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좌의 게임 원작은 현재 5권까지 출간되었다. 
드라마 시즌 1은 책 1권, 시즌 2는 책 2권, 시즌 3과 4는 책 3권에 해당한다. 
이런 진도였기 때문에, 나는 책 4권과 5권에 해당하는 내용이 두 개 내지는 세 개의 시즌으로 소화가 될 것으로 예상했었다. 
그러다 보면 책 6권도 출간이 될 것이고... 
하지만 예상과 다르게 두 권의 책 분량을 하나의 시즌만에 진도를 나가 버렸다. 
그러면서 이야기도 크게 다른 방향으로 바뀌었다. 
작가들은 출간되지 않은 원작과 별개로 독자적인 이야기로 풀어나가기로 결정을 한 모양이다. 

이전 시즌들에 비한다면 이번 시즌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시즌 3과 4에서는 원작의 장면들을 훌륭하게 묘사하였거나 원작에 없더라도 매력적인 장면들이 꽤 많았다. 
피의 결혼식 장면이나, 오버린과 그레고르와의 대결이나, 장벽에서의 전투 등. 
원작에는 없는, 산사와 티리온 간의 화기애애한 대화라든가 타이윈과 아리아 간의 묘한 썸도 좋았고, 
산도르와 아리아의 동행이 한 시즌 내내 계속 된 것도 괜찮았다. 

그런데 이번 시즌은 원작과의 차이도 클 뿐더러, 원작의 시각에 물들어서 그런지 모르지만 그 새로운 전개의 상당수가 좋지 않았다. 
왕 시해자라는 오래 전부터의 핸디캡과 외팔잡이라는 새로운 핸디캡을 극복하면서 이제까지 세르세이와의 사랑 외에는 아무 관심도 없었던 제이미 라니스터가 책임있는 사령관의 모습으로 활약하는 모습과 비교하자면, 브론과의 콤비가 어느 정도 재미를 준다고 하더라도 드라마 속의 제이미는 임무도 초라하고 매력도 덜하다. 지나치게 원만하고 터프함이 없다. 그리고 미르셀라의 죽음은 불필요한 잔인함이었다. 
자신을 존중해 준 몇 안 되는 사람인 제이미와 캐틀린이 준 임무를 달성하기 위해 전쟁이 휩쓸고 간 황량한 풍경 속에서 퀘스트를 좇아가는 브리엔느는 윈터펠 성 옆에서 죽치고 있을 뿐이다. 시즌 4에서 제이미와 썸을 탈 때의 매력은 간 곳이 없고, 제이미의 눈에 비쳤던 처음의 브리엔느의 모습, 우둔하고 고집스럽고 못생긴 괴상한 처녀 기사의 이미지로 되돌아가 버린 것 같다. 
나름대로의 정의를 추구하던 스타니스와 멜리산드레는 막장 캐릭터가 되어 버렸고, 죄책감에 괴로와하던 젊은 란셀은 평면적인 광신자로 묘사된다. 원작보다 비중있고 매력있게 그려지는 건 오히려 하이스패로우다. 세르세이의 단견과 자기중심성과 잔인함은 두드러지게 묘사되지 않기 때문에 수치의 행진은 찍는 데 공을 들인만큼 의미심장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죄가 분명하지 않은 산 사람을 용에게 먹잇감으로 주는 대너리스의 모습은 짜증이 난다. 리틀핑거가 산사를 데리고 윈터펠로 갔다가 무책임하게 버려 두고 오는 것도 마음에 들지 않고, 원작에서는 나름대로 성장해 가는 캐릭터인 산사가 윈터펠에서 희생당하는 수동적인 캐릭터로 바뀌는 것도 그렇다.
티리온의 매력은 유지가 되는 편이지만 모험담이 짧아졌고 난쟁이 여자친구 페니가 눈에 띄지 않는 것도 아쉬운 부분이고 바리스와는 지나치게 친해졌다. 

