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보스는 밀수항해업자였다. 그와 스타니스의 인연도 밀수로 시작되었다. 

로버트 바라테온의 반란 당시 강대한 티렐 가문은 타르가르옌 왕조를 지지하며 바라테온 가문의 근거지인 스톰즈엔드(Storm's End. 해안가에 위치한 바라테온 가문의 수도)를 공격했다. 로버트와 에다드가 라에가르 왕자를 필두로 한 왕군과 전쟁을 벌이는 동안 스톰즈엔드는 로버트의 동생 스타니스의 지휘 하에 티렐 가문의 공격을 버텨냈다. 

육지와 해상 모두 봉쇄당하여 수비군이 굶주림에 허덕일 때 당시 밀수선의 선장이었던 다보스가 해상의 감시를 피해 배를 끌고 들어와 음식을 대 주었다. 그 덕분에 스타니스의 군대는 에다드가 구원을 올 때까지 버텨낼 수 있었다. 

스타니스는 다보스에게 그 댓가로 기사 작위와 영토를 하사하지만, 동시에 그동안 불법적인 밀수를 해 왔던 것에 대한 벌로 그의 왼손가락 첫마디를 잘라낸다. 

이것이 스타니스의 방식이었다. 올바른 행위에 대해서는 상을 내리고 불법에 대해서는 벌을 내리는 것이 정의이며, 공을 세웠다고 불법을 용서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기사가 된 다보스는 '양파기사 Onion Knight'라는 별명을 갖게 되는데, 다보스가 스톰즈엔드로 가져다 준 음식의 상당 부분이 양파였기 때문이었다. 다보스는 아예 양파를 자기 가문의 문장으로 정한다. 

그리고 스타니스가 직접 잘라낸 왼손가락마디를 주머니에 넣어 항상 목에 걸고 다닌다. 그는 그것을 행운의 상징으로 여기는데, 블랙워터만의 전투 와중에 그것을 잃어버렸을 때 상당히 아쉬워 한다. 

이 일화는 스타니스와 다보스 두 사람의 성격과 관계를 잘 말해준다. 

제이미 라니스터의 에피소드 주제가 명예이라면, 스타니스 바라테온의 주제는 정의라고 할 수 있다. 다보스에 대한 상벌에서 드러나듯이, 그는 고지식할 정도로 정의를 내세운다. 

그의 가장 큰 행동의 동기는 이익과 사랑이 아니라 정의이다. 정의란 구부러지지 않은 똑바른 자를 갖다 대어 평가한 다음 그 평가에 합당한 응보를 받게 한다는 의미이다. 

그는 왜 동생 렌리를 죽였는가? 형인 자신에게 왕좌에 대한 정당성이 있기 때문이다. 그에게는 렌리, 조프리, 롭, 발론 모두 정당한 권리를 가지지 못한 찬탈자이기 때문에 정의에 어긋난 자들이며 그렇기 때문에 죽어야 한다. 

그리고 그의 주장은 옳다. 다섯 명의 왕 중에서 가장 정통성이 있는 왕이 스타니스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렌리와 전투를 벌여 수천명의 병사가 목숨을 잃어야 한다면, 한 사람의 목숨으로 그들의 목숨을 구하는 것은 옳은 일이 아니겠는가? 

그 수단이 흑마법이라고 해서, 그 대상이 친동생이라고 해서 그것을 잘못된 일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정의는 감정에 지배당하지 않아야 한다. 

정의가 가장 중요한 가치이고, 정의라는 것이 올바름과 올바르지 않음에 합당한 댓가를 주는 것이라면, 올바름의 기준이 중요할 것이다. 

스타니스에게는 법에 따르는 것, 정당한 권력을 행사하는 것이 정의이다. 한 사람의 목숨을 희생시켜 수많은 목숨을 구하는 것도 정의이다. 

스타니스에게 멜리산드레(멜리산더)는 좋은 파트너이다. 

멜리산드레는 빛의 신의 여사제이다. 빛의 신이 유일한 신이고, 그에게서 모든 선이 나온다. 빛의 반대에는 어둠이 있고, 어둠은 악이며 소멸되어야 하는 대상이다. 빛의 신을 믿는 종교 외의 다른 종교는 이단이다. 스타니스가 왕이 되는 것은 그가 정당한 왕이기 때문이어서 뿐만 아니라, 그가 예언된 빛의 신의 사자이고, 어둠의 세력으로부터 세상을 구원할 운명을 지닌 자이기 때문이다. 

