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좌의 게임 리뷰이고, 스포일러로 가득합니다.

줄거리 소개는 약합니다. 줄거리는 링크한 블로그를 참고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사진도 많고 글도 재미있을 뿐더러 자막까지 첨부를 해 놓으셨네요. 


1.
원작에서 랜딜 탈리는 킹스랜딩의 소의회에 참여하고 있다. 
하지만 드라마에서는 고향 땅에 머무르고 있다가 돌아온 아들 샘웰을 괴롭힌다. 
어쨌든 남쪽 사람들에게 백귀 이야기는 먼 나라의 오래된 전설일 뿐이다. 

옷이 날개. 아니 그보다는 헤어스타일?
길리 역을 맡은 배우의 복장이 바뀐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대너리스 정도 말고는 길리가 여자 캐릭터 중 가장 예쁜 듯. 
길리는 십자가에 사람을 못박거나 불태우지도 않고, 자신감이 좀 부족한 남자친구를 북돋아주기도 한다. 
하지만 그런 여자친구를 두려면 백귀 하나 정도는 잡아야 한다. 
적어도 무서운 아버지에게 반항할 용기 정도는 있어야 한다. 
이 두 사람은 왕좌의 게임에서 드물게 착하고 소박한 캐릭터들이라 정이 간다. 
특히 길리는 갈수록 매력이 커지는 듯 하다. 

2. 
연극은 어설픈 막장드라마처럼 보이지만, 세익스피어도 이런 분위기에서 대본을 쓰고 극단주 노릇도 했을 것이다. 
크레인이라는 여배우가 홀로 진지한 연기로 사람들 마음에 울림을 주었던 것처럼, 교양 없는 관객들을 위해 만들어진 자극적인 신파극 속에 뜻밖의 카타르시스를 불어일으키는 대사나 장면들이 섞여들어가곤 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 연극을 보면 티리온이 정말 악당 같다. 

3. 
원작보다 진도를 앞서 나가다 보니까 예상할 수 없는 줄거리를 만나는 즐거움이 있다. 
하이스패로우가 죽던가 뭔가 피바람이 날까 걱정했는데 일단은 평화로운 일단락. 
프랑스혁명 때 민중들은 가로등에 밧줄을 걸어 원성이 높던 귀족을 목매달고 주머니칼로 용병대장의 목을 잘랐다. 
왕은 궁전에서 끌려 나오고 근위병들은 무참히 학살당하거나 민중과 어울려 술을 마셨다. 
그동안 왕이나 대귀족들이 하이스패로우를 못 건드리는 것이 좀 안 와 닿았었는데, 이번에 티렐 가문 병사들을 군중이 에워싸는 모습을 카메라로 잡은 장면은 효과적이었던 것 같다. 
하이스패로우가 하는 말들, 기독교적 가르침과 그의 소탈하면서도 강인한 성품이 귀족과 평민들의 마음을 사는 것은 이해가 간다. 
왕비라고 하더라도 신 앞에서는 똑같은 죄인이고 똑같이 속죄를 해야 한다는 것은 기독교적이면서도 계급의 질서를 전복시킬 수 있는 평등의 사상이기도 하다. 
제이미는 철왕좌에 앉은 사람은 자기 뜻대로 해야 한다고 하지만 하이스패로우는 신의 법이 더 상위에 있으며 왕이라고 해도 그 법에 따라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이 변질되면 이단을 배척하는 광신이 되겠지만,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약육강식의 세계에서 많은 사람들이 동의할 수 있는 정의를 추구하는 무기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하이스패로우가 혁명가라고 하기엔 그가 해결하려는 문제나 사회의 모순 같은 것은 그다지 그려지지 않았고 동성애 얘기 같은 게 나오면서 테마가 더 흐려진 것 같다. 
신의 뜻을 따른다는 것은 현실 너머의 이상을 추구하는 좋은 무기로도, 신의 뜻이라는 이름으로 편협한 윤리를 강제하는 나쁜 무기로도 사용될 수 있다. 
하이스패로우가 추구하는 세상은 아직 분명하지 않아 보인다. 
어쨌든 킹스랜딩의 시민들로서는, 젊은 왕과 인기 있는 왕비가 하이스패로우와 나란히 서고 귀족들이 당황해 하는 모습이 상당히 시원스러웠을 것이다. 
다만, 원작소설에서는 여러 번 이야기했지만 하이스패로우는 많이 두드러지지 않는다. 

