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좌의 게임 리뷰이고, 스포일러로 가득합니다.

줄거리 소개는 약합니다. 줄거리는 링크한 블로그를 참고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사진도 많고 글도 재미있을 뿐더러 자막까지 첨부를 해 놓으셨네요. 


1. 

존 스노우가 에드에게 일을 떠넘기고 떠나려고 하는데, 앞으로 뭘 하려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일단 나이트워치가 지겨워져서 떠나고 보려는 걸까? 
야경대원들의 서약(원문 링크)은 죽는 날까지 임무를 담당해야 한다고 되어 있다. 
그러면 존은 한 번 죽었기 때문에 야경대원의 서약에서 빠져나갈 길도 생긴 셈이다. 
하지만 그동안 존은 책임을 위해 어찌 되었든 최선을 다하는 스타일이었다. 
원작소설에서는 존이 나이트워치의 사령관으로서 고심하는 장면들이 꽤 길게 나오기 때문에 더 그런 인상이 강하다. 
이그리트가 죽으면서 마지막 남긴 것도 "You know nothing"이었고 멜리산드레나 다른 사람들도 공교롭게도 같은 말을 계속 존에게 한다. 
그건 아마 부족한 정보와 지식을 갖고 상반되는 가치의 딜레마 속에서 누군가를 위해 다른 누군가를 희생시키는 결정을 내려야 하는 리더의 처지를 강조하기 위한 효과가 아닐까 한다. 
존은 여러 가지 암울한 제약사항(다가오는 겨울, 부족한 병력과 식량, 야인들과 나이트워치 간의 반목 등등)들 속에서 한계를 느끼면서도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판단을 내리고 실행해 간다. 
백귀들이 곧 들이닥칠 장벽의 수호를 에드에게 맡겨 두고 떠난다는 것은, 그리고 항변하는 에드에게 자기가 그동안 최선을 다했었다는 말로 변명하는 모습은 아무리 죽음을 한 번 겪은 뒤라고 하더라도 좀 존답지 않다는 느낌이다. 
원작에서는 그래도 나이트워치 대원이 수백명 정도 되어 그래도 하나의 세력처럼 보이는데, 드라마에서는 수십명 정도라 이 사람들이 뭘 하겠나 싶은 느낌도 들기는 한다. (토르네 기사 일당은 수십배의 야인들에 둘러싸인 채 뭘 믿고 반란을 일으킨 걸까?)

오랜 만에 이그리트~


2. 
산사. 
옛날에 참 얄밉게 굴긴 했었지. 
철들어서 이렇게 존과 화해하는 모습은 보기 좋지만, 세월이 많이 지난지라 산사의 예전 모습도 가물가물하다. 
원작에서는 멜리산드레가 존에게 선물이라면서 아리아를 윈터펠에서 구해 오도록 도와 주겠다고 한다. 
이 아리아는 티윈과 볼튼 가문이 스타크 가문의 배경을 얻기 위해 가짜로 만들어낸 아리아다. 
원작에서는 산사 대신 이 소녀가 램지에게 고초를 당한다. 
테온은 멜리산드레가 보낸 인물들(드라마에서는 죽은 걸로 나오는 야인들의 수장 만스 레이더와 몇몇 야인 여자들. 멜리산드레는 마법으로 만스 레이더를 화형시키는 듯이 꾸미고 빼돌렸다.)에게 자극과 도움을 받아 이 소녀를 구한다. 
램지가 존에게 보낸 편지에는 만스 레이더도 램지가 붙잡고 있음이 표현되어 있다. 
원작에서는 산사가 아직 베일에 있으니 두 사람이 만날 날도 아직 먼 것 같다. 

3. 
드라마의 멜리산드레는 좀 힘이 빠졌지만 원작에서는 아직까지 의연한 편이다. 
스타니스를 따라가지도 않았고 시린을 불태우지도 않았다. 
그녀는 원작에서 두 챕터의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녀가 혼자 불 속을 들여다 보는 장면도 나온다. 
불 속에서 존 스노우의 모습이 계속 나오는데도 자기가 바라는 구원자가 스타니스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아직 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존에게는 계속 우호적인데 (그렇다고 그 앞에서 옷을 벗고 그러진 않는다) 
윈터펠에 있는 가짜 아리아가 진짜라고 생각하는 것도 불빛 속에서 그녀가 보는 예언의 한계를 보여 준다. 
원작에서 다보스는 형식적으로 볼튼 가문에게 복종하고 있는 맨더리 가문에 스타니스의 사자로 가 있어 멜리산드레나 존과 떨어져 있다. 