그래서인지, 리뷰를 쓰는 일도 작년보다는 재미가 훨씬 덜했던 것 같다. 
하지만, 내년에 시즌은 돌아올 것이고, 그전까지는 원작 6권도 출간이 되어서 지금까지와 같이 원작과 드라마를 비교하는 리뷰를 계속 써 갈 수 있기를 기대한다. 
블로그를 찾아주셨던 왕좌의 게임 팬 여러분들도 한 해 동안 잘 지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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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원작소설과 비교를 해 가면서 드라마 리뷰를 하고 있습니다. 드라마를 보신 분이라는 전제 하에 쓴 글이므로, 당연히 드라마를 안 보신 분께는 스포가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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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에는 멘붕을 일으킬 만한 장면들이 많다. 

드라마가 이제는 소설과 따로 가는 부분이 많아졌는데, 소설 속에서는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를 중심으로 소개하려고 한다. 


1. 

소설 속에서 스타니스의 운명은 아직 분명하지 않다. 

지금까지 출간된 원작 5권의 마지막 부분에서 존 스노우는 램지 볼튼의 편지를 받는다. 

그 편지에는 스타니스 군대가 전멸했으니, 그의 부인과 딸, 멜리산드레, 그리고 무엇보다도 자기의 릭(구린내)을 내놓으라고 협박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하지만 램지의 편지가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하고 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적어도 윈터펠을 탈출하여 스타니스의 군대 안에 감금되어 있던 테온의 행방을 램지가 모르고 있다는 것은 의문을 남긴다. 


드라마에서나 소설에서나 스타니스의 부대가 절망적인 상황인 것처럼 보이는 건 마찬가지지만, 소설 속의 스타니스에겐 유리한 점이 하나 있다. 

윈터펠에는 볼튼 가문의 군대만 있는 것이 아니고 북부의 여러 가문의 군대가 함께 있다.

그런데 이들 중 다수는 볼튼 가문에 대한 충성심이 약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세력이 큰 것은 프레이 가문과 화이트하버의 맨더리 가문인데, 

피의 결혼식에서 프레이 가문에 도륙당한 귀족과 병사들 중에는 맨더리 사람들도 포함되어 있기 때문에 두 가문은 서로 원수처럼 대한다. 

소설에서 테온은 윈터펠에서 일어나는 일들의 관찰자 역할을 하는데, 

두 가문의 대립하는 모습 앞에서 루제 볼튼의 차가운 눈동자 안에 처음으로 공포의 감정이 내비치는 것 같았다고 묘사하는 부분이 있다.  


소설 속에서 멜리산드레는 스타니스의 아내와 딸과 함께 장벽에 남아 있다. 

그녀는 존 스노우가 정찰 보낸 야경대원들의 죽음을 불 속에서 보았다고 경고하는데 그 경고가 사실로 드러나자 존은 멜리산드레의 능력에 대해 다시 평가하게 된다. 

그녀는 존에게 도움을 주기도 하고, 존이 위험에 처하게 될 것을 경고하기도 한다. 

하지만 존은 예지력에 근거한 그녀의 조언을 따르기보다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따른다. 


2.

샘웰이 존을 떠나는 건 소설에서는 훨씬 더 앞에 일어나는 일이다. 

존은 나이트워치의 대장이 되자마자 샘웰과 길리에게 아에몬을 모시고 현사들의 학교가 있는 올드타운으로 가도록 명한다. 

백귀들을 상대할 방법을 찾으라는 것과 함께 왕의 피라는 이유로 아에몬이 멜리산드레에게 해를 당하는 걸 막기 위해서였다. 

드라마에는 나오지 않는 만스 레이더의 아기도 같은 이유로 멜리산드레에게서 보호하기 위해 길리의 아이와 바꾸어 보낸다. 

하지만 아에몬의 건강은 배 위에서 급속도로 악화되어 항해를 계속 하지 못한다. 

샘웰과 길리, 만스 레이더의 아기, 그리고 다레온이라는 이름의 나이트워치 대원 한 사람은 브라보스 항구에 내려 아에몬의 병간호를 한다. 

하지만 아에몬의 병은 더 나빠지고 가진 돈도 다 떨어진다. 

다레온은 전직 음유시인 출신으로, 브라보스에서 자신의 재주를 팔 기회가 많다는 걸 알고 임무를 저버린다. 