멜리산드레와 그녀의 종교는 정의를 추구하는 자에게 정의의 기준을 준다. 

멜리산드레는 사악한 흑마법사가 아니다. 그녀는 콰스보다도 더 멀리 떨어진 아사히라는 지역에서 신의 계시를 받고 웨스테로스까지 왔다. 그녀는 스타니스가 세상의 구원자라는 신념을 갖고 있으며, 지금까지 알려진 한 그 믿음은 위장된 것이 아니다. 

다만, 그녀가 밝히지 않는 부분은 계시의 확실성이다. 

그녀는 불 속에 보이는 그림자를 해석하여 신의 뜻을 알아낸다. 그렇지만 그 계시는 종종 뜻이 모호하고 잘못 해석할 위험도 있다. 

멜리산드레는 예언의 불확실성은 밝히지 않고 항상 신념에 찬 모습만 보인다. 불리한 처지의 왕을 돕는 여사제라면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할 것이다. 

스타니스를 사이에 두고 멜리산드레의 다른 편에는 다보스가 있다. 사람들의 애정을 받는 타입이 아닌 스타니스에게는 믿을 만한 신하가 얼마 없으며 이 두 사람에게 의존하는 부분이 크다. 

다보스의 충직함은 스타니스의 기호에 맞는다. 

다보스는 천민 출신으로 글도 읽지 못하고 다른 귀족들의 업신여김을 받지만, 스타니스는 말과 생각이 일치하고,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바에 따라 말하고 행동하는 다보스를 높이 산다. 스타니스는 다보스의 직언을 불쾌해 하면서도 그를 옆에 둔다. 

멜리산드레와 다보스는 올바름을 중시한다는 점에서 서로 일치한다. 충돌이 일어나는 것은 올바름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다. 

멜리산드레는 스타니스 왕의 승리를 위해서, 정당한 왕의 통치 아래 통합된 왕국이 북쪽에서 침범해 올 어둠의 세력에 대항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 로버트 왕의 서자를 희생으로 바쳐 마법의 힘을 얻는 것은 정당하고 믿는다. 다보스는 무고한 인명을 희생시켜 얻는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고 믿는다. 

사람들은 다보스에게 공감하지만 멜리산드레처럼 행동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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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는 것처럼 보이는 산도르를 죽이려는 아리아. 산도르는 눈도 안 뜨고 이렇게 말한다. 
해 봐. 날 한 번에 죽이면 넌 자유고 못 죽이면 양손을 부러뜨릴 거야. 한 번 쳐봐. 
돌멩이를 든 손을 움찔움찔 내려놓지도 못하고 내리치지도 못하는 아리아. 
 
다음 장면에서 산도르와 아리아가 함께 말을 타고 간다. 화면 구성이 정겹다. 
나한테 안 잡혔으면 너 혼자 위험했을 거라고, 네 언니도 내가 구해냈다고 산도르가 자랑한다.

부녀 같은 두 사람

원작에서 산도르는 좀더 퉁명스럽고 입이 더 험하다. 
"... Keep your mouth shut and do as I tell you, 
and maybe we'll even be in time for your uncle's bloody wedding."

영어에는 동음이의어가 많고 더군다나 이 소설에서는 가문들마다 주로 동물을 문장으로 삼고 있으니 말장난과 비유가 가득한데, 이 대사에도 동음이의어의 활용이 숨어 있다. 

다리오 나하리스의 첫 등장. 상당히 매력적이다. 
대너리스의 마음을 잡으려면 그 정도는 되야지. 

원작에서 다리오 나하리스는 세 갈래로 삼지창처럼 땋은 파란색으로 염색한 수염(콧수염은 금색으로), 반짝이는 금니, 여자의 나체를 조각한 칼 손잡이 등이 인상적이다.