4. 
리틀핑거에게는 리틀핑거의 매력이 있다. 
마차에서 내리면서 베일의 수호자 어쩌구 하면서 로버트를 부르는 모습은 든든한 삼촌처럼 보인다. 
베일에서 큰 세력인 로이스경을 위협하여 굴복시키는 장면은 갑작스러운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며 재미있게 연출이 되었다. 
하지만 원작 상의, 또는 중세 유럽과 비슷한 세계관의 관점에서는 현실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어리고 병약한 군주의 섭정이 독자적인 군사력을 지닌 가문의 영주를 굴복시키는 일은 그렇게 간단한 일이 아닐 것이다. 
원작에서 리틀핑거는 여러 가문의 영주들과 유력한 인물들의 입장과 성향을 계산하고 그들의 욕망과 두려움을 이용하여 자신의 입지를 강화시켜 나간다. 
리틀핑거가 제자를 가르치듯이 산사에게 그런 책략들을 설명해 주기 때문에 독자들도 그 과정들을 이해할 수 있다. 
드라마 상에서 그런 부분들을 세밀하고 흥미롭게 표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기 때문에 각색을 통해 경제적인 축약을 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5. 
티리온의 방식은 협상과 실리우선이다. 
협상의 기본 스킬 중 하나는 타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이견은 최소화하고 상호이익이 될 수 있는 공통분모를 넓혀 나가는 것이다. 
하피의 아들들에 자금을 지원했다는 것을 부정하자, 티리온은 알겠으니까 앞으로도 지원하지 말라고 한다. 
티리온의 목적은 평화이지, 적들의 사과와 재발방지 약속이 아니다. 
노예제 폐지라는 이쪽의 목적과 노예제 부활이라는 상대방의 목적은 서로 양립 불가능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티리온은 너희가 정말 원하는 건 노예제 부활이 아니라 부와 권력을 누리는 것이 아니냐고 말한다. 
노예제가 폐지되어도 불평등을 존재할 것이며 너희는 그 불평등한 세상에서 여전히 주인 노릇을 하면서 지낼 수 있다. 
이상주의자가 보기에는 불쾌한 논리일 수 있겠지만 전쟁을 피하려는 티리온의 입장에선 서로 동의할 수 있는 영역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 
그리고 현실주의자 관점에선, 불평등이 철폐된 건 아니지만 노예제와 노예제가 아닌 체제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는 것이라고 변명할 수 있을 것이다. 
노예주에게 여자들을 안겨 주는 것도, 여자들이 가난한 자유인보다 안락한 노예의 길을 택했다면 티리온 관점에선 좋은 일이다. 
그렇지만 미산데이와 그레이 웜이 계속 티리온을 지지해 줄 지는 의문이다. 
티리온은 청원자들과 이야기할 때도 계단에서 내려와 눈높이를 맞추고 대화한다. 
대등한 처지에서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주고 자기가 원하는 것을 받는 것이 상인들의 방식이고 티리온의 방식이다. 
아마 티리온이 군대의 선봉에 서서 나를 따르라고 말한다면, 그의 키 때문이 아니라 그의 실용주의 때문에 따를 자가 많지 않을 것이다. 
자기 목숨을 위험에 내걸기 위해서는 그냥 여러 사람에게 이익이 된다는 것 이상의 무엇이 필요하다. 
그래서, 좀 지난 이야기지만, 시즌 2에서 티리온이 킹스랜딩을 지키기 위해 선봉에 설 때 하프맨을 외치며 병사들이 뒤따랐던 장면은 꽤 카타르시스가 있었다. 
실용주의자라고 하더라도 어느 순간엔 깃발을 들고 선봉에 서서 운을 하늘에 맡긴 채 적진에 뛰어들어야 할 때가 있게 마련이다. 

6. 
다리오가 조라에게 당신처럼 늙고 싶다느니 하는 대사 할 때는 오글거렸는데, 이번 화의 장면은 좀 나았다. 
조라의 약점(나이가 많다는 것)을 조롱하는 것이 더 다리오 답게 보이고, 받아치긴 하지만 재치가 부족한 것이 조라 답게 보인다. 
여자의 나신 모양으로 만들어진 단도는 원작 속에도 묘사되어 있는 다리오의 애장품이다. 

