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좌의 게임 리뷰이고, 스포일러로 가득합니다.

줄거리 소개는 약합니다. 줄거리는 링크한 블로그를 참고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사진도 많고 글도 재미있을 뿐더러 자막까지 첨부를 해 놓으셨네요. 


1. 
산도르가 다시 등장했다. 
원작에서 산도르의 운명이 어떠했는지는 다른 글에서 다룬 바가 있다. 
그 글에 썼던 바대로 산도르가 머무르고 있는 곳은 어느 섬에 위치한 수도원이다. 
이 수도원이 위치한 섬은 늪 사이의 비밀 길로만 출입할 수 있어 드라마 속의 공동체처럼 방어가 취약하진 않다. 
산도르가 이 섬에 정착하면서 이야기에서 퇴장하는 줄 알았는데 드라마에서는 뭔가 다른 역할을 줄 모양이다. 

이 공동체의 리더는, 일곱 신을 믿는 수도사임에도 불구하고, 세상의 다양한 종교 중에 어느 하나가 진리를 독점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렇지만 그는 자기보다 더 위대한 어떤 존재가 있다는 것을 믿는다. 
종교의 신자들 중에 어떤 이들은 경전의 문구나 교리 상의 명제들을 하나하나 신의 진리로서 중요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어떤 이들은 그러한 개별적 명제들 너머의 보다 보편적이고 자신의 내면 깊은 곳의 확신과 일치하는 진리를 발견하고 따르는 데 더 관심을 둔다. 
이들 중 일부는 여러 종교들이 그러한 진리를 나름의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종교를 믿지 않는 사람들 중에도 내세나 신이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삶은 근본적으로 부조리하다고 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인간의 힘으로 알 수 없지만 때때로 계시를 느낄 수 있는 인간보다 더 큰 진리의 가치가 존재한다고 믿는 사람도 있다. 
아마 종교의 신자이든 아니든 이 공동체의 리더와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드라마에서는 많은 설명이 나오지 않아서 스토리의 진행이 좀 허탈하다. 
이 사람들은 왜 여기에 모여 있는지, 앞으로의 계획이 무엇인지, 외부의 폭력으로부터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어떤 대비책이 있었는지. 
요새가 지어지기 전에 습격을 당한 것이 불운이었던 것일까? 
이들을 습격한 무리는 아리아를 붙잡고 있던 깃발없는 형제단과는 어떤 관계일까? 

2. 
제이미 라니스터가 리버룬으로 행군하는 장면은 원작에서는 타이윈이 죽고 나서 얼마 되지 않은 시점에 나온다. 
드라마에서처럼 돈으로 가는 장면은 없다. 
대신 리버룬으로 직행하지 않고 중간에 꽤 긴 길을 행군한다. 
지난 번에도 얘기했지만 드라마에서는 원작에서의 거리 감각이 잘 반영되지 않는다. 
하렌할에 들려서 브리엔느와 있었던 일도 추억해 보고 서로 앙숙인 두 소영주를 화해시키기도 하고 하면서 피 한 방울 안 흘리고 성공적인 행군을 해 나간다. 
리버룬 성에 도착해서 벌어지는 일은 비슷하다. 

3. 
모르몬트 가문의 영지 베어 아일랜드(곰섬)에서 존이 어린 소녀 영주를 만나는 장면은 이번 화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것 같다. 
소녀는 아주 당찬데, 필요할 때마다 옆에 앉은 신하들의 조언을 듣는 모습은 당차면서도 귀엽다. 
베어 아일랜드 사람들은 바다를 건너 오는 북쪽의 야인들이나 강철군도의 해적들에 맞서느라 남자나 여자나 용감하기 이를 데 없지만 섬은 좁고 척박하다. 
제오르 모르몬트가 야경대의 지휘관이 되면서 아들 조라가 영주가 되었지만 불명예스러운 일로 에소스 대륙으로 달아난 후 그의 고모가 영주가 되었다. 
원작에서 이 여자 영주는 롭을 따라 종군하였지만 피의 결혼식을 면했다. 현재도 죽지는 않았지만 어디 있는지 언급되지 않는다. 
큰 딸은 피의 결혼식에서 숨졌고, 그후 그 여동생들은 고향을 떠나 스타니스를 따라 윈터펠로 진군했다. 
섬에 아직 어린 리안나가 남아 있는 것은 드라마와 같지만 원작에선 아직 등장하지 않았다. 아무튼 이 어린 소녀는 대너리스의 구원자 조라 모르몬트의 사촌동생인 셈이다. 

그런데, 다보스는 어린 소녀의 마음을 사는 것이 특수기술인 모양이다. 

