아에몬 타가리옌(타르가르옌)은 백살이 넘은 노인이다. 그는 어린 나이에 시타델에 보내져 현사(마에스터)로 교육을 받았다. 형이 아들 없이 죽자 왕위를 제의받았지만 동생에게 왕위를 넘기고 스스로 왕권에 위협이 되지 않기 위하여 장벽으로 오게 되었다. 

그는 샘웰에게 사랑이 의무를 저버리게 한다고 말한다. 한 예는 조라 모몬트일 것이다. 그는 사랑을 위해 명예를 저버리는 타입의 남자이다. 카르멘의 호세, 대장 부리바의 아들 등등 그런 남자는 많다. 악한 사람들은 미움의 대상이 되지만, 사랑에 눈이 먼 남자들은 보통 경멸과 동정을 함께 받게 마련이다. 

샘웰은 길리의 호소를 듣고도 의무를 저버리지 않고, 의무를 다한 후에 다시 길리에게로 돌아오는, 모범적인 사내이다. 

사랑과 의무(또는 약속을 지키는 것)는 사람을 이끄는 두 가지 큰 동기이다. 두 가지 동기는 서로를 보완해 주어야 하지만, 내 생각에 진보는 사랑을, 보수는 의무를 더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화살을 스무 방 맞아도 죽지 않는 자이언트 앞에서 도망치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것은, 자기가 한 서약을 지키고 부여 받은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이거나, 옆에 선 형제들과 함께 서기 위해서이다. 

4.

드라마의 전체적인 각색이 괜찮았다. 

소설에서는 남쪽으로부터의 공격이 장벽 너머로부터의 총공격보다 앞서서 행해진다. 드라마에서처럼 양면 공격을 했더라면 야경대가 훨씬 위험했겠다는 생각이 든다. 

드라마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을 것이다. 장벽으로부터의 공격은 성문을 중심으로 한 공방전이라 드라마틱하지가 않다. 백병전을 보여주려면 남쪽으로부터의 공격을 강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텐족의 대장과 토문드, 이그리트는 무시무시한 박력을 보여 준다. 전투의 결과는 성벽으로부터 꾸준하게 지원이 더해져서 침입자들의 힘을 소진시킨 것에 의해 정해졌다고 할 수 있다. 알리서가 지원을 오고, 후에 존과 다이어울프가 합류하면서 이미 전투로 지친 야인들이 버티기 힘들어진 것이다. 

물론 강력한 적보다 무서운 건 무능한 리더다. 알리서가 떠나면서 지휘를 맡긴 대머리 아저씨 야노스 슬린트(자노스 슬린트)는 킹스랜딩의 경비대장 출신이다. 경비대장으로 있는 동안 그는 뇌물을 받기로 유명했고, 리틀핑거의 사주 하에 에다드를 배신하고 라니스터 가문에 붙은 댓가로 하렌할의 영주가 되었지만, 급이 안되는 자가 지위를 맡았다고 여러 사람들의 불만을 사다가, 세르세이를 견제하려는 티리온에 의해 야경대로 보내졌다. 

역량을 넘어서는 역할을 맡았을 때 도망을 치는 사람이 있고, 성장하는 사람도 있으며, 소진되는 사람도 있다.

5.  

드라마에서 핍은 샘웰 옆에서 석궁을 쏘다가 이그리트의 화살을 맞고, 그렌은 터널 안에서 자이언트를 맞아 싸우다 죽는다. 

재담꾼 핍

존의 야경대 첫 친구 그렌

소설에서 터널 안에서 죽는 사람은 존의 멘토 중 한 사람이었던 수석 대장장이 도날 노이예였는데, 장벽 위의 지휘를 존 스노우에게 넘기는 사람도 이 사람이었다. 이 사람은 드라마에서는 등장하지 않고, 대신 알리서가 멋있게 나왔다. 

6.

이그리트가 퇴장했다. 아마 올리가 화살을 쏘지 않았다면 이그리트는 차마 존에게 화살을 쏘지 않았을 것이고, 살 수 있었을 것이다. 역설적이다. 

소설에서의 상황은 좀 다른데, 앞서 이야기했듯, 이그리트가 속한 텐 족의 부대에 의한 공격은 맨스 레이더가 지휘하는 총공격 이전에 일어났다. (소설 속에서 토문드는 장벽 북쪽에 남고 물론 포로가 되지도 않는다.)

기습을 의도하였지만 탈출하여 미리 알린 존 때문에 야경대는 기습에 대비할 수 있었다. 

전투는 밤에 이루어지고, 전투가 끝난 후에야 존은 가슴에 화살이 박힌 채 죽어가는 이그리트를 발견한다. 

이그리트와 존의 대화는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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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노우. 이건 진짜 성이야? 그냥 탑이 아니고?" 