4.
프레이 가문은 강을 건너는 길목 양쪽에 쌍둥이 성을 쌓아두고 통행세로 부를 쌓아올린 신흥귀족이다. 
그들의 가문 문장도 쌍둥이성의 모습이다.  
신흥귀족이라 그런지 다른 가문들로부터 멸시를 받는 것에 대해 민감하다. 
피의 결혼식의 명분도, 롭이 결혼 서약을 깨어 자기 가문을 모욕했다는 것이었다. 

5. 
세르세이와 완전히 한편이 되어 있어 하이스패로우를 없앨 궁리나 하고 있는 제이미의 모습은 역시나 마음에 들지 않는다. 
예전의 입체감이나 매력은 사라지고 그냥 평면적이 인물이 되어 버린 것 같다. 

6.
대너리스. 열심히 소리를 지른다. 
도트락인들은 몰라도 나로서는 그다지 공감가진 않는다. 
도트락인들에게 웨스테로스를 약탈할 자유를 주겠다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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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드라마와 원작의 차이점 중 하나는, 상당히 거리가 멀어서 원작에서는 이동하거나 소식이 전해지는 데 한참 걸리는 장소들을 드라마에서는 사람들이 쉽게 옮겨다닌다는 것이다. 
아린의 영지 베일에 있었던 리틀핑거가 한 회 만에 장벽 근처의 몰스타운으로 오는 일은 원작에서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거기다가 군대를 동원하고 행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만만치 않았을텐데 모아트카일린까지 베일의 군대가 진군했다는 것도 좀 이상하다. 
몰스타운은 길리가 피신해 있다가 야인들의 습격을 받고 이그리트의 도움으로 겨우 살아났던 마을이다. 드라마에서는 마을 주민들이 거의 다 죽고 폐허가 된 것으로 나온다. 
모아트카일린은 강철군도 사람들이 지키고 있다가 테온에게 설득당하여 볼튼 가문에게 내준 성이다. 모아트카일린은 남부에서 북부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좁은 길목을 지키고 있는 성이고 남쪽으로부터의 공격에는 난공불락으로 알려져 있다. 

리틀핑거가 전하는 소식 중에 블랙피쉬가 툴리 가문의 수도인 리버룬 성을 되찾았다는 소식이 나온다. 
원작에서 리버룬 성은 피의 결혼식 이후에도 항복하지 않고 반란 세력으로 남아 있다가 제이미 라니스터에 의해 점령당한다. 
블랙피쉬는 피의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고 리버룬에 남아 있다가 롭의 죽음 이후에도 프레이와 라니스터 가문의 포위군에 맞서 성을 지켰다. 그러다가 제이미가 와서 포로로 잡고 있었던 에드무어 툴리를 성 안으로 들여 보내 항복하도록 만드는 바람에 혼자 탈출한다. 제이미는 리버룬이 항복할 때 블랙피쉬는 야경대에 들어간다는 조건으로 에드무어와 협상했지만 에드무어가 뒷통수를 친 것이다. 블랙피쉬의 그 이후의 행방은 아직 모르는 상태다. 

2. 
브라보스는 중세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와 많은 점이 닮았다. 
왕과 귀족 뿐 아니라 대중이 함께 즐기는 연극이 유행하고 프로페셔널한 극단들이 있는 것도 웨스테로스 분위기와는 좀 다르다. 
원작에는 여러 극단이 서로 경쟁을 하고 있고 그 중의 한 극단에서 아리아가 배우가 되어 생활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3. 
숲의 아이들이 백귀들을 만들었다는 설정은 원작에선 아직 보지 못했다. 
웨스테로스 대륙은 처음에 숲의 아이들의 땅이었는데 인간들이 동쪽에서 넘어오면서 두 종족 간의 전쟁이 벌어졌다고 한다. 
숲의 아이들은 종족이 멸망당할 수도 있는 위기였으니 인간들에 대항하기 위해 백귀를 만들었다고 해서 비난하긴 어려울 것이다. 

