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좌의 게임 리뷰이고, 스포일러로 가득합니다.

줄거리 소개는 약합니다. 줄거리는 링크한 블로그를 참고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사진도 많고 글도 재미있을 뿐더러 자막까지 첨부를 해 놓으셨네요. 


1.

드라마와 원작의 차이점 중 하나는, 상당히 거리가 멀어서 원작에서는 이동하거나 소식이 전해지는 데 한참 걸리는 장소들을 드라마에서는 사람들이 쉽게 옮겨다닌다는 것이다. 
아린의 영지 베일에 있었던 리틀핑거가 한 회 만에 장벽 근처의 몰스타운으로 오는 일은 원작에서라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거기다가 군대를 동원하고 행군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만만치 않았을텐데 모아트카일린까지 베일의 군대가 진군했다는 것도 좀 이상하다. 
몰스타운은 길리가 피신해 있다가 야인들의 습격을 받고 이그리트의 도움으로 겨우 살아났던 마을이다. 드라마에서는 마을 주민들이 거의 다 죽고 폐허가 된 것으로 나온다. 
모아트카일린은 강철군도 사람들이 지키고 있다가 테온에게 설득당하여 볼튼 가문에게 내준 성이다. 모아트카일린은 남부에서 북부로 가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좁은 길목을 지키고 있는 성이고 남쪽으로부터의 공격에는 난공불락으로 알려져 있다. 

리틀핑거가 전하는 소식 중에 블랙피쉬가 툴리 가문의 수도인 리버룬 성을 되찾았다는 소식이 나온다. 
원작에서 리버룬 성은 피의 결혼식 이후에도 항복하지 않고 반란 세력으로 남아 있다가 제이미 라니스터에 의해 점령당한다. 
블랙피쉬는 피의 결혼식에 참석하지 않고 리버룬에 남아 있다가 롭의 죽음 이후에도 프레이와 라니스터 가문의 포위군에 맞서 성을 지켰다. 그러다가 제이미가 와서 포로로 잡고 있었던 에드무어 툴리를 성 안으로 들여 보내 항복하도록 만드는 바람에 혼자 탈출한다. 제이미는 리버룬이 항복할 때 블랙피쉬는 야경대에 들어간다는 조건으로 에드무어와 협상했지만 에드무어가 뒷통수를 친 것이다. 블랙피쉬의 그 이후의 행방은 아직 모르는 상태다. 

2. 
브라보스는 중세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와 많은 점이 닮았다. 
왕과 귀족 뿐 아니라 대중이 함께 즐기는 연극이 유행하고 프로페셔널한 극단들이 있는 것도 웨스테로스 분위기와는 좀 다르다. 
원작에는 여러 극단이 서로 경쟁을 하고 있고 그 중의 한 극단에서 아리아가 배우가 되어 생활하는 이야기가 나온다. 

3. 
숲의 아이들이 백귀들을 만들었다는 설정은 원작에선 아직 보지 못했다. 
웨스테로스 대륙은 처음에 숲의 아이들의 땅이었는데 인간들이 동쪽에서 넘어오면서 두 종족 간의 전쟁이 벌어졌다고 한다. 
숲의 아이들은 종족이 멸망당할 수도 있는 위기였으니 인간들에 대항하기 위해 백귀를 만들었다고 해서 비난하긴 어려울 것이다. 

