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자체에 대한 줄거리 리뷰와 화면 캡처는 다른 분이 작성하신 아래 링크를 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1.
아리아 스타크가 도착한 도시 브라보스는 전에 이야기했지만 중세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를 연상시킨다.
호수와 바다로 둘러싸인 지형도 그렇고, 자유로운 분위기, 상업의 번성 등도 공통적이다.
브라보스의 철자는 braavos인데, bravo란 영어 단어는 자객이나 난폭한 건달 등을 일컫기도 한다.
브라보스의 뒷골목에는 난폭한 사내들이 칼을 차고 다니면서 시비거리가 생기면 결투를 곧잘 벌인다고 한다.
중세 베네치아와 마찬가지로 브라보스도 종교에 관용적이라서 여러 종교가 제약을 받지 않고 활동을 하고 있다.
아리아가 도착한 신전은 다면신, 즉 여러 얼굴의 신(many faced god)를 믿는 곳이다.
이 신에 대해서는 다음 화 리뷰에 좀 더 자세하게 쓰고자 한다.
아리아가 만나는 흑인은 원작소설에서는 '친절한 사람'이라는 별칭으로만 불린다.
이름을 갖지 않는 것도 이 종교의 한 특징이다.
자기를 버리고 신의 의지에 따르는 것이 이 종교의 신자에게 요구되는 것이다.
발라 모굴리스, 발라 도하에리스는 모든 사람은 죽는다, 모든 사람은 섬겨야 한다 는 뜻인데, 이 종교와 연관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드라마에서 그렇게 친절하게 보이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자신의 의지를 없애고 신에게만 봉사하려는 자가 친절한 것은 자연스러운 일일 수도 있다.
다면신을 믿는 사람들은 얼굴없는 자들(faceless men)이라고 불리는데, 자신의 얼굴을 바꿀 수 있는 기술이 있다.
이 기술은 자켄 하가르가 한 번 선보인 적이 있는데, 이번에 다시 선을 보였다.
하지만 원작소설에서 자켄 하가르의 얼굴로 바꾸지는 않는다.
나름대로 브라보스에서 자리잡고 사는 '친절한 사람'이 굳이 자켄 하가르의 얼굴로 변신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
아리아를 위한 서비스는 아닐 것이고, 아마 자켄을 좋아했던 시청자들을 위한 서비스가 아닐까 한다.
하지만 옛날의 자켄과 같은 사람으로 혼동하는 시청자도 있지 않을까 싶다.
소설에서는 첫 대면 때 아리아에게 썩어가는 해골의 모습을 보여주는 장면이 나온다.
아리아는 해골 눈에서 구더기를 꺼내 씹는다.
본모습으로 돌아간 '친절한 사람'은, 무서워 하지 않는 사람들은 봤지만
구더기를 먹은 사람은 그동안 없었다고 아리아에게 말해 준다.
2.
산사와 리틀핑거는 원작소설과 계속 다른 길을 가고 있어서, 뭐라 덧붙일 말이 많지 않다.
물론 브리엔느와 마주치는 장면도 소설 속엔 없다.
소설 속의 브리엔느는 아리아도, 산사도 종적을 찾지 못하고, 진전이 없는 임무에 괴로와하면서 방황할 뿐이다.
또한 포드릭도 작고 말이 없는 소년으로 묘사되고 있어서, 이 커플의 분위기는 소설과 드라마가 꽤 다르다.
난 드라마에서는 'Brienne the Beauty'가 자꾸 함부로 살인을 하는 듯한 느낌이 들어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하지만 브리엔느가 빨리 빠져나오지 않았다면 리틀핑거가 입막음을 하려고 했을 테니 어쩔 수 없긴 했을 것 같다.
소설 속의 브리엔느는 죽여 마땅한 사람들을 죽이고도 자책을 느낀다.
3.
미르셀라는 스타니스의 공격 앞에 킹스랜딩이 바람 앞의 촛불과 같은 처지일 때 티리온에 의해 돈에 보내졌다.
강력한 적들을 앞에 두고 동맹을 구하려는 의도이기도 했고, 킹스랜딩이 점령당하더라도 라니스터의 핏줄을 보존하기 위한 것이기도 했다.
