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시즌부터 드라마가 소설을 추월하기 시작하면서 개인적으로 드라마는 더 흥미로와졌지만 리뷰를 쓰기는 좀 힘들어진 것 같습니다. 
아무튼 시원섭섭하게도 이번 시즌도 끝이 났네요. 
그동안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9화, 10화는 상당히 재미있게 보았고, 특히 줄거리를 예상할 수 없는 왕좌의 게임의 묘미를 즐길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음의 리뷰는 스포일러이지만 줄거리 소개는 많지 않습니다. 
자세한 줄거리는 정말 재미있게 줄거리와 주요 장면들을 소개하시고 계신 이 분의 블로그(링크)를 참조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1. 
산도르가 대머리 악당한테 좀 더 멋있는 말 남길 거 없냐고 묻는 장면은 좀 웃겼다. 
죽는 마당에도 아이디어를 짜내야 하고 짜낸 아이디어가 별로라고 꾸중을 들어야 하는 팔자라니.
죽으면서도 좀 아이러니하다고 느끼지 않았을까? 

2. 
제이미는 세르세이와 떨어져 있을 때가 멋있는 것 같다. 
에드무어가 성 안으로 들어가서 자기 뜻한대로 할 것인지는 불확실한 일이다. 
하지만 위험을 합리적으로 계산하여 적절한 도박을 하는 것이야말로 정치인이나 장군의 가장 큰 역량 중의 하나이다. 
프레이 사람들은 욕심은 많고 모욕에는 민감하지만 그럴 만한 역량은 갖추지 못한 찌질이들일 뿐이다. 

3. 
9화는 두 개의 전투가 주를 이룬다. 
미린의 전투와 윈터펠의 전투이다. 
윈터펠의 전투는 지금까지 내가 봐 온 전투 장면 묘사 중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이다. 
우선 존의 관점으로 그려지는 난투에서는 전투에서의 생존이 우연에 좌우됨을 실감나게 보여 준다.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서 적이 뒤에서 옆에서 달려들다가 존이 알아차리기도 전에 다른 적을 만나 저지된다. 
하지만 그보다도 인상적이었던 건 방패병들에 의한 포위 공격이었다. 
인사이드 영상에서 칸나에 전투를 참고했다고 하는 말이 나오기도 하지만, 대등한 전력의 군대가 전투를 벌이는데도 압도적으로 사상자의 차이가 나오는 경우를 실감할 수 있었다. 
포위를 당하니까 속수무책. 방패에 달려드는 건 소용이 없고, 포위망을 압축해 오면 찔려 죽거나 물러날 수밖에 없는데 물러날 곳이 없다. 가운데 몰린 사람들은 적의 모습도 보지 못하고 압착되어 오는 아군에 깔려 죽을 지경이다. 
포위를 당한다는 것의 무서움을 알 수 있었다. 이렇게 죽는 건 난전 속에서 정신 없이 싸우다가 죽는 것보다도 훨씬 비참해 보인다. 
포위를 당했다는 것을 안 칸나에의 로마병사들은 아마 몇 시간 동안 절망 속에서 동료들과 함께 다가올 죽음을 기다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4. 
티렐 가문의 꽃남매 마아저리와 로라스 티렐, 그리고 그 아버지 메이스 티렐.
타이윈의 동생 케반 라니스터와 그 아들 란셀. 
하이스패로우.
그리고 토멘 왕.
이제까지 꽤 중요한 역할들을 해 왔고 악하지는 않지만 대너리스와 존의 편에 서서 싸울 동기가 부족한 어중간한 위치의 캐릭터들은 깨끗하게 모두 정리되는 것 같다. 
충격적이고 아쉽기도 하지만 아주 슬픈 것도 아닌 애매한 감정이 든다. 
9.11 테러 비슷하게 킹스랜딩의 랜드마크가 화염에 휩싸이고 그 공포의 폐허 위에 검은 옷을 입은 세르세이가 철왕좌에 앉는다. 
제이미는 세르세이를 위해서라면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고 했지만, 지금도 같은 심정일까? 

5. 
슬슬 편들이 분명해지는 것 같다. 
돈과 티렐 가문은 뜻밖의 동맹을 맺고, 야라와 테온은 이미 합류했고, 산도르와 깃발없는 형제단은 기다리고 있고, 티리온과 바리스는 대너리스의 옆과 뒤에 서 있고, 존은 북부의 왕으로 추대되었다. 
모래뱀들 빼고는 공감 가던 인물들이 방황을 마치고 나름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아 훈훈하다. 
다만 아직 변수는 산사와 리틀핑거, 제이미 정도인 듯 싶다. 
리안나 모르몬트는 얼굴을 얼마 비치지 않았는데도 가장 인상적인 인물이 되어 버렸다. 그녀가 당찬 목소리로 연설을 하고 존이 왕으로 추대되는 장면은 카타르시스가 느껴졌지만, 산사의 표정이 좀 불편해 보인다. 
대너리스가 티리온에게 핸드의 징표를 달아 주는 장면은 소설의 독자들이 고대하고 있지만 아직 보지 못한 장면이었기에 감동적이다. 
분위기로는 핸드로 임명하는 것이 아니라 청혼을 하려는 줄 알았다. 
설마 그렇게까지 되지는 않겠지.. 
옥의 티는 바리스. 돈과 미린 사이의 거리가 얼마인데 언제 다녀와서 저런 표정으로 저 자세로 서있는 거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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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는 좀 용두사미처럼 되어버렸지만, 즐거웠던 시즌6였습니다. 
이제 왕좌의 게임도 슬슬 끝나는 시점이 보이는 것 같네요. 
다시 일년 후에 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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