그는 브라보스에서 새 삶을 살 꿈에 부풀지만, 굴과 조개를 팔던 아리아에게 뒷골목에서 살해된다. 

나이트워치의 탈주병은 처형하는 것이 북부의 법이고 노인과 아기와 나이트워치의 형제를 곤궁한 처지에 버려 둔 것은 부도덕한 일이긴 하지만, 

행상을 하는 소녀에게 자신의 꿈을 떠들어대며 걸어가는 다레온의 머리 위로 마지막 햇살이 비쳤다는 표현은 슬프다. 

소설에서 아리아가 눈이 머는 것은 이 일 때문이다. 

하지만 친절한 노인은 아리아가 흑백의 집을 떠나려 한다면 시력을 회복시켜 주겠다고 말한다. 

아리아는 이를 거부하고 눈이 먼 상태로 흑백의 집에 머무르는데, 그 동안 시각 외의 다른 감각을 예민하게 하는 훈련을 받는다. 

아리아가 첫 번째 살인 임무를 받는 것은 시력을 회복한 다음이고, 그녀는 이 임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해낸다. 

원작의 5권은 여기에서 끝난다. 

출간되지 않은 6권의 맛보기 장에서 아리아는 연극단의 일원이 되어 생활하고 있다. 

강철은행과 부채협상을 벌이러 온 사절(메이스 티렐은 아니다)의 경비원 중에서 살생부에 오른 원수(메린은 아니다. 그는 아직 킹스랜딩에 있다. 소설에서는 그레고르 클레게인의 부하였던 인물)을 발견하고 드라마와 비슷한 방식으로 다면신의 선물을 전한다. 

그리고는 얼굴을 바꾸고 극단을 떠난다. 


3. 

소설에서 브리엔느는 여전히 산사의 행방을 찾는 중이다. 

윈터펠까지 오지도 않고 스타니스를 만나지도 않는다. 

그녀의 여정 중 한 장면에 대해서 전에 따로 쓴 글이 있다. 

그녀는 콰이어트 아일을 떠나 킹스랜딩 북쪽의 숲에서 젠드리(아리아와 동행했던 로버트 왕의 서자)가 머무는 여인숙에 닿게 된다. 

여기에는 전쟁 중에 부모를 잃은 고아아이들이 무법자들의 보호를 받으며 지내고 있다. 

이 무법자들은 아리아가 산도르에게 붙잡히기 전에 함께 지내던 베릭 돈다리온 경의 무리이다. 

베릭 돈다리온은 프레이 가문 사람들이 강에 내버린 캐틀린의 시체가 흘러 내려온 것을 발견하고 그녀의 입에 자신의 숨을 불어넣었다. 

그렇게 해서 되살아난 캐틀린이 무법자들의 새 지도자가 되어 있는 상태이다. 

되살아났다고 하지만 캐틀린은 목이 베어지고 강물에 피부가 불어 늘어진 괴기스런 모습으로 변해 있다. 

인간적인 감정도 다 사라지고 복수심과 증오심만 남아 있는 상태이다. 

브리엔느는 무법자들의 포로가 되는데 캐틀린은 제이미가 자신과의 서약을 어겼다며 제이미를 죽이라고 요구한다. 

브리엔느는 이를 거부하고 포드릭과 함께 교수형 밧줄에 매달리지만 최후의 순간 포드릭을 구하기 위해 요구를 받아들인다. 


4. 

소설에서 제이미는 돈으로 가지 않는다. 

대신 군대를 이끌고 툴리 가문의 영지에서 저항을 계속하고 있는 성들을 진압하러 떠난다. 

제이미는 포로에서 풀려나면서 캐틀린과 했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즉 무력을 사용하지 않고 협박과 회유를 통해 항복을 받아내는데, 

한 팔을 잃고 전사로서의 능력을 잃은 대신 이제까지 발휘할 기회가 없었던 장군이자 정치가로서의 능력을 꽤 잘 발휘해낸다. 

중간에 감옥에 갇힌 세르세이한테서 돌아와서 자신의 변호자로 결투 재판에 나서달라는 편지를 받지만 무시해 버린다. 