그런데 Second Sons를 차남 용병단이라고 번역하니, 뭐 이해는 가지만 어감이 영. 
다른 문명에서도 마찬가지였겠지만 중세 유럽에서 차남들의 존재는 골칫거리였다. 
장남 외에 다른 자식들에게도 땅을 갈라주자니 가문의 세력이 약해지고, 장남에게 몰아주자니 밥벌이를 어떻게 마련해줘야 하는지가 걱정되고. 
그래서 차남 이하의 자식들은 수도사가 되거나 용병이 되거나 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역사가 전쟁으로 가득한 것도 한정된 자원으로 늘어나는 인구를 부양하려다 보니 불가피한 부분이 있는데, 그것이 가정적인 차원에서는 차남들의 생계 문제로 표현된다. 
십자군 운동은 어떻게 보자면 유럽 안의 남아도는 second sons 를 바다 건너 보내 버리는 운동이었다고도 할 수 있다. 
차남 용병단 얘기를 하다가 길이 샜다. 
그런데 원작 소설에서는 융카이를 방어하는 용병단이 세컨드 손즈 말고도 스톰크로우 stormcrow 라고 하나 더 있었다.
다리오 나하리스는 세컨드손즈가 아니라 스톰크로우의 3대장이었다가 대너리스를 위해 1,2대장의 목을 베어 귀순한다. 
세컨드손즈도 대너리스가 융카이를 공격하는 와중에 대장이 바뀌는데 책에서는 새 대장이 하는 역할이 꽤 있어서 향후 드라마에서 어떻게 맞춰나갈지 궁금하다.

소설에서 젠드리는 깃발없는 형제단에 그냥 머문다. 
형제단이 항상 정의로운 것만은 아니지만 입단하겠다는 사람을 팔아넘길 정도로 타락한 건 아니라  드라마에서 이 부분은 좀 마음에 안든다. 
소설에서는 렌리의 보호를 받고 있다가 스타니스의 포로가 되는 로버트왕의 다른 서자가 젠드리의 역할을 한다. 
멜리산드레는 이 서자를 희생시키려고 하고 다보스는 보호하려고 한다. 
소설 속의  스타니스는 드라마에서보다 더 강하게 멜리산드레의 제안에 저항한다. 
제이미 라니스터의 주제가 명예라면 스타니스의 주제는 정의라서, 정의를 앞세우는 스타니스는 쉽게 조카의 희생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그런 부분은 소설과 드라마 상에 뉘앙스의 차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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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미이 라니스터는 원작소설의 1권과 2권에서는 화자 중 한 명이 아니다.
원작소설을 구성하는 챕터들은 각각마다 등장인물 중 한 사람의 이름이 제목으로 붙어 있고, 그 등장인물의 관점으로 기술이 된다. 1권의 가장 분량이 많았던 등장인물은 에다드 스타크인데, 끝부분에서 죽음을 당한다. 주로 캐틀린, 존, 브랜, 아리아, 산사 등 스타크 가문의 등장인물들이 화자의 역할을 하고 있고 그밖에 티리온 라니스터와 대너리스 타르가르옌 또한 화자이다. (롭 스타크는 화자에 속하지 않는다. 스타니스는 화자가 아니지만, 다보스는 분량은 적은 편이어도 화자이다. 테온 그레이조이는 2권에서 화자였다. 4권과 5권에서도 새로운 화자들이 등장한다.)
제이미 라니스터는 3권부터 새롭게 화자로 등장한다. 그전까지는 에다드나 캐틀린의 관점에서만 보여지다가 자신의 목소리를 갖게 되면서 그는 왕좌의 게임 등장인물들 중에서도 가장 입체적인 캐릭터 중 한 명이 된다. (참고로 3권부터 새롭게 화자가 된 또한 사람은 야경대의 뚱보 샘웰 탈리이다.)
제이미 라니스터는 1권에서 세르세이 라니스터와 밀회를 즐기다가 이를 목격한 브랜 스타크를 떠밀어 버리면서 확실한 악역으로 자리매김한다. 브랜을 떠밀 때 사랑을 위해 하는 일이라고 말하는데("The things I do for love") 이것을 번역자가 "난 이런 일이 너무 좋아"라고 번역하는 바람에 사이코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런데 소설의 1권과 2권에서는 제이미에게 감정이입을 할 기회를 주지 않기 때문에 이 번역을 떠올리면서 좀 이상한 걸 하고 생각할 필요도 없다. 제이미는 에다드에게 경고를 주겠다며 그의 부하들을 킹스랜딩의 거리에서 살해하고, 남부로 진군하는 롭 스타크의 군대를 맞아 무시무시한 활약을 보여주지만 의외로 쉽게 포로로 잡혀 다행이구나 하는 정도의 느낌을 줄 뿐이다. 다만, 티리온이 세르세이와는 대립각을 세우면서도 제이미와는 우애가 높다는 것이 좀 의외로 느껴질 뿐이었다.
제이미 라니스터의 별명은 킹슬레이어, 즉 왕 시해자이다. 그는 타르가르옌 왕조의 마지막 왕인 아에니스 왕의 킹스가드(근위기사)의 한 명이었는데, 로버트왕의 반란 시기 다른 킹스가드들은 전쟁터에 나가지만 제이미는 유일하게 왕의 곁에 머무르다 반란 막바지에 왕을 살해한다. 킹스가드는 어떤 일이 있어도 왕을 보호한다는 서약을 하기 때문에, 킹슬레이어라는 이름은 서약을 어긴 자, 명예를 잃은 기사라는 것을 의미이다.
하지만 그가 왕을 죽인 것은 불에 대한 집착과 광기에 빠져 있던 아에리스 왕이 킹스랜딩을 불태워버리려고 하는 것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이 사실은 세상에 알려지지 않는데, 제이미의 성격은 자신을 경멸하는 사람들 앞에서 자신의 행위를 변명하는 것을 용납하지 않았던 것이다.
티리온이 난장이이고 브랜이 불구이며 존이 서자라는 핸디캡을 갖고 있는 것처럼 제이미는 왕을 죽인 킹스가드, 킹슬레이어라는 불명예를 멍에로 지고 있다. 제이미의 에피소드에서 명예는 중요한 주제이다. 캐틀린이 제이미를 석방한 것은 티리온이 킹스랜딩에서 핸드로 있었던 당시 산사와 아리아를 제이미와 교환한다는 조건으로 협상을 제의해 온 것에 기대를 걸었기 때문이다. (이 부분이 드라마에서 어떻게 묘사되었는지는 잘 모르겠는데 원작에서는 그렇다.) 제이미는 석방이 되는 대신 산사와 아리아를 가족에게 돌려 보내야 하는 빚을 지게 되었다. 제이미는 사람들의 평판은 아랑곳하지 않지만 이 의무는 진지하게 대하고, 이것이 향후의 플롯을 진행시키는 동기 중 하나가 된다.