하지만 세르세이는 자기 곁에서 미르셀라를 떼어내는 것에 대해 반대했었고, 티리온을 더 미워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돈과 라니스터 가문은 원래 원한이 있었지만, 오베린의 죽음으로 인해 분위기는 더 험악해졌다.
4.
제이미와 브론 커플은 소설 속에선 그다지 끈끈하지 않다.
세르세이는 티리온의 편을 없애기 위해 브론을 회유하고자 롤리스 스토크워스와 약혼시킨다.
브론 옆에 걸어가는 예쁘장한 아가씨가 롤리스이다.
롤리스 스토크워스는 작긴 하지만 귀족 가문의 둘째딸이기 때문에 브론의 입장에서는 신분 상승의 기회이다.
하지만 롤리스에겐 언니가 있고 언니와 형부가 노쇠한 어머니의 상속자이기 때문에, 브론에게는 다른 기회가 더 필요하다.
롤리스는 스타니스의 침공을 앞두고 킹스랜딩에서 폭동이 일어났을 때 군중들에게 겁탈을 당하고 아이를 밴 상태다.
이건 좀 나중의 이야기지만, 롤리스가 아기를 낳았을 때 롤리스의 어머니는 아기의 이름을 타이윈이라고 붙일 수 있게 해달라고 청했다가 거절당한다.
그러자 브론은 아이의 이름을 티리온이라고 짓는다.
5.
웨스테로스 남쪽 끝에 있는 돈은 덥고 태양이 강하며 사막과 산지가 많은 땅이다.
와인이 유명하고 사람들은 정열적이다.
웨스테로스의 일곱 지역 중에 가장 인구가 적지만, 인종과 문화가 다른 지역과 많이 다르고 독립성이 강하다.
아에곤 타르가리옌 1세가 다른 왕국들을 점령한 후에도 100년이 넘게 독립을 지키다가 혼인을 통해 합병되었다.
웨스테로스 대륙 안의 도르네
돈의 특이한 관습 중 하나로 영주의 상속권에 있어서 아들과 딸이 동일한 권리를 갖는다.
예전에 타르가리옌 가문의 관습이라고 잘못 쓴 적이 있었는데, 돈의 관습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돈의 관습대로라면 누나인 미르셀라 바라테온이 토멘 왕보다 우선적인 계승권을 가진다.
돈의 관습을 칠왕국에 적용할 수는 없는 일이기 때문에 현실적이지 않은 이야기지만, 복수를 바라는 돈 사람들은 미르셀라를 여왕으로 내세워 반란을 일으키고 싶어한다.
미르셀라 같은 어린 소녀를 죽여 복수한다는 이야기는 소설에선 나오지 않는다.
티리온도 펜토스에 있을 때 돈에 가서 미르셀라를 여왕으로 세우는 일에 대해 생각한 적이 있다.
이 생각을 들은 일리리오는 티리온에게 미르셀라를 죽이고 싶냐고 되묻는다.
티리온은 미르셀라를 죽이려는 게 아니라 여왕으로 만들려는 거라고 항변했지만, 사실상 같은 이야기라는 것을 곧 깨닫는다.
타르가리옌 왕조가 무너질 때 그레고르에게 잔인한 죽음을 당한 왕세자비 엘리아 마르텔은 오베린과 이번에 새로 등장한 도란의 여동생이다.
돈의 영주 도란은 그레고르에게 두 동생을 모두 잃은 셈이지만 돈의 국력이 반란을 일으킬만큼 강하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다.
6.
대너리스가 해방노예를 처형하는 에피소드는 소설에서는 나오지 않지만 괜찮은 각색이었다고 생각한다.
이 에피소드는 롭 스타크가 카스타크의 영주의 목을 벤 일과 닮았다.
카스타크의 영주는 전쟁터에서 잃은 아들의 복수를 하고자 포로로 잡혀 있던 라니스터 가문의 어린 귀족들을 죽인 댓가로 벌을 받는다.
다만 카스타크가 무고한 소년들을 해친 반면, 대너리스가 처형한 해방노예는 무고한 자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법을 어기고 살인을 했다는 이유로 대너리스는 롭 스타크와 비슷한 결정을 내리고 실행한다.
그것은 정당한 행동이긴 하지만, 정치적인 손실을 감수하는 일이다.