이제 세르세이에 대한 그의 감정은 예전 같지 않다. 

반란 진압을 거의 다 마쳤을 때 제이미는 파싹 늙어버리고 더 못생겨진 브리엔느를 만난다. 

브리엔느는 산도르가 산사를 인질로 잡고 있고 그가 산사를 죽이지 않도록 제이미 혼자 자신과 함께 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 후 제이미는 현재 실종 상태이다. 


5. 

소설에서 산사는 이어리에서 리틀핑거의 서녀 신분으로 잘 지내고 있다. 

리틀핑거도 산사를 배신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윈터펠에서 산사가 받는 고초를 대신 받고 있는 것은 그녀의 친구이다. 

이 소녀는 킹스랜딩에서 에다드가 사로잡힐 때 라니스터 가문의 포로가 되었다가 타이윈에 의해 가짜 아리아의 신분으로 윈터펠에 온다. 

아리아의 얼굴을 알 만한 사람은 남아나지 않은 상태라 이런 거짓말이 통한다. 

테온은 이 소녀를 데리고 성벽에서 뛰어내리는 건 소설에서도 같다. 

원작 5권에서는 윈터펠 주변에서 유격전을 펼치던 북부군에게 발견되어 스타니스에게 인도되는 부분까지 나온다. 

아샤(야라)와 테온 남매 간의 만남이 이루어지는데, 아샤는 테온이 늙어버린 모습에 놀란다. 


6. 

미르셀라는 암살 시도를 당하여 얼굴에 부상을 입긴 했지만 살아 있다. 

암살 시도는 엘라리아나 샌드 스네이크들이 저지른 일이 아니고 암살을 시도했던 돈의 기사는 달아난 상태라 동기를 알 수 없다. 

어쩌면 바리스의 끄나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바리스는 타가리옌 왕조의 복귀를 예비하기 위해 웨스테로스에서 안정되어가는 정국을 다시 혼란으로 몰아가고자 노력  중이다. 

그렇다, 소설에서 바리스는 티리온과 함께 떠나지 않고 킹스랜딩에 남아 있다. 

내내 보이지 않다가, 소설 5권의 에필로그에 등장하여, 

세르세이의 어리석은 정치에 의해 혼란에 빠졌던 정국을 수습해 가고 있던 케반 라니스터(타이윈의 동생)를 암살한다.  

미르셀라의 죽음은 지나친 잔인함이었다고 본다. 


7. 

소설에서 대너리스는 드로고와 꽤 오래 함께 머문다. 

드로고가 잡아 먹는 동물들의 남는 고기를 먹으며 연명하다가 이러다간 안되겠다 싶어 드로고를 뒤로 하고 혼자 길을 떠난다. 

도트락 인들을 만나는 장면에서 원작의 5권은 끝난다. (바리스가 등장하는 에필로그를 제외한 본문의 끝)

도트락인들은 대너리스의 전남편 드로고가 죽은 다음 여러 무리로 흩어졌는데, 그 중 한 무리이다. 

이 무리는 자코라는 이가 이끌고 있는데, 자코와 그 부하들은 드로고가 죽을 즈음에 대너리스가 보호하던 소녀 한 명을 강간하고 죽인다. 

대너리스는 이 일 때문에 자코에게 저주를 내렸다. 

이런 전력이 있기 때문에 대너리스에게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지 궁금하다.


8.

존 스노우. 

아마 드라마 작가들은 피의 결혼식 같은 충격적인 장면들이 시청률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모양이다. 

하지만 시즌 5의 마지막 장면으로 이와 같은 암울한 장면을 넣는 것은 시청자에 대한 예의가 아니지 않을까? 

다른 시즌들의 경우엔 해방된 노예들에게 떠받들려 지는 대너리스의 모습이나 새로운 도시를 향해 바다를 건너가는 아리아의 모습 같은 장면들로 마무리를 했었다. 

시즌 5의 마지막회는 지나치게 암울한 장면들로 채워져 시청자들을 좀 지치고 허탈하게 만들었다는 생각이 든다. 

소설에서도 존은 공격을 당한다. 

