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로 원작소설과 비교를 해 가면서 드라마 리뷰를 하고 있습니다. 드라마를 보신 분이라는 전제 하에 쓴 글이므로, 당연히 드라마를 안 보신 분께는 스포가 되겠습니다.
1.
왕좌의 게임 시즌 5은 어린 세르세이가 친구를 이끌고 마녀를 찾아가 예언을 듣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세르세이가 묻는 질문은 세 가지이다.
첫번째 질문은 내가 언제 왕자와 결혼하게 될 것인가 였다.
당시 타이윈 라니스터는 딸 세르세이를 타르가리옌 왕가의 라에가르 왕자와 결혼시키고자 하고 있었다.
이에 대한 마녀의 대답은 왕자가 아니라 왕과 결혼하게 되리라는 것이었다.
두번째 질문은 어쨌든 내가 왕비가 된다는 거네? 하는 거였다.
이에 대해 마녀는 긍정하지만 단서를 단다. 더 젊고 아름다운 왕비가 나타나 세르세이가 가진 모든 것을 빼앗을 때까지라는 것이다.
그런데 영어에서 퀸 queen 이라는 단어는 여왕을 가리키기도 하고 왕비를 가리키기도 한다.
세르세이는 마아저리가 예언된 왕비라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그녀는 오도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세번째 질문은 자기와 왕 사이에 몇 명의 자녀를 두게 될 것인지 묻는 것이었다.
마녀는 왕은 16명, 세르세이는 3명의 자녀를 둘 것이라고 답한다.
세르세이에게는 넌센스로 느껴졌지만, 로버트 왕은 예언처럼 16명의 사생아를 낳고 세르세이는 제이미와의 관계를 통해 세 명의 아이를 낳는다.
마녀는 이에 덧붙여서, 세르세이의 아이들은 금빛 왕관을 쓰고 금빛 수의를 입을 것이며, 세르세이가 눈물에 익사할 지경이 되었을 때 발론콰르가 그녀의 목숨을 빼앗아갈 것이라고 예언한다.
당시 그녀는 발론콰르의 말 뜻을 몰랐지만 후에 고대어로 남동생을 뜻하는 말이라는 걸 알게 된다.
티리온에 대한 세르세이의 편집증은 여기에 연원이 있다.
이 예언들은 멕베스가 마녀들에게서 들었던 세 가지 예언을 연상시킨다.
예언은 정확하지만, 예언을 들은 사람이 잘못 예측하고 잘못 행동하게 만들어 그를 통해 예언의 실현에 가까이 가도록 만든다.
드라마에서는 발론콰르에 대한 예언이 생략되어 있다.
2.
소설 속에서 제이미는 아버지의 시신 곁에서 혼자 철야를 하면서 경비를 선다.
아버지에 대한 애정 때문이 아니라, 티리온을 통해 아버지를 죽게 만들었다는 죄책감 때문이었을 것이다.
세르세이는 제이미가 티리온의 탈출에 관여한 것을 알지 못한다.
만약 알았다면, 아들의 원수를 풀어준 제이미를 절대로 용서하지 못했을 것이다.
소설 속에서는 아마도 바리스가 남겨 두었을 헛된 단서 때문에 세르세이가 티렐 가문을 의심한다.
3.
세르세이가 만나는 젊은 남자는 란셀이다.
란셀이 누구인가 하면, 사촌동생, 즉 타이윈의 동생인 케반의 맏아들이다.
시즌2에서 제이미가 없는 동안 세르세이의 애인 역할을 하다가 티리온한테 약점을 잡혀 쩔쩔 매던 금발 청년이다.
변변치 않아 보이던 캐릭터였지만 라니스터 가문에서 꽤 순위가 높은 상속자 신분이다.
티리온이 지휘하여 스타니스와 싸웠던 블랙워터 전투에서 크게 부상당한 다음, 종교적인 인물로 변신했다.
기사가 되기 전에 로버트 왕의 시종이었던 란셀은 세르세이의 사주 하에 로버트 왕이 사냥을 할 때 만취하게 만들어 그의 죽음에 원인을 제공했다.
세르세이와 대화 속에 언급되고 있는 일은 그 사건이다.
사춘기 소년이 사촌형의 애인인 사촌누나와 관계를 갖고 왕까지 시역했으니, 종교에 영혼을 맡기는 것도 이해할 만한 일이다.
4.
계속 소설 관점에서 쓰게 되지만...
