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시즌 하나가 남아 있긴 하지만, 리뷰를 쓸 동력이 많이 떨어진 것 같습니다. 

계속 미루어지고 있는 소설이 출간된다면 읽으면서 드라마와 비교하며 하고 싶은 이야기가 생길 것 같은데, 아직은 소식이 없네요. 

그동안 제 리뷰 읽어주시고 공감해 주셨던 분들께 감사를 표합니다. 


지난 시즌의 클라이막스는 백귀 잡으로 떠나는 원정대 이야기였던 것 같습니다. 

존 스노우와 조라 모르몬트, 산도르 클레가네와 베릭 돈다리온과 토로스, 토르문드, 겐드리. 

서로 별개의 플롯을 따라왔던 주요 인물들이 한데 모여 원정대를 구성합니다. 

실제 원정대의 숫자는 몇 명 더 많은데, 이들은 모험의 와중에서 위험한 대상과 주인공들 사이에서 희생자의 역할을 합니다. 


설령 이 전체 이야기가 백귀에 맞서 인류를 구원하는 스토리이고 등장인물들이 겪었던 여러 고난들이 이러한 섭리의 과정이라고 한들, 이름도 얼굴도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채 좀비 북극곰에 처참하게 물려 죽는 이 엑스트라들에게 그러한 섭리는 무슨 의미일까요? 


아마 신의 섭리나 세계의 깊은 의미는 결국 우리에게 알려지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원정대의 누군가(토로스, 아니면 베릭?)는 이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군인일 뿐이고, 군인은 그냥 임무를 수행할 뿐이라고. (기억나는 대로 쓴 거라 원래 대사와는 큰 차이가 있을 겁니다.)


아마 수많은 컨텐츠들이 공통적으로 갖는 주제들 중 하나일 것입니다. 

자기 중심적인 사고에 익숙한 인간은 항상 자신의 목적을 투사하여 세상을 보지만, 세상은 인간의 희망과 목적, 고통과 두려움에 무심한 듯 자신의 길을 갈 뿐입니다. 

무한한 세계 속에서 티끌처럼 유한한 존재로 살아가는 인간은, 의미를 묻지 않고 한발자국씩 걸음을 옮겨야만 하는 때가 있게 마련입니다. 


새해가 밝았습니다. 

부디 행복한 한해를 보내시고, 생각만큼 행복하지 않더라도 힘내서 걷는 한해가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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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의 줄거리를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왕좌의 게임을 보는 것이 이런 기분이구나, 하는 것을 느끼면서 보고 있습니다. 

소설을 안 봤던 분들은 피의 결혼식 같은 장면들을 보면서 얼마나 놀라셨을까요? ^^

당연히 아래 내용은 스포일러를 가득 담고 있으며, 줄거리 소개 보다 주관적인 감상들을 몇 가지 공유하려는 목적입니다.


1. 

시즌 7에서 마음에 드는 점은, 쉬워 보였던 전쟁이 그렇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세르세이는 거의 희망이 없어 보였는데 육지에서는 제이미와 렌딜, 바다에서는 유론의 힘을 빌어 적들을 정리해나갑니다.

자식들을 다 잃은 세르세이에게는 권력욕밖에 남지 않은 듯 합니다. 인간적인 사랑이나 욕구의 대상을 다 잃어버리고 한가지 목적에 집착하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무서운 법이죠. 

드래곤스톤에 대너리스와 티리온이 입성할 때만 해도 전쟁의 판세는 유리해 보였습니다. 하지만 낙관적인 전망이 만만치 않은 저항에 부딪히다 보면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큰 희생을 가져오게 마련입니다. 아마 치루어야 하는 비용을 양쪽 다 미리 알 수 있었다면 많은 전쟁이 일어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전쟁의 초기에는 얻을 수 있는 이득이나 전쟁을 피하기 위해 감내해야 하는 굴욕에 비해 전쟁의 과정에서 치루어야 하는 비용, 예상하지 않았던 반격과 계획의 틀어짐으로 인해 양쪽이 감당하게 될 댓가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섭리의 자연스러운 귀결처럼, 용들과 티리온과 여러 동맹자들을 데리고 웨스테로스로 향하는 대너리스의 귀환 장면을 보면서, 동맹자들의 죽음이나 화염에 불타는 병사들을 떠올리기는 쉽지 않았었습니다.
티리온의 신중한 작전을 들으면서도, 그 작전을 따랐던 사람들이 죽거나 위험에 처하게 되리라 예상하기는 힘들었죠. 

주인공들의 계획대로, 감상자들이 예상하는 순리대로 흘러가지 않는다는 점이 왕좌의 게임의 중요한 매력이 아닐까 하고, 전쟁이라고 하는 소재도 제대로 다루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아리아와 라니스터 병사들이 함께 식사를 하는 장면도 좋았습니다. 