4.
킹스무트. 강철군도의 왕을 뽑는 행사이다. 
보통은 무난하게 아들로 왕위가 상속되었기 때문에 킹스무트가 열린 것은 까마득한 옛날 일이라고 한다. 
원작에서는 모일 수 있는 사람은 다 모여 떠들썩하게 벌어지는 행사인데 드라마에서는 좀 조촐하게 묘사되었다. 
왕위에 도전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나설 수 있으며 자기의 정책 비전을 연설하고 선물을 풀어놓는다. 
원작에서는 테온이 아직 윈터펠에 있을 때 킹스무트가 열리고 몇몇 들러리들이 분위기를 고조시키지만 주된 경쟁자는 발론왕의 딸 아샤와 그녀의 삼촌인 빅타리온이었다. 이 때 아샤는 전쟁은 가망이 없으므로 북부인들과 적당한 조건으로 화친을 맺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빅타리온은 이에 반대하면서 대립이 심해진다. 하지만 드라마에서와 비슷하게 유론이 나타나 판을 뒤집는다. 
유론은 낯선 이국에서 모아들인 값진 재화들을 뿌려 선물에서도 앞서고 드래곤의 힘으로 웨스테로스를 정복하겠다는 원대하고도 그럴 듯해 보이는 비전으로도 앞선다. (원작에서는 드래곤을 복종시킬 수 있다는 거대한 뿔피리도 등장한다.)
원작에서 아샤는 달아났다가 윈터펠로 행군하던 스타니스에게 포로로 잡힌다. 반면 빅타리온은 유론에게 일단 굴복하고 그의 명을 받아 함대를 이끌고 미린으로 항해한다. 
드라마에선 빅타리온이 등장하지 않으니 유론이 직접 대너리스에게로 갈 것 같고, 스타니스는 이미 죽었으니 아샤가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다. 
참고로 원작에서 유론은 자기 형인 발론을 죽였다고 떠들지 않는다. 발론 왕은 공식적으로는 폭풍 때문에 바다에 떨어진 걸로 되어 있다. 물론 정황 상 유론의 짓인 건 거의 분명해 보인다. 
원작에서 유론은 애꾸눈이고 추방당한 기간 동안 몰고 다니던 자기 배의 선원들의 혀를 모두 잘라 벙어리로 만들었으며 알려진 세상의 가장 먼 끝까지 가서 많은 것을 보고 수많은 약탈을 저질렀다고 한다. 예측하기 힘들고 위험한 사내로 등장하는데 드라마 상의 인물은 좀 순한 인상이다. 



킹스무트에서 유론이 내어놓은, 세계 각지에서 약탈한 보물들


5.
강철군도는 드라운드 가드(Drowned God)를 믿는다. 번역을 하면 '익사한 신'이 되어 좀 어색한 느낌은 있다. 
강철군도 사람들은 한 번 죽은 자는 다시 죽지 않는다는 구호를 즐기는데, 이들의 세례 의식에선 드라마에서처럼 실제로 신자를 물에 담궈 정신을 잃게 만든다. 
그리고 나서 꺼내어 인공호흡 같은 조치를 해서 부활시킨다. 
현재 드라운드 가드를 믿는 최고 사제는 발론의 막내동생인데, 이제까지 부활에 실패한 신자가 한 명도 없을 정도로 기술(아니면 믿음?)이 좋다고 한다. 
(서툰 사제가 정말로 신자를 익사시키는 불상사도 가끔 일어나곤 한다.)
다만, 원작에서 유론은 세상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온갖 종교를 접해 보았고 그 종교들이 자신이 약탈한 자들을 구원하지 못하는 걸 보고는 무신론자가 되었기 때문에 세례를 받지도 않는다. 

6. 
토르문드가 브리엔느를 자주 쳐다보는 것을, 쟤랑 나랑 싸우면 누가 이길까, 하고 견주어 보는 것으로 봤는데, 눈 밝은 여러 분들은 썸을 느끼시는 모양이다. 

7.
호도르. hold the door. 
충격적이기도 하고 짠한 느낌도 들지만, 명쾌하게 사정이 이해되지는 않는다. 
노인은 백귀들이 올 것을 알면서도 왜 브랜을 과거로 데려간 것일까?

과거의 호도르에 브랜이 들어간 이유는 무엇일까? 브랜이 이후 호도르에게 받게 된 많은 도움들을 위해 이루어진 섭리나 운명인 것일까?