4.
킹스무트. 강철군도의 왕을 뽑는 행사이다. 
보통은 무난하게 아들로 왕위가 상속되었기 때문에 킹스무트가 열린 것은 까마득한 옛날 일이라고 한다. 
원작에서는 모일 수 있는 사람은 다 모여 떠들썩하게 벌어지는 행사인데 드라마에서는 좀 조촐하게 묘사되었다. 
왕위에 도전하는 사람은 누구든지 나설 수 있으며 자기의 정책 비전을 연설하고 선물을 풀어놓는다. 
원작에서는 테온이 아직 윈터펠에 있을 때 킹스무트가 열리고 몇몇 들러리들이 분위기를 고조시키지만 주된 경쟁자는 발론왕의 딸 아샤와 그녀의 삼촌인 빅타리온이었다. 이 때 아샤는 전쟁은 가망이 없으므로 북부인들과 적당한 조건으로 화친을 맺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빅타리온은 이에 반대하면서 대립이 심해진다. 하지만 드라마에서와 비슷하게 유론이 나타나 판을 뒤집는다. 
유론은 낯선 이국에서 모아들인 값진 재화들을 뿌려 선물에서도 앞서고 드래곤의 힘으로 웨스테로스를 정복하겠다는 원대하고도 그럴 듯해 보이는 비전으로도 앞선다. (원작에서는 드래곤을 복종시킬 수 있다는 거대한 뿔피리도 등장한다.)
원작에서 아샤는 달아났다가 윈터펠로 행군하던 스타니스에게 포로로 잡힌다. 반면 빅타리온은 유론에게 일단 굴복하고 그의 명을 받아 함대를 이끌고 미린으로 항해한다. 
드라마에선 빅타리온이 등장하지 않으니 유론이 직접 대너리스에게로 갈 것 같고, 스타니스는 이미 죽었으니 아샤가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다. 
참고로 원작에서 유론은 자기 형인 발론을 죽였다고 떠들지 않는다. 발론 왕은 공식적으로는 폭풍 때문에 바다에 떨어진 걸로 되어 있다. 물론 정황 상 유론의 짓인 건 거의 분명해 보인다. 
원작에서 유론은 애꾸눈이고 추방당한 기간 동안 몰고 다니던 자기 배의 선원들의 혀를 모두 잘라 벙어리로 만들었으며 알려진 세상의 가장 먼 끝까지 가서 많은 것을 보고 수많은 약탈을 저질렀다고 한다. 예측하기 힘들고 위험한 사내로 등장하는데 드라마 상의 인물은 좀 순한 인상이다. 



킹스무트에서 유론이 내어놓은, 세계 각지에서 약탈한 보물들


5.
강철군도는 드라운드 가드(Drowned God)를 믿는다. 번역을 하면 '익사한 신'이 되어 좀 어색한 느낌은 있다. 
강철군도 사람들은 한 번 죽은 자는 다시 죽지 않는다는 구호를 즐기는데, 이들의 세례 의식에선 드라마에서처럼 실제로 신자를 물에 담궈 정신을 잃게 만든다. 
그리고 나서 꺼내어 인공호흡 같은 조치를 해서 부활시킨다. 
현재 드라운드 가드를 믿는 최고 사제는 발론의 막내동생인데, 이제까지 부활에 실패한 신자가 한 명도 없을 정도로 기술(아니면 믿음?)이 좋다고 한다. 
(서툰 사제가 정말로 신자를 익사시키는 불상사도 가끔 일어나곤 한다.)
다만, 원작에서 유론은 세상 곳곳을 돌아다니면서 온갖 종교를 접해 보았고 그 종교들이 자신이 약탈한 자들을 구원하지 못하는 걸 보고는 무신론자가 되었기 때문에 세례를 받지도 않는다. 

6. 
토르문드가 브리엔느를 자주 쳐다보는 것을, 쟤랑 나랑 싸우면 누가 이길까, 하고 견주어 보는 것으로 봤는데, 눈 밝은 여러 분들은 썸을 느끼시는 모양이다. 

7.
호도르. hold the door. 
충격적이기도 하고 짠한 느낌도 들지만, 명쾌하게 사정이 이해되지는 않는다. 
노인은 백귀들이 올 것을 알면서도 왜 브랜을 과거로 데려간 것일까?

과거의 호도르에 브랜이 들어간 이유는 무엇일까? 브랜이 이후 호도르에게 받게 된 많은 도움들을 위해 이루어진 섭리나 운명인 것일까?

이 장면을 다시 보았는데, 처음 봤을 때보다는 더 감정의 울림이 있었다. 
브랜은 과거의 호도르 안으로 들어간 게 아니었고 호도르가 정신을 잃는 모습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었다. 호도르의 정신에 전달된 것은 미래에서 들려온 미라의 목소리였고, 그것은 미래에 결정된 운명으로부터의 부름이었다. 
드라마 안의 다른 사람들이 모두 저마다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게임을 벌이는 동안 호도르는 드라마의 처음부터 현재까지 계속 호도르만 외쳐 왔다. 그 호도르의 뜻이, 소명이었다니. 그가 원하지 않았던 사명이 그의 안으로 들어와 그의 삶의 하나뿐인 테마가 되어 버린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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