대너리스를 향해 탄원하다가 처형의 순간 입을 앙다물고 뱀과 비슷한 소리를 내는 해방노예들의 모습은, 정치가가 자신들의 기대를 저버릴 때 보이는 대중의 반응을 연상시킨다.
해방노예들이 아직 어머니라고 부르는 대너리스에 대한 믿음을 완전히 저버린 건 아니다.
그들의 분노는 옛 노예주들을 향해 표출되고, 대너리스는 법이 평등하게 적용된다는 원칙을 보여주고자 했지만 오히려 더 심해지는 갈등과 분열을 보게 된다.
신념에 충실하거나, 현실에 타협하거나, 두 가지 길밖에 없어 보이는 상황에서, 훌륭한 정치가들은 창조적인 대안을 만들어낸다.
아직 대너리스는 그런 수준에 이르지는 못했다고 봐야 할 것이다.
바리스탄은 명예로운 기사로서 원칙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역할을 하는 좋은 신하이지만, 그 역시 정치가는 아니다.
7.
퀴번은 살아있는 사람의 몸을 해부했다는 이유로 마에스터(현사) 자격을 잃고 용병대를 따라다니다, 팔을 잃은 제이미를 호송하면서 킹스랜딩으로 들어와 세르세이의 눈에 들었다.
이제 바리스의 뒤를 이은 정보담당관이 되었다.
퀴번은 이제 방과 실험기구는 물론 연구의 재료까지 후원을 받게 될 것이다.
8.
소설 속에서 세르세이는 타이윈의 동생 케반 라니스터와 제이미에게 핸드가 되어 달라고 요청하지만 두 사람 다 거절한다.
자리를 티렐 가문에 양보하여 동맹을 굳게 만들라는 것이 그들의 조언이다.
아직까지 불안한 정세 속에서 두 가문의 동맹이 중요할 수밖에 없지만, 마아저리 왕비에 대한 질투와 티렐 가문에 대한 의심으로만 가득 차 있는 세르세이에게 그런 정치적 식견은 없다.
케반은 세르세이에게 왕의 섭정 지위를 포기하고 캐스틀리 록(라니스터 가문의 영지)으로 돌아가도록 권하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자 스스로가 킹스랜딩을 떠난다.
9.
윈터펠의 영주 자리에 대한 제안은 존 스노우에게는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일이었을 것이다.
소설 속에서 존은 이 제안을 두고 한참 고민한다.
가정을 이루고 자식을 낳아 키우는 영주의 삶은 춥고 쓸쓸하고 불량배 출신의 거친 남자들만 주변에 있는 나이트워치의 삶과는 전혀 다를 것이다.
다 자식들이 죽거나 사라진 스타크 가문의 대를 잇고 스타니스와 함께 복수도 할 수 있을 것이다.
스타니스와 멜리산드레와 힘을 합쳐 야인들을 동맹자로 삼고 장벽 너머에서 내려올 백귀들에 맞설 수도 있을 것이다.
스타니스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윈터펠의 영주가 되는 일은 존에게 명분과 현실이 모두 따르는 일이었다.
하지만 존은 마음을 정한다. 그것은 단지 나이트워치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것만은 아니었다.
존은 자기가 스타크가 아니라 스노우라는 것을 상기한다.
소설에서 이 부분은 명확하게 논리적으로 설명되지는 않는다. 아무튼 존은 결심하고, 거의 실현될 뻔한 자신의 기회들에 작별을 고한다.
난 명분을 따라 명쾌하게 결심하는 존보다, 이렇게 자신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존의 모습이 좋다.
존이 나이트워치의 대장이 되는 것은 그 결심을 하고 난 직후다.
나이트워치의 많은 대원들이 죽었지만 아직 경력과 명성과 능력이 뛰어난 유력한 후보들이 있었다.
소설 속에서 존은 유력했던 두 후보(알리서는 아니다)가 서로를 싫어한 나머지 상대방보다는 존이 차라리 낫겠다고 포기한 결과로 예상하지 못한 상태에서 대장에 선출된다.
앞으로 존은 나이트와치의 로드커맨더로서 스타니스와 협상할 일이 많이 생긴다.
"넌 마치 대구를 파는 노파처럼 흥정을 하는구나.
네드 스타크가 어떤 어부의 아내라도 만나서 널 낳은 거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