"진짜 성이야."

"좋네." 그녀는 속삭였다. "나는 제대로 된 성을 하나 보고 싶었어..." 

"앞으로 백 개는 볼 수 있을 거야. 전투는 이제 끝났어. 아에몬 현사가 널 치료해 줄 거야." 존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만졌다. "너는 불한테 키스를 받았다고 하지 않았어? 너는 운이 좋잖아. 화살 한 대가 너를 죽일 수는 없어. 아에몬이 화살을 빼내고 붕대를 감아줄거야. 그리고 고통을 가라앉힐 약이 든 우유도 줄거야." 

그녀는 이 말에 웃기만 했다. "그 동굴이 기억나니? 우리는 그 안에 머물렀어야 했어. 내가 그렇게 말했었잖아."

"우리는 그 동굴로 돌아갈 거야. 넌 죽지 않아, 이그리트. 넌 안 죽어."

"오." 그녀는 존의 볼을 손으로 감쌌다. 

"You know nothing, Jon Snow," she sighed, dying.

"너는 아무 것도 몰라, 존 스노우,"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죽어 가면서. 

--------------------------------

드라마에서는 이그리트가 손에 피를 많이 묻히지만, 소설에서는 그런 장면이 묘사되지 않기 때문에 순결한 희생자의 느낌이 더 많이 난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존 스노우가 "You know nothing, Jon Snow"라는 말을 듣는 것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마지막도 아니다. 

지금 말하자면, 존 스노우의 키워드는 리더쉽과 무지이다. 



존 스노우가 아는 것은? No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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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줄거리 요약보다 드라마를 보신 분들께 지난 줄거리와 원작 소설을 기준으로 좀 더 상세한 맥락을 알려드리는 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물론 스포일러입니다. 

먼저 하나 반성하는 점은, 앞으로 방영되지 않은 부분에 대한 스포일러는 쓰지 말아야겠다는 것이다. 오베린과 그레거 간의 결투 결과를 모르는 상태에서 본 사람들의 느낌이 결과를 알고 본 사람의 느낌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드라마를 즐기고자 한다면, 다음 줄거리에 대한 호기심을 참을 필요가 있는 것 같다. 

1.

캐슬블랙이 위험하다지만, 야인들이 장벽 남쪽에 내려와 있는 상태에서 길리를 몰스타운에 보낸다는 건 멍청한 일일 수밖에 없다. 원작 소설에서 길리는 샘웰과 계속 함께 지낸다. 

원작 소설에서는 몰스타운 주민들이 야인들로부터 빠져 나온 존 스노우의 경고를 받고 피난을 간 것으로 나온다. 

드라마에서는 나이트워치 대원의 수가 102명으로 묘사되는데, 원작에서는 그보다는 많다. 맨스 레이더에 의해 통합이 되기 전까지 야인들은 분열되어 있어서 큰 위협이 되지 못했고, 세븐킹덤의 왕들은 장벽 너머로부터의 위협에 대한 관심이 점점 멀어졌다. 존 스노우가 합류할 당시에도 이미 세력이 많이 축소된 상태였는데, 제오르 모몬트와 함께 원정을 나간 300명의 대원이 거의 다 귀환하지 못하면서 더 수가 줄었다. 그렇긴 해도 수백 명 정도의 인원은 남아 있는 상태이다. 

몰스타운은 캐슬블랙에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마을이니, 야인들과 나이트워치의 대결이 임박했다고 할 수 있다. 

2. 

산사의 증언을 보면, 그럴 듯하게 거짓말을 하는 법을 알 수 있다. 90%의 사실에 10%의 거짓을 섞는 방법이다. 

산사가 하는 말들은, 대부분 사실이다. 라이사가 리틀핑거에 집착한 것, 산사를 질투한 것, 리틀핑거가 산사에게 키스한 것을 라이사가 목격한 것 등. 하지만 산사는 사실을 반죽하여 든든하게 빚어 놓은 빵에 작은 거짓을 양념처럼 섞어 전체의 의미를 바꾼다. 키스를 하긴 했지만 볼에다 했다는 것, 그리고 라이사는 리틀핑거가 떠민 것이 아니라 스스로 떨어졌다는 것. 이렇게 거짓의 비중이 적고 사실의 비중이 컸기 때문에 산사는 자신이 하는 말이 그럴 듯하고 실감나게 들리게 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거짓말을 하는 자신의 심리적 부담도 최소화하고 자연스러운 눈물 연기까지 보일 수가 있었다. 

일상에서도 이런 수법은 자주 쓰이지만 평범한 사람들이 대단한 거짓말을 할 기회는 많지 않다. 하지만 정치적인 논쟁을 보면 객관적인 사실과 논리에 근거하는 척 하면서 사소해 보이는 논리적 비약과 부정확한 사실들을 섞어 전체적으로 말이 안되는 이야기를 그럴 듯하게 주장하는 사례를 많이 볼 수 있다. 