하지만 그 공격은 야인들에 대한 포용정책 때문이 아니라, 램지 볼튼의 편지를 받고 남쪽으로 공격을 하러 가겠다고 한 때문이었다. 

존은 자발적으로 자신과 같이 갈 사람만 가자고 말하여 야경대가 공식적으로 영주들 간의 분쟁에 끼어드는 모양을 피하려고 한다. 

하지만 그건 억지이고, 존이 이제까지 지켜오려고 했던 원칙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야경대의 운명을 매우 위험하게 만드는 일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눈물을 흘리면서 존을 찌르는 자들의 명분에는 조금 더 명분이 있다. 

이 어둠 속의 단도들은 멜리산드레가 존에게 경고해 오던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원작에서 아직 존이 죽었는지 여부는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드라마에서는 피가 흥건하지만 아직 완전하게 결론이 난 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존 스노우의 죽음은 에다드나 캐틀린, 롭 스타크의 죽음과는 좀 다르다. 

에다드나 캐틀린은 기성세대로서, 이미 완성된 인물들이었다. 

롭 스타크는 원작에서 제3자의 시각으로만 그려지고, 비교적 전형적인 스타일의 인물이었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존이나 아리아, 티리온, 대너리스, 이런 인물들이 갑자기 죽는다면, 그건 이어져 가던 이야기가 중간에 갑자기 끊겨 버리는 것과 같다. 

현실에서는 그런 일들이 벌어지지만, 문학 작품은 현실과 동일할 수가 없다. 

피의 결혼식은 프레이 가문과의 파혼과 그레이조이 가문의 기습, 라니스터와 티렐 가문의 연합 등으로 인해 악화되어 가던 상황이 폭발한 것이다. 

존은 5권까지 진행되는 원작 전체를 통하여 고통과 시련을 통해 성숙해져 가던 캐릭터였다. 

그는 어려운 상황에서 용기와 지혜를 발휘했고 상반되는 가치 속에서 균형을 맞추어 가고 있었다. 

그런 캐릭터가 갑자기 퇴장하는 것은 막장드라마에서나 일어나는 일이다. 

현실에서는 꼭 그렇지 않더라도 문학 작품에서 노력과 미덕은 보상받아야 하고 운명에 패배를 하더라도 그 과정이 충분히 우아하게 전개되어야 한다. 

이런 이유들로 나는 존의 운명이 이것이 마지막이 아니라고 믿고 있다. 

그리고, 원작의 제목인 얼음과 불의 노래에서 존이 없다면 얼음의 노래 쪽을 대변할 등장인물이 딱히 없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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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로 원작소설과 비교를 해 가면서 드라마 리뷰를 하고 있습니다. 드라마를 보신 분이라는 전제 하에 쓴 글이므로, 당연히 드라마를 안 보신 분께는 스포가 되겠습니다.

1.

스타니스과 시린의 이야기는 아마 반감을 갖는 사람들이 많을 듯하다. 

나로서도 너무 많이 나간 것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주인공들을 가차없이 처리하는 것이 왕좌의 게임의 특징이라고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스타니스가 딸을 희생시키는 장면은 뭔가 금도를 넘어섰다는 느낌이 든다. 

지난 번에 한 번 말한 적이 있지만, 드라마의 작가들은 종교적 독선에 대한 반감을 깊게 갖고 있는 듯이 느껴진다. 

스타니스의 결정은 사실, 신의 뜻에 복종하기 위해 아들을 제물로 바치려고 했던 아브라함의 결정과 크게 다르지 않다. 

여호와가 개입하지 않았다면 이삭의 목숨은 아버지에 의해 끊어졌을 것이다. 

스타니스가 신의 뜻을 알 수 있는 것은 멜리산드레를 통해서 뿐이다. 

신이 인류를 어둠의 세력으로부터 구원하는 영웅이 되는 댓가로 딸의 목숨을 요구한다면? 

전 부대가 눈 속에서 굶어 죽을 상황에서 딸을 속죄양으로 바치는 것 외에 탈출구가 없다면? 