이 장면을 다시 보았는데, 처음 봤을 때보다는 더 감정의 울림이 있었다. 
브랜은 과거의 호도르 안으로 들어간 게 아니었고 호도르가 정신을 잃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호도르의 정신에 전달된 것은 미래에서 들려온 미라의 목소리였고, 그것은 미래에 결정된 운명으로부터의 부름이었다. 
드라마 안의 다른 사람들이 모두 저마다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게임을 벌이는 동안 호도르는 드라마의 처음부터 현재까지 계속 호도르만 외쳐 왔다. 그 호도르의 뜻이, 소명이었다니. 그가 원하지 않았던 사명이 그의 안으로 들어와 그의 삶의 하나뿐인 테마가 되어 버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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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존 스노우가 에드에게 일을 떠넘기고 떠나려고 하는데, 앞으로 뭘 하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일단 나이트워치가 지겨워져서 떠나고 보려는 걸까? 
야경대원들의 서약(원문 링크)은 죽는 날까지 임무를 담당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면 존은 한 번 죽었기 때문에 야경대원의 서약에서 빠져나갈 길도 생긴 셈이다. 
하지만 그동안 존은 책임을 위해 어찌 되었든 최선을 다하는 스타일이었다. 
원작소설에서는 존이 나이트워치의 사령관으로서 고심하는 장면들이 꽤 길게 나오기 때문에 더 그런 인상이 강하다. 
이그리트가 죽으면서 마지막 남긴 것도 "You know nothing"이었고 멜리산드레나 다른 사람들도 공교롭게도 같은 말을 계속 존에게 한다. 
그건 아마 부족한 정보와 지식을 갖고 상반되는 가치의 딜레마 속에서 누군가를 위해 다른 누군가를 희생시키는 결정을 내려야 하는 리더의 처지를 강조하기 위한 효과가 아닐까 한다. 
존은 여러 가지 암울한 제약사항(다가오는 겨울, 부족한 병력과 식량, 야인들과 나이트워치 간의 반목 등등)들 속에서 한계를 느끼면서도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판단을 내리고 실행해 간다. 
백귀들이 곧 들이닥칠 장벽의 수호를 에드에게 맡겨 두고 떠난다는 것은, 그리고 항변하는 에드에게 자기가 그동안 최선을 다했었다는 말로 변명하는 모습은 아무리 죽음을 한 번 겪은 뒤라고 하더라도 좀 존답지 않다는 느낌이다. 
원작에서는 그래도 나이트워치 대원이 수백명 정도 되어 그래도 하나의 세력처럼 보이는데, 드라마에서는 수십명 정도라 이 사람들이 뭘 하겠나 싶은 느낌도 들기는 한다. (토르네 기사 일당은 수십배의 야인들에 둘러싸인 채 뭘 믿고 반란을 일으킨 걸까?)

오랜 만에 이그리트~


2. 
산사. 
옛날에 참 얄밉게 굴긴 했었지. 
철들어서 이렇게 존과 화해하는 모습은 보기 좋지만, 세월이 많이 지난지라 산사의 예전 모습도 가물가물하다. 
원작에서는 멜리산드레가 존에게 선물이라면서 아리아를 윈터펠에서 구해 오도록 도와 주겠다고 한다. 
이 아리아는 티윈과 볼튼 가문이 스타크 가문의 배경을 얻기 위해 가짜로 만들어낸 아리아다. 
원작에서는 산사 대신 이 소녀가 램지에게 고초를 당한다. 
테온은 멜리산드레가 보낸 인물들(드라마에서는 죽은 걸로 나오는 야인들의 수장 만스 레이더와 몇몇 야인 여자들. 멜리산드레는 마법으로 만스 레이더를 화형시키는 듯이 꾸미고 빼돌렸다.)에게 자극과 도움을 받아 이 소녀를 구한다. 
램지가 존에게 보낸 편지에는 만스 레이더도 램지가 붙잡고 있음이 표현되어 있다. 
원작에서는 산사가 아직 베일에 있으니 두 사람이 만날 날도 아직 먼 것 같다. 

3. 
드라마의 멜리산드레는 좀 힘이 빠졌지만 원작에서는 아직까지 의연한 편이다. 
스타니스를 따라가지도 않았고 시린을 불태우지도 않았다. 
그녀는 원작에서 두 챕터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녀가 혼자 불 속을 들여다 보는 장면도 나온다. 
불 속에서 존 스노우의 모습이 계속 나오는데도 자기가 바라는 구원자가 스타니스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아직 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존에게는 계속 우호적인데 (그렇다고 그 앞에서 옷을 벗고 그러진 않는다) 
윈터펠에 있는 가짜 아리아가 진짜라고 생각하는 것도 불빛 속에서 그녀가 보는 예언의 한계를 보여 준다. 
원작에서 다보스는 형식적으로 볼튼 가문에게 복종하고 있는 맨더리 가문에 스타니스의 사자로 가 있어 멜리산드레나 존과 떨어져 있다. 