브리엔느도 그에게 영향을 미친다. 브리엔느는 고지식하게 약속과 의무에 충실하다. 제이미를 킹스랜딩까지 안전하게 호송하는 것이 자기의 임무이기 때문에 제이미를 경멸하면서도 그를 보호하고자 최선을 다한다. 브리엔느는 고지식하지만 둔한 것은 아니다. 제이미는 브리엔느와 함께 하면서 그녀의 빠른 상황 판단력이나 실력에 대해 점점 높이 평가하게 되며, 그녀의 의무와 명예에 대한 고지식한 충실함을 비웃는 동시에 감명을 받는다. 킹슬레이어라는 명칭에 아랑곳하지 않아 왔지만, 브리엔느가 킹슬레이어라고 부르면 상처를 받는다.
그가 하렌할로 돌아가 브리엔느를 구출하는 장면은 음울하고 답답한 원작에서 몇 안되는 통쾌한 장면 중 하나이다. 제이미의 장점이 제대로 발휘되는데, 그는 정확한 판단력으로 상대방의 동기를 계산하고 과감하게 밀어붙여 뜻을 관철시키고 무모한 용기로 곰 앞에 뛰어든다. 헌신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나쁜 남자 캐릭터가 아무리 상황을 계산했다지만 뜻대로 안되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에 자신을 내던져 고지식하고 못생긴 여자를 구하는 장면은 상당한 카타르시스를 안겨 준다.

아직 처녀인 거 맞지? 나는 처녀만 구출하거든. (소설 상의 제이미 대사)

제이미 라니스터는 작품 등장인물 중에서 가장 재미있게 대사를 말하는 인물 중 한 명이다. 그보다 입담이 좋은 사람은 티리온 라니스터 정도일 것이다. 이 두 형제는 재치있는 농담에 능하지만, 그 재치가 주로 상대방을 기분 나쁘게 하는데 쓰이기 때문에 친구를 사귀는 데 그다지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 스포일러를 조금 하자면, 티리온은 나중에 자신의 농담하는 버릇 때문에 숱한 매를 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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