산사의 거짓말이 통했던 또한가지 이유는, 판관 역할을 하는 귀족들이 거짓말을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라이사의 죽음은 크게 비통한 일이 아니다. 그들의 주요 관심사는 이어리에 정통성을 가진 권력자가 없어진 상황(어린 로빈을 제외하고)이 자신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하는 것이다. 유력한 가문들 중의 하나가 로빈의 섭정이 되는 것보다 이어리에 기반이 없는 외지인 리틀핑거가 그 역할을 맡는 것이 그들에게는 더 바람직할 수 있다. 

하지만 원작과 드라마는 몇 가지가 다르다. 산사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긴 하지만, 아직까지 리틀핑거가 주도하는 일에 도움을 주는 정도이다. 그리고 산사의 정체도 아직 드러나지 않은 상태이다. 산사 스타크는 조프리를 독살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반역자의 딸일 뿐 아니라, 브랜과 릭콘이 죽은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윈터펠의 상속자이다. 그런 상황에서 귀족들에게 산사의 정체를 밝히는 것은 너무 위험한 일일 것이다.   

3. 

조라 모몬트의 이야기는 다른 글에서 자세하게 쓴 바 있다. (링크 : 조라 모르몬트의 역사이 글을 쓸 때만 해도 조라의 추방이 이렇게 늦어질 줄 몰랐다. 

드라마의 조라는 찌질남 컨셉이 아니라 꽤 든든하고 현명한 조언자였다. 

드라마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조라는 대너리스의 가장 오래된 조력자로서, 바리스탄이나 다리오 나하리스처럼 새로 합류한 사람들에 대해 계속 경계감을 표현하고 갈등을 빚는다. 또한 조라는 신하로서 대너리스에게 충성하기보다 여자로서 대하고 그녀를 불편하게 만들었으니, 추방 이전부터 스스로 설 자리를 좁히고 있었다고 할 것이다. 

원작에서 조라의 일이 드러나는 것은 머린을 공략하기 직전으로 바리스탄의 정체가 드러나는 것과 동시이다. 바리스탄은 근위기사(킹스가드)들의 수장으로서 왕의 소의회에 참여하고 있었고 조라가 로버트 왕의 지시를 받고 있었던 것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 것과 동시에 조라의 정체도 대너리스에게 알린다. 

분노한 대너리스는 두 사람이 머린의 하수구를 통해 도시에 들어가는 특공대의 선두에 서도록 명한다. 실패의 위험이 컸던 작전이 성공하고 두 사람이 귀환하자 대너리스는 그들에게 기회를 준다. 바리스탄은 대너리스의 용서를 받지만, 조라는 용서를 구하는 대신 변명을 하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다가 추방을 당한다. 조라는 군주의 관용을 구하는 신하의 자세를 취하지 못하고, 자신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는 여자를 대하는 태도로 대너리스를 대한 것이다. 통치자가 된 대너리스는 그런 태도를 취하는 신하를 곁에 둘 수 없었다. 

조라는 대너리스를 순수하게 사랑했고, 자기의 이익보다 대너리스의 이익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어떤 자격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순수한 사랑과 어두운 욕정이 명확하게 구분이 되는 것도 아니다. 

조라가 대너리스를 사랑한 방식은 그의 첫번째 부인을 사랑했던 방식과 닮았다. 첫번째 부인의 사랑이 떠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노예 무역에 손을 댔다가 추방당한 것처럼, 조라는 남자가 아니라 신하로 자신을 대할 뿐인 대너리스에게 집착하다가 두 번째로 추방을 당한다. 조라는 자신의 사랑이 순수하기 때문에 상대방이 그것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지만, 그것은 스스로가 사랑에 빠졌다고 생각하는 남자들의 흔한 착각이다. 대너리스가 그의 사랑을 거부한 것은 그녀가 배은망덕 해서가 아니라 그녀가 주체적이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바라 보고 현실적인 판단을 내리는 여성이기 때문이다. 조라는 자신에게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대신, 더 겸손해야 했을 것이다. 

"감정은 알겠는데, 그러면 안되는 거야."

하지만 조라의 이야기는 물론 아직 끝나지 않았다. 조라는 새로운 동행을 만나는데, 아마 현재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동반자일 것이다. 

4. 

모아트 카일린은 윈터펠이 통치하던 북부와 왕국의 나머지 지역을 구분하는 경계에 위치한 요새이다. 이 요새는 남과 북이 연결되는 좁은 통로 같은 지형(넥, Neck)의 한 가운데 위치해 있고 주변이 늪으로 둘러 싸여 있어, 남쪽에서 북쪽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이 요새는 남쪽으로부터 공략하기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라서, 북부의 강력한 방어지 역할을 해 왔었다. 