4. 
리틀핑거에게는 리틀핑거의 매력이 있다. 
마차에서 내리면서 베일의 수호자 어쩌구 하면서 로버트를 부르는 모습은 든든한 삼촌처럼 보인다. 
베일에서 큰 세력인 로이스경을 위협하여 굴복시키는 장면은 갑작스러운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며 재미있게 연출이 되었다. 
하지만 원작 상의, 또는 중세 유럽과 비슷한 세계관의 관점에서는 현실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어리고 병약한 군주의 섭정이 독자적인 군사력을 지닌 가문의 영주를 굴복시키는 일은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닐 것이다. 
원작에서 리틀핑거는 여러 가문의 영주들과 유력한 인물들의 입장과 성향을 계산하고 그들의 욕망과 두려움을 이용하여 자신의 입지를 강화시켜 나간다. 
리틀핑거가 제자를 가르치듯이 산사에게 그런 책략들을 설명해 주기 때문에 독자들도 그 과정들을 이해할 수 있다. 
드라마 상에서 그런 부분들을 세밀하고 흥미롭게 표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각색을 통해 경제적인 축약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5. 
티리온의 방식은 협상과 실리우선이다. 
협상의 기본 스킬 중 하나는 타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이견은 최소화하고 상호이익이 될 수 있는 공통분모를 넓혀 나가는 것이다. 
하피의 아들들에 자금을 지원했다는 것을 부정하자, 티리온은 알겠으니까 앞으로도 지원하지 말라고 한다. 
티리온의 목적은 평화이지, 적들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 아니다. 
노예제 폐지라는 이쪽의 목적과 노예제 부활이라는 상대방의 목적은 서로 양립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티리온은 너희가 정말 원하는 건 노예제 부활이 아니라 부와 권력을 누리는 것이 아니냐고 말한다. 
노예제가 폐지되어도 불평등을 존재할 것이며 너희는 그 불평등한 세상에서 여전히 주인 노릇을 하면서 지낼 수 있다. 
이상주의자가 보기에는 불쾌한 논리일 수 있겠지만 전쟁을 피하려는 티리온의 입장에선 서로 동의할 수 있는 영역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현실주의자 관점에선, 불평등이 철폐된 건 아니지만 노예제와 노예제가 아닌 체제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는 것이라고 변명할 수 있을 것이다. 
노예주에게 여자들을 안겨 주는 것도, 여자들이 가난한 자유인보다 안락한 노예의 길을 택했다면 티리온 관점에선 좋은 일이다. 
그렇지만 미산데이와 그레이 웜이 계속 티리온을 지지해 줄 지는 의문이다. 
티리온은 청원자들과 이야기할 때도 계단에서 내려와 눈높이를 맞추고 대화한다. 
대등한 처지에서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주고 자기가 원하는 것을 받는 것이 상인들의 방식이고 티리온의 방식이다. 
아마 티리온이 군대의 선봉에 서서 나를 따르라고 말한다면, 그의 키 때문이 아니라 그의 실용주의 때문에 따를 자가 많지 않을 것이다. 
자기 목숨을 위험에 내걸기 위해서는 그냥 여러 사람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 이상의 무엇이 필요하다. 
그래서, 좀 지난 이야기지만, 시즌 2에서 티리온이 킹스랜딩을 지키기 위해 선봉에 설 때 하프맨을 외치며 병사들이 뒤따랐던 장면은 꽤 카타르시스가 있었다. 
실용주의자라고 하더라도 어느 순간엔 깃발을 들고 선봉에 서서 운을 하늘에 맡긴 채 적진에 뛰어들어야 할 때가 있게 마련이다. 

6. 
다리오가 조라에게 당신처럼 늙고 싶다느니 하는 대사 할 때는 오글거렸는데, 이번 화의 장면은 좀 나았다. 
조라의 약점(나이가 많다는 것)을 조롱하는 것이 더 다리오 답게 보이고, 받아치긴 하지만 재치가 부족한 것이 조라 답게 보인다. 
여자의 나신 모양으로 만들어진 단도는 원작 속에도 묘사되어 있는 다리오의 애장품이다. 