하지만, 시린이 단순히 목숨을 잃는 것이 아니라 처형방법 중에서도 가장 고통스럽다는 화형으로 죽음을 당하는 장면은 아무리 드라마라고 해도 이래도 되는 건가 싶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아브라함과 이삭

소설의 버전을 소개하자면, 전에 말했듯이 스타니스의 부인과 딸은 몇몇 호위기사들과 함께 장벽에 남아 있다. 

멜리산드레 역시 존 옆에 남아 있다. 윈터펠에서의 전투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일이 장벽에서 벌어질 것이라고 그녀는 믿고 있다. 

다보스도 스타니스 곁에 없다. 

그는 북부의 유력한 영주인 화이트하버의 맨더리 가문을 회유하는 임무를 수행 중이다. 

스타니스 부대의 사정은 절박하다. 

눈에 가로막혀 오고가도 못하는 상황이고 식량은 떨어져가고 있다.  

드라마에서는 램지의 기습에 수백마리의 말이 죽은 것으로 나오지만, 소설에서는 이미 식량이 부족해 말들을 다 잡아 먹은지 오래다. 

스타니스에 의해 처형을 당하는 것은 추위와 굶주림으로 죽은 사람의 인육을 먹은 병사들이다. 

이런 참경은 소설 속에선 스타니스가 윈터펠로 진군하는 길에 포로로 잡은 테온의 누나인 아샤(드라마에선 야라)의 눈으로 그려진다. 

스타니스는 패배의 조짐을 느끼지만,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다. 

부하기사 한 명을 북쪽으로 돌려 보내면서, 자신에게 안 좋은 일이 생긴다면 시린을 후계자로 내세우고 브라보스의 강철은행에서 돈을 빌려 용병을 고용하고 끝까지 저항하도록 명령한다. 

(드라마에선 스타니스와 다보스가 장벽으로 오기 전에 강철은행을 방문하여 돈을 빌리고 용병을 고용한다. 

원작에선 세르세이한테서 빚을 상환받기 어려워진 강철은행에서 스타니스한테 돈을 대신 받아낼 전망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사절을 파견한다. 

이 사절은 장벽에서 존을 만나 겨울을 날 식량을 구할 돈을 대출해 주는 협상을 하고 난 다음에 스타니스 진영까지 찾아온다. 

스타니스는 자기 부하를 이 사절과 동행하여 귀환시킨다.

이런 장면은 아직 출간되지 않은 6권 중 맛보기로 공개된 부분에 나오는 내용들이다.)


2. 

도란 마르텔의 말을 듣지 않는 엘라리아 샌드는 오버린의 정부이다. 

소설 속에서는 엘라리아의 비중이 크지 않다. 

대신 도란의 딸이자 상속자인 아리안느가 엘라리아와 비슷한 역할을 한다. 

그녀는 미르셀라를 해치는 대신, 미르셀라를 여왕으로 세워 반란을 일으키려고 하다가 도란에 의해 제지된다. 


3.

브라보스에 온 메린 트란트 경은 킹스가드 중 한 사람이다. 

에다드가 킹스랜딩에서 체포될 당시 아리아의 신병을 확보하는 임무를 맡았었는데, 

아리아의 검술 스승인 시리오 포렐이 그의 앞을 막아서서 아리아가 탈출할 수 있는 시간을 벌어 주었다. 

그가 죽는 장면은 나오지 않았지만, 메린이 멀쩡한 것으로 봐서 시리오가 그의 손에 죽었을 거라는 게 아리아의 생각이다. 

그 때문에 메린은 아리아가 외우는 살생부에 올라 있었다. 


4. 

대너리스의 검투장 장면은 드라마 제작진이 상당히 공을 들인 모양이다. 

괜찮게 연출이 된 것 같다. 

대너리스와 그 남편과(이름이 너무 복잡) 다리오와 티리온이 대화를 나누는 장면도 괜찮았고, 

조라의 분투도, 하피들의 등장도, 막바지에 몰린 대너리스가 미산데이의 손을 잡고 눈을 감는 장면도, 드로곤이 피에 물든 입을 벌려 대는 장면도 좋았다. 

하지만 원작과는 여러 상황이 달라, 일종의 가상역사를 소개하는 뜻에서 원작 내용을 소개하고자 한다. 