강철군도 사람들은 남쪽이 아니라 북쪽을 통해 공격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성을 탈취할 수 있었다. 롭 스타크는 이 성을 공략할 작전을 나름대로 세워 두었지만 (성공 가능성을 의심하면서) 시도해 보기도 전에 피의 결혼식을 맞아야 했다. 

모아트 카일린을 둘러싸고 있는 것은 늪지이다. 외부 사람들은 지나갈 수 없으며, 이 지역에 사는 주민들만이 자기들만 아는 길들로 지나 다닌다. 

이곳의 주민들은 가난하지만 침범하기 어려운 땅에서 다른 지방 사람들과 별다른 왕래 없이 지내고 있다. 늪지에서 개구리를 잡아 먹고 산다고 해서 frogeater 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곳을 통치하는 것은 리드 가문으로, 현 영주인 하우랜드 리드는 로버트 왕의 전쟁 때 에다드와 함께 싸운 오랜 전우이자 친구였고, 브랜과 동행하는 미라와 조렌은 하우랜드 리드의 자녀들이다. 

테온 그레이조이가 방문했을 때 모아트 카일린을 지키는 대장은 늪지의 주민들이 쏜 독화살에 부상을 입고 비참한 상태에 놓여 있었다. 대장을 감히 손대지 못하고 있었던 부하들을 대신해서 테온이 그의 고통을 끝내 준다. 테온의 멘탈이 많이 붕괴되어 있긴 하지만, 드라마에서처럼 심한 정도는 아니다. 

모아트 카일린을 강철군도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는 동안에는 남쪽에 있던 루제 볼튼이 당연히 북쪽으로 올라 올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원작 소설에서 볼튼이 램지 스노우와 테온을 만나는 것은 모아트 카일린 이후의 일이다. 

램지가 모아트 카일린의 항복한 수비대원들의 피부를 벗겨 못박은 일은 북부의 통치자 지위를 얻은 볼튼의 사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볼튼은 합리적인 악인으로서 램지의 사이코 기질을 좋아하지 않지만, 다른 대안이 없다. 

모아트 카일린의 전략적 중요성을 생각하면, 그레이조이 가문이 소수의 수비대만 남겨 둔 것은 이상할 수도 있다. 지금 강철군도 사람들이 다른 일들에 정신이 팔려 있기 때문인데, 드라마에서는 그 사정을 천천히 풀어갈 모양이다. 

5.

얼마나 벌겠다고 이 고생이냐 하고 말할 때의 산도르는 귀엽다. 

하지만, 산도르가 자신과 아리아 스타크의 존재를 그렇게 거리낌없이 밝혔는데도, 문을 지키는 병사들이 심심한 위로의 말씀이나 전하고 있는 것은 어색하다. 

왕의 이름으로 현상금이 걸린 수배범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세븐 킹덤의 정치적 정세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스타크 가문의 실종된 딸이 모처럼 모습을 드러냈는데 너무들 심드렁하다. 

6.

티리온이 제이미와 나누는 사촌 올슨과 딱정벌레에 대한 이야기는 원작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소설의 주제와 통하는, 좋은 각색인 것 같다. 

아마도, 올슨은 신이고, 딱정벌레는 인간들일 것이다. 바보 올슨이 딱정벌레를 죽이는 이유가 무엇일까 하는 질문은, 신은 왜 인간들의 운명을 그런 방식으로 결정하는가 하는 질문과 같은 뜻일 것이다.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어야 했던 것일까? 

오베린은 정의를 추구했지만, 오베린의 뛰어난 실력도, 매력도, 정의감도 잔인한 죽음으로부터 자신을 구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포악했던 그레거 클리게인(마운틴)이 무사했던 것도 아니다. 그는 부상과 오베린의 창에 묻은 독 때문에 끔찍한 고통을 겪어야 하는 운명이다. 권선징악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어느 정도 위안이 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레거가 그렇게 포악하게 된 것은 온전히 그의 책임일까? 타고난 성격, 어릴 때의 성장 환경, 원인이 무엇이든, 그레거는 사람이라기보다는 한 마리의 흉폭한 짐승처럼 보인다. 그런 그가 겪는 고통이 클수록 세상은 좀 더 정의로와지는 것일까? 

이것은 오래된 종교적 질문이다. 신이 완전하고 선하다면, 왜 세상에는 악이 존재하고 사람들은 고통받는가? 

여행도 많이 했고, 딸도 여덟명이나 낳았고, 여한은 없지, 뭐.
하지만 끝이 좀 우아하지 못했어. 그레거의 포옹을 받으며 죽다니, 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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