대략 이런 모습의 칼?

원작에는 손잡이를 느끼하게 쓰다듬는 다리오의 불량한 모습을 보고 대너리스가 매력을 느끼는 장면이 나온다. 
(착하기만 한 남자는 왕좌의 게임에서 설 자리가 좁다. 하긴 어디에선들.)
조라로서는 수난의 회이다. 
다리오한테 말로 당하더니, 도트락 거주지 안에서는 신나게 두들겨 맞는다. 
조라가 걸린 병이 무력까지 약화시키는 건지, 하필 우연히 만난 도트락 전사가 장군급이었던 건지 모르겠다. 

7. 
하이스패로우가 마아저리에게 말해 주는 회개의 순간은 아주 극적이진 않다.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어느 순간 그것이 역겨워졌다는 이야기 같다. 
동성애나 풍기 문란에 대한 그의 공격성도 그의 개심이 세속적인 향락에 대한 혐오에서 시작된 것에 한 연유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에는 계급적인 시각도 담겨 있다. 
세속적인 향락에 대한 혐오는 그 향락이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에서 빚어져 나오고 있다는 인식에 어느 정도 기인한다. 
그는 귀족들이 가난한 사람들의 시간을 걸치고 신고 다닌다는 표현을 쓰는데 이 표현은 마르크스주의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시장주의적 관점에서 비싼 사치품은 수요와 공급의 행복한 만남일 뿐이지만,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에서는 시간과 노동의 착취의 결과이다. 
하이스패로우에게서는 종교적 근본주의와 약자의 편에 서서 귀족을 공격하는 진보적 입장이 함께 보인다. 
미국 시청자들이라면 하이스패로우가 동성애를 공격하는 공화당원일지 불평등을 비판하는 민주당원일지 아직 판단하기 어려울 것이다. 

8.
마아저리의 멘탈은 강하다. 
적어도 토멘 왕이나 오빠 로라스보다는 훨씬 강하고, 아버지보다는 할머니의 피를 더 많이 받은 듯 하다. 

9. 
세르세이와 제이미가 모처럼 한 건 했다. 
하이스패로우를 대적한다는 명분으로 귀족 세력을 한 데 묶은 것이다. 
서로의 이해관계를 다투던 귀족들은 공동의 적을 앞에 두고 자신들을 지키기로 한다. 
올레나의 말처럼, 누군가 죽어야 한다면 남이 죽는 편이 낫다. 
하이스패로우를 군사력으로 제압하는 건 아마 어렵지 않을 것이다. 
다만 그것이 신민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 것인가가 문제일텐데, 지금 마아저리 때문에 티렐 가문이 그 독잔을 마시겠다고 나선 셈이다. 
세르세이로서는 좋은 수였고, 혼란의 와중에 왕비에게 불상사라도 생긴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10. 
전에도 얘기했지만 원작에서 테온과 야라(아샤) 남매가 만나는 것은 스타니스의 군영 안에서이다. 
두 사람 다 스타니스의 포로인 상태다. 
원작에서 그렇게 된 연유는 킹스무트와 관련해서 다음에 더 쓸 기회가 있을 것이다. 

11. 
오샤와 램지. 
뭐 더 할 말이 없다. 
오샤도 안스럽지만 오랜만에 출연한 배우도 좀 안스럽다. 

12. 
대너리스는 사람을 죽여야 한다고 생각하면 가차가 없이 죽이는 모양이다. 
소중한 드로고를 죽게 한 마녀를 화형시키는 건 그렇다고 치자. 
콰스에서 자신을 배신한 흑인을 처리하는 방식도 좀 잔인하다 싶었는데, 아스타포르에선 노예주들을 불태우고, 미린에선 귀족들을 십자가에 매달더니 죄가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은 귀족을 용에게 먹잇감으로 주기까지 한다. 
이번 화에서 도트락의 권력자들이 특별한 악행을 한 건 아니다. 
도트락인답게 행동을 했고 대너리스가 도발하자 발끈했을 뿐이다. 
대너리스는 필요에 따라서 그들을 싹 불로 청소해 버리고 시즌 1에서의 장면을 확대재생산한다. 

피의 무게와 영웅의 가치가 비례한다면, 대너리스도 이미 상당한 영웅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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