원작에서 대너리스는 융카이를 비롯하여 그녀의 노예해방 때문에 손실을 입은 세력들이 연합한 군대에 포위되어 있는 상황이다. 

대너리스는 유서 깊은 귀족가문의 수장인 히즈다르를 남편으로 맞아들이는데, 그가 약속한 것처럼 하피의 자식들은 활동을 멈춘다. 

이건 히즈다르가 하피의 자식들과 관계를 가지고 있다는 뜻도 되지만 대너리스로서는 바깥의 적을 두고 내부의 분열을 더 이상 견딜 수가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탐탁치 않은 결혼을 받아들인다. 

융카이와도 이미 해방된 노예는 다시 노예로 만들지 않되 대너리스도 노예무역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휴전한다. 

휴전의 보증으로 서로 고위인사를 볼모로 교환하는데, 대너리스는 미린 쪽의 볼모 중 한 사람으로 다리오를 포함시킨다. 

대너리스의 결혼 이후 다리오가 불안정해져서 무슨 일인가 벌일 듯이 위험해 보였기 때문에 좀 떼어낼 필요가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검투사들의 대결은 이 휴전을 기념하는 뜻에서 열린다.

아직 융카이 귀족의 노예 신분인 티리온은 이 행사의 막간 코너에 등장하여 드라마에는 나오지 않는 난쟁이 여자친구 페기와 함께 돼지와 개를 타고 기사 흉내를 내는 공연을 벌인다.
(말을 안 듣는 노예 조라는 우리 안에 갇혀 있는 상태)

이 공연의 반응은 썰렁했는데, 원래 진짜 재미는 이 두 난쟁이가 갑자기 나타난 맹수들 앞에서 쩔쩔 매며 쫓겨다니는 장면에 있었지만, 이 이야기를 우연히 들은 대너리스가 맹수들의 등장을 금지시켰기 때문이다.

티리온은 먼 발치에서 여왕의 모습을 보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물러난다. 

영리한 티리온은 약간 놀라는 기색을 보이는 노예 관리자의 모습만 보고도 앞뒤 사정을 짐작한다. 

한편, 티리온의 퇴장 이후에도 경기는 계속 되는데 그 하이라이트는 최고의 인기를 구가하던 여자격투사가 거대한 멧돼지와 벌이는 대결이었다. 

평소처럼 여자격투사가 원활한 솜씨로 멧돼지를 제압하리라 사람들은 기대했지만 운이 다 했는지 여자격투사는 멧돼지에게 살해당하고 만다. 

드로곤이 나타난 건 이 때였다. 

드로곤은 멧돼지도 구워 버리고 여자격투사의 시체도 불에 구워서 식사를 하려던 참에 경비병들의 공격을 당하고 광분한다. 

아수라장 속에서 대너리스는 드로곤의 등에 오르고, 드로곤은 경기장을 떠나 멀리멀리 날아간다. 

대너리스가 사라지자 히즈다르는 혼자 왕으로 남아 뜻대로 통치할 수 있는 기회를 갖는다. 

융카이는 경기장의 아수라장 속에서 볼모로 잡혀 있던 자기들의 귀족 한 사람이 죽었다는 이유로 자기들이 잡고 있던 볼모 중 한 사람의 목을 베어 사절에게 들려 보내 히즈다르의 면전에 내던진다. 

이어서 사절은 휴전을 유지하려면 너무 위험한 존재인 용들(드로곤을 빼고 갇혀 있는 두 마리)을 죽이라고 히즈다르에게 요구한다. 

히즈다르는 이 요구를 들어주려고 한다. 

하지만 이건 바리스탄이 용납할 수 없는 일이었다. (원작 속에서 바리스탄 옹은 건재하시고, 다리오도 티리온도 없는 원작의 상황에서는 대너리스의 명분을 지켜낼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바리스탄은 대너리스에게 충성하는 이들과 손을 잡고 쿠데타를 일으켜 히즈다르를 잡아 가두고 대너리스가 없는 미린의 섭정 역할을 한다. 

당연히 휴전은 깨지고, 전쟁이 다시 임박한 상황에서 원작 5권은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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