드라마엔 드라마의 논리가 있겠지만, 소설을 본 사람으로서는 자꾸 소설을 기준으로 판단하게 된다.
드라마가 소설을 벗어나는 경우에 어떤 경우는 괜찮은 변주라고 느끼지만 부족함을 느끼는 경우들도 생긴다.
스타니스가 만스 레이더를 처벌하는 이유는 자신에게 무릎을 꿇지 않아서가 아니라 그가 나이트워치의 탈주자이기 때문이다.
그것이 스타니스다운 논리이다.
소설 속에서 스타니스는 만스 레이더를 처형한 직후, 야인들에게 선택권을 준다.
무릎을 꿇고 식량과 안전을 얻을 것인지, 거부하고 장벽 너머로 돌아갈 것인지.
일부는 장벽 바깥을 선택하지만 많은 수는 무릎을 꿇는다.
장벽 바깥으로 나가는 것은 곧 추위 속에서 굶주려 죽거나 백귀들에게 당하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만스 레이더가 무릎을 꿇는지 여부가 크게 중요한 문제는 아니었다.
스타니스는 나름대로 공정하다.
그런 면이 다보스를 핸드로 임명하게 만들었을 것이고, 존과의 관계에도 작용하게 될 것이다.
존이 만스 레이더를 화살로 쏘는 것은 세부적인 부분은 다르지만 원작에서도 마찬가지다.
개인적으로 나는 존에 대해 별로 매력을 느끼지 못하다가 이 즈음부터 존이 좋아지기 시작했다.
5.
원작에서 바리스는 웨스테로스에 남고 드라마에서도 언급되고 있는 펜토스의 상인 일리리오가 티리온을 맞는다.
일리리오는 바리스가 당신을 그렇게 영리하다고 하던데... 하면서 얘길 하긴 하지만, 드라마에서처럼 오글거리는 칭찬은 나오지 않는다.
티리온은 배를 타고 가는 길에 계속 와인에 취해 있다.
아버지를 죽인 저주받을 근친살해자에다, 사랑하던 여자까지 죽게 만든 처지이다.
소설 속에서 대너리스를 만나 조언자가 되도록 권하는 것은 일리리오다.
일리리오는 바리스와 어릴 때부터의 동업자였다.
바리스가 훔친 것을 칼잡이였던 일리리오에게 되찾아달라고 의뢰하면 돈을 받고 되돌려주는 식의 사업으로 그들은 자수성가했다.
바리스는 물건이 아니라 정보를 훔치는 일에 명가가 되어 웨스테로스까지 소문이 전해져 초빙이 되었고,
일리리오는 펜토스에서 거대한 부자가 되었다.
일리리오가 대너리스와 드로고의 결혼을 주선하였고 용의 알 세 개를 결혼선물로 주었으며,
콰스에 머물던 대너리스에게 배와 자금을 보내준 것도 그였다.
대너리스가 그에게로 오는 대신 아스타포르와 융카이, 머린을 점령한 것은 그로서도 예상 외의 일이었다.
6.
대너리스의 문제는 노예제도의 폐지로 인한 혼란과 기득권층의 반발, 그리고 성장한 용들을 다루는 법을 모른다는 것이다.
아스타포르, 융카이, 머린은 노예무역으로 먹고 살던 도시들이다.
갑자기 노예무역이 폐지되었으니 노예주들의 반발은 당연한 것이겠지만, 해방된 노예들도 일자리가 없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대너리스의 연인 다리오 나하리스는, 검투사에서 성공한 용병대장이 된 자신의 경력을 이야기하면서 검투장을 다시 열어 달라는 청을 들어주라고 말한다.
시오미 나나미는 로마인 이야기에서 로마의 검투사 제도를 변호하면서, 어떤 검투사들은 오늘날의 연예인이나 스포츠스타와 같은 인기를 누렸다는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그것이 검투사 제도를 옹호하는 근거가 될 수 있을까?
시오미 나나미에게는 승자의 관점에서 역사를 바라보는 경향이 강하다.
한 명의 스타 검투사가 나오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노예들의 희생이 뒤따라야 했을까?
자유를 얻은 검투사들이 검투장이 열리기를 다시 바라는 현실.
이것은 통제할 수 없는 용만큼이나 어려운 대너리스 앞의 난제이다.
7.
산사와 리틀핑거는 어디로 가는 것일까?
이 두 사람은 원작의 줄거리와도 다른 길로 가고 있어 앞날을 짐작하기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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