대략 이런 모습의 칼?

원작에는 손잡이를 느끼하게 쓰다듬는 다리오의 불량한 모습을 보고 대너리스가 매력을 느끼는 장면이 나온다. 
(착하기만 한 남자는 왕좌의 게임에서 설 자리가 좁다. 하긴 어디에선들.)
조라로서는 수난의 회이다. 
다리오한테 말로 당하더니, 도트락 거주지 안에서는 신나게 두들겨 맞는다. 
조라가 걸린 병이 무력까지 약화시키는 건지, 하필 우연히 만난 도트락 전사가 장군급이었던 건지 모르겠다. 

7. 
하이스패로우가 마아저리에게 말해 주는 회개의 순간은 아주 극적이진 않다. 
방탕한 생활을 하다가 어느 순간 그것이 역겨워졌다는 이야기 같다. 
동성애나 풍기 문란에 대한 그의 공격성도 그의 개심이 세속적인 향락에 대한 혐오에서 시작된 것에 한 연유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의 이야기에는 계급적인 시각도 담겨 있다. 
세속적인 향락에 대한 혐오는 그 향락이 가난한 사람들의 고통에서 빚어져 나오고 있다는 인식에 어느 정도 기인한다. 
그는 귀족들이 가난한 사람들의 시간을 걸치고 신고 다닌다는 표현을 쓰는데 이 표현은 마르크스주의를 연상시키기도 한다. 
시장주의적 관점에서 비싼 사치품은 수요와 공급의 행복한 만남일 뿐이지만, 마르크스주의적 관점에서는 시간과 노동의 착취의 결과이다. 
하이스패로우에게서는 종교적 근본주의와 약자의 편에 서서 귀족을 공격하는 진보적 입장이 함께 보인다. 
미국 시청자들이라면 하이스패로우가 동성애를 공격하는 공화당원일지 불평등을 비판하는 민주당원일지 아직 판단하기 어려울 것이다. 

8.
마아저리의 멘탈은 강하다. 
적어도 토멘 왕이나 오빠 로라스보다는 훨씬 강하고, 아버지보다는 할머니의 피를 더 많이 받은 듯 하다. 

9. 
세르세이와 제이미가 모처럼 한 건 했다. 
하이스패로우를 대적한다는 명분으로 귀족 세력을 한 데 묶은 것이다. 
서로의 이해관계를 다투던 귀족들은 공동의 적을 앞에 두고 자신들을 지키기로 한다. 
올레나의 말처럼, 누군가 죽어야 한다면 남이 죽는 편이 낫다. 
하이스패로우를 군사력으로 제압하는 건 아마 어렵지 않을 것이다. 
다만 그것이 신민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질 것인가가 문제일텐데, 지금 마아저리 때문에 티렐 가문이 그 독잔을 마시겠다고 나선 셈이다. 
세르세이로서는 좋은 수였고, 혼란의 와중에 왕비에게 불상사라도 생긴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10. 
전에도 얘기했지만 원작에서 테온과 야라(아샤) 남매가 만나는 것은 스타니스의 군영 안에서이다. 
두 사람 다 스타니스의 포로인 상태다. 
원작에서 그렇게 된 연유는 킹스무트와 관련해서 다음에 더 쓸 기회가 있을 것이다. 

11. 
오샤와 램지. 
뭐 더 할 말이 없다. 
오샤도 안스럽지만 오랜만에 출연한 배우도 좀 안스럽다. 

12. 
대너리스는 사람을 죽여야 한다고 생각하면 가차가 없이 죽이는 모양이다. 
소중한 드로고를 죽게 한 마녀를 화형시키는 건 그렇다고 치자. 
콰스에서 자신을 배신한 흑인을 처리하는 방식도 좀 잔인하다 싶었는데, 아스타포르에선 노예주들을 불태우고, 미린에선 귀족들을 십자가에 매달더니 죄가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은 귀족을 용에게 먹잇감으로 주기까지 한다. 
이번 화에서 도트락의 권력자들이 특별한 악행을 한 건 아니다. 
도트락인답게 행동을 했고 대너리스가 도발하자 발끈했을 뿐이다. 
대너리스는 필요에 따라서 그들을 싹 불로 청소해 버리고 시즌 1에서의 장면을 확대재생산한다. 

피의 무게와 영웅의 가치가 비례한다면, 대너리스도 이미 상당한 영웅이 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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