4. 
소설에서도 제이미가 블랙피쉬와 회담하는 장면이 나오고 대사나 분위기가 비슷하게 흘러간다. 
다만, 소설에서는 제이미가 블랙피쉬에게 1대1 결투로 리버룬 성의 운명을 결정짓자고 제안하기도 한다.
한쪽 팔이 없는 제이미는 이것이 자살에 가까운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블랙피쉬는 점령당할 리가 없는 성을 지키고 있는 입장에서 조금의 위험이라도 무릅쓸 이유가 없다면서 거절한다. 
이 장면은 두 가지를 말해 준다. 
하나는 제이미가 꽤 절박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또 하나는 제이미가 자기만 아는 사내가 아니라는 것이다. 
그가 승산이 거의 없는 결투에 나서려는 건 발끈해서였기도 했지만 이 지역의 전쟁을 빨리 마무리하고자 하였기 때문이다. 
드라마에서는 강조가 잘 안되는 설정이지만, 몇년 동안 계속 될 지 모를 긴 겨울이 목전에 닥친 상황이다. 
사람들은 내전 때문에 겨울 채비를 거의 갖추지 못했다. 
상황을 서둘러 정리하지 않으면 다가오는 긴 겨울이 더 큰 참상을 불러올 것이다. 
이렇게 책임감 있고 의젓한 제이미가 드라마에서는 아직도 세르세이와 자기만 위할 줄 아는 한심한 남자라니 볼 때마다 아쉽다. 

5. 
존과 산사는 베어 아일랜드에 이어 글루버 가문의 도움을 얻고자 하지만 거절 당한다. 
원작에서 글루버 가문의 성을 점령한 건 테온의 누나 아샤(야라)였다. 
킹스무트에서 유론이 왕이 되자 자기의 지지세력을 데리고 돌아오지만 스타니스 군대에 의해 포로로 잡혔다. 
즉 그레이조이 세력으로부터 성을 되찾아 준 건 볼튼이 아니라 스타니스였다. 
아무튼 원작과 드라마는 타이밍이나 세부 내용이 차이가 나지만, 그렇다는 정도로 언급만 해 둔다. 

6. 
테온. 
공포를 이겨내고, 고통을 면하는 것만 바라던 자신을 벗어나 다른 것을 추구하는 용기와 의지를 되찾는 일은 쉽게 되는 일이 아니다. 
볼튼의 지하감옥에만 고통과 공포가 있는 것이 아니다. 
약탈이 생업인 강철군도 사람들은 부와 쾌락을 꿈꾸면서 고통과 공포와 역경을 감수한다. 
마시기 힘든 독한 술을 원샷하는 정도의 결기라도 없으면, 살아 있는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 
농사를 지으며 평화롭게 살고자 하는가? 
우린 뿌리지 않고 거두고, 폭풍 속에 노를 저어가서 사람들의 집을 불태우고 재물과 여자를 빼앗는다. 
고통을 감수하고 공포를 극복하고, 그 대신 꿈꾸고 약탈한다. 
그것이 삶이다. 
어쩌면 회사 회식자리에서 폭탄주를 돌리는 임원은 그런 메시지를 전파하고 싶은 것인지도 모른다.

7. 
원작에서 얼굴 없는 신을 믿는 자들은 살인청부 일을 하더라도 그렇게 난폭해 보이지는 않았다. 
아리아에게도 항상 원치 않는다면 훈련을 포기하고 떠나라는 말만 했지, 이렇게 말 좀 안 들었다고 죽이려 드는 건 좀 그렇다. 
특별한 비기를 가르쳐 준 것도 아니고 눈 멀게 한 다음 막대기로 두들겨 패는 훈련 밖에 없었던 것 같은데. 
하지만 만약 배운 기술을 갖고 명령받지 않은 사람을 사적인 이유로 죽인다면 그것은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겠다. 얼굴 없는 신이 정해 주는 바를 따르지 않고 신의 선물을 줄 수 있는 능력을 자기 뜻대로 쓴다는 것은 신에 뜻을 어기는 것이고 그런 일을 계속 저지를 수도 있으니 말이다. 
아직 발간되지 않은 6권의 맛보기 챕터에서 아리아가 그런 살인을 저지르는 장면이 나오는데 그것 때문에 드라마에서와 비슷한 일을 겪을지도 모르겠다고 예상해 본다. 

8. 
산도르가 도끼를 다시 집어드는 과정은, 나로서는 너무 전형적인 이야기 흐름에 따라 한 회 만에 진행이 되었다는 점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 
무고한 생명들이 너무 쉽게 희생되었다는, 뭔가 이야기의 도구로서 함부로 다루어졌다는 느낌이 든다. 
산도르에게 예비된 섭리가 있었다면 이 사람들 각자 한 사람 한 사람들에게도 그런 의미가 있는 운명이 있지 않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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