용들의 활약은 통쾌했습니다. 하지만 그 불타는 병사들은 아리아와 함께 식사를 했던, 노래를 잘 부르고 낯선 이에게 친절을 베풀던 그 병사들과 다를 것 없는 이들이었습니다. 

렌딜이 세르세이의 편에 선 것도 야만인의 군대를 데리고 정복하러 온 미친 왕의 딸에 맞선다는 점에서 명분이 있습니다.  

티리온이 자기 가문의 병사들이 학살당하는 모습을 봐야 하는 것은 대너리스의 편이 되기로 한 선택의 귀결이었고 티리온도 미리 그런 일을 겪게 되리라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었겠지만, 자기가 한 선택의 진정한 의미들은 겪어 나가면서 계속 알아갈 수밖에 없는 법입니다. 

왕좌의 게임도 드라마인 이상, 플롯을 따라가고 권선징악이 있으며 섭리가 관여하고 백귀들과의 전쟁이라고 하는 클라이맥스를 향해 갑니다. 

그렇지만 그 과정에서의 현실성은 어느 드라마와도 견주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2. 

핫파이는 더 뚱뚱해진 느낌. 

아리아에게 아무 편이 없었던 시절엔 중요한 동행자였지만, 이제 강해지고 홀로 선 아리아에게 핫파이는 옛 친구일 뿐입니다. 


3.

캐스털리 락은 수천년 시간 동안 라니스터 가문의 본거지였습니다. 

영주와 기사와 병사들의 가족과 자산이 모두 있는 본거지를 버리고 다른 영주의 본거지를 취한다는 것은, 그다지 있을 법한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성을 단시간에 공격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고, 드라마에선 좀 무용이 떨어지는 가문처럼 티렐 가문이 그려지고 있긴 하지만, 그렇게 쉽게 무너질 만한 세력은 아닐텐데요. 

앞으로 출간된 소설(출간되겠죠?)에서는 이런 부분들을 어떻게 그릴지 궁금합니다. 


4.

원작에선 우직할 뿐인 다보스이지만 드라마에서는 여성과의 커뮤니케이션이 특기인 것처럼 그려지는 것이 재미있습니다. 


5.

존이 대너리스에게 무릎을 꿇지 않는 것은, 자신의 왕이라는 지위가 북부의 사람들에 의해 주어진 것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현실적으로 자기가 무릎을 꿇는다고 해서 북부인들이 따라 줄 지도 의문이고, 명분 상으로도 아직 어떠한 사람인지 모르는 대너리스에게 무조건 굽히지는 않겠다는.

처음에 그리 호감가는 캐릭터가 아니었는데, 점점 더 이상적인 리더가 되어가는 듯 합니다. 항상 자비심이 있으면서도 무르지 않게 행동하죠. 

워낙 자기 목적에 투철한 캐릭터들 투성이(가문에 복수하려는 티리온, 암살자 아리아, 어딘가 불안한 산사, 때로는 잔인함이 넘치는 대너리스 등등)이다보니, 존처럼 관대하고 정의로운 캐릭터는 왕좌의 게임에서 특별해 보입니다. 

다보스와 짝이 되어 다니는 모습이 좋고. 

산사와 영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반란을 일으킨 가문들의 대를 이어주는 모습은 용기가 있어 보였습니다. 

사나운 털복숭이들보다 두려운 느낌을 주는 것은 리안나 모르몬트입니다. 

그 꼬마 영주의 표정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어떤 느낌인지 알 수가 없습니다. 

리더가 자신이 이끌어야 하는 사람들에게서 보는 표정이 그런 것이 아닐까요?


6. 

브랜과 미라의 이별은 마음이 좀 아팠습니다. 


7. 

브리엔느와 겨루는 아리아. 손을 허리 뒤로 댄 모습이 의젓도 하여라. 

브랜, 산사, 아리아, 다 나름대로의 모습으로 성장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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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지라고 하긴 거창하지만. 올해는 회마다 리뷰를 쓰진 않으려고 합니다. 


원래 드라마와 원작소설을 비교하면서 드라마의 좀더 자세한 맥락을 전해드리는 거에 비교우위가 있었던 것 같은데, 

드라마가 책의 진도를 한참 앞서나간 상태라 단순 감상 리뷰밖에 못 쓰는 상황에서 회마다 리뷰를 쓸 필요는 없을 것 같아서요. 


아직 첫회를 못 본 상태인데, 앞으로 보다가 공유하고 싶은 감상이 생기면 쓰도록 하겠습니다. 


왕좌의 게임 팬 분들, 올해 피날레를 즐겨보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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