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좌의 게임 시즌 3 6화. 혼돈과 사다리.

이 부제는 리틀핑거와 바리스가 대화하는 장면에서 따온 것이다.

원작을 읽은 사람은 원작과 비교해 가면서 드라마를 보게 되는 경향이 있고, 나도 그런 편이었다. 그런데 5화를 재방송으로 두 번째 보다 보니, 드라마가 참 잘 만들어졌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원작의 인상적인 부분들을 잘 묘사했을 뿐만 아니라 어떤 부분은 원작에 없던 장면을 넣거나 스토리나 캐릭터에 변화를 주어, 창의적이면서도 효과적인 장면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6화의 예를 들자면, 웅대한 얼음 장벽을 오르는 장면은 소설 속에 글로 묘사된 내용을 강렬한 인상을 주는 화면들로 옮기고 있다. 

장벽 오르기

원작에는 존과 이그리트가 장벽을 오르다가 떨어질 위기를 맞는 장면은 없으나, 장벽을 오르던 줄 하나가 떨어져 그 줄에 매달려 있던 인원이 모두 추락사하는 장면이 있다. 존을 옹호하는 이그리트와 대립하면서 존을 의심하고 해칠 기회를 노리는 야인도 원작에 존재한다. 장벽을 오르는 장면은 원작의 테마들을 살리면서도 보다 장황한 이야기들을 효과적으로 압축한 예라고 하겠다. 두 사람이 장벽에 오른 후 남쪽의 땅을 바라보며 키스를 나누는 장면 역시 두 사람 간의 관계가 발전하는 과정을 설득력 있게 묘사하고 있다.

장벽을 오른 존과 이그리트

리틀핑거와 바리스의 대화 역시 원작에는 없지만 두 사람의 캐릭터를 잘 묘사하고 있을 뿐더러 대사가 흥미롭다. 

두 사람은 음모꾼이면서 선과 악 사이 모호한 위치에 있다는 점에서 비슷하면서도 차이가 있는데, 바리스는 왕국의 안녕이든 타르가르옌 왕가의 복귀든 아직 분명하게 드러나지는 않지만 나름의 명분을 향해 치밀하게 음모를 짜고 실천하는 캐릭터인 반면, 리틀핑거는 자기 자신의 이익에만 가치를 둔다. 두 사람 다 목적을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는 타입이지만, 목적을 위해 합리적으로 계산하고 행동한다는 점에서 악 자체를 즐기는 조프리, 명예를 중시하는 에다드, 감정을 앞세우는 세르세이 등과 다르다. 그렇게 비슷한 점과 다른 점이 있기 때문인지 드라마에서는 두 사람이 서로 인상적인 대화를 나누는 장면이 나오곤 했는데, 그 중에서도 6화는 압권이었다. 

이 장면이 시작될 때 리틀핑거는 철왕좌를 바라보고 있고 바리스가 등장하여 두 사람은 철왕좌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을 한다. 

두 음모꾼의 대화의 시작

타르가르옌 초대 왕 아에곤이 적들로부터 1000개의 검을 빼앗아 녹여 만들었다는 철왕좌의 유래에 대해 바리스가 언급을 하자 리틀핑거는 200개 뿐이라고, 자기가 직접 세어 보았다고 대꾸한다. 

바리스는 리틀핑거가 리사의 마음을 사기 위해 티윈에 의해 사자로 파견된 일을 빗대어, 꿩 대신 닭이니 안됐다는 식으로 말하는데, 이는 리틀핑거가 어렸을 때 튤리 가문에 위탁되어 자라면서 캐틀린과 리사 자매와 감정의 교류가 있었지만 실제로 리틀핑거가 사랑했던 건 캐틀린이었음을 두고 그 여동생인 리사에게로 가게 되었음을 언급한 것이었다. 리틀핑거는 그것도 감사하게 여길 처지라고 말한다. 

대화는 캐틀린의 딸이자 리사의 조카인 산사에게로 옮겨가는데, 리틀핑거는 산사를 티렐 가문에 혼인시키려 했던 일로 바리스를 비난하고 바리스는 변명하듯 다 왕국을 위해서였다고 답한다. 여기서 대화는 좀 더 추상적인 영역으로 옮겨 간다. 

리틀핑거는 왕국이란 허상이라고, 처음에는 거짓말이지만 반복해서 계속 말하다보니 사실처럼 된, 철왕좌의 전설과 마찬가지라고 한다. 바리스는 그 거짓말이 없다면 무엇이 남겠느냐, 혼돈의 수렁 뿐이라고 반박한다. 이에 대해 리틀핑거는 혼돈은 수렁이 아니라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라고 말한다. 어떤 사람은 사다리에 오르려다 실패하고 떨어지고 어떤 사람은 오르려는 것을 포기하고 사랑이나 신이나 왕국에 기대지만 모두 환상이다, 사다리만이 실재한다고 말한다. 이 대사와 함께 티리온과의 결혼을 전해 들은, 사랑에 대한 희망과 환상이 깨진 산사가 우는 장면이 오버랩된다. 

리틀핑거. 사다리만이 현실이고, 올라가는 것만이 전부다.

리틀핑거는 자신의 계획을 바리스에게 누설한 여자 로즈를 실패한 투자였다고 말하며 하지만 새로운 친구에게 선물할 수 있어 다행이라고 한다. 그 말의 뜻은 석궁을 들고 있는 조프리와 그 앞에 묶여 고문당한 흔적과 함께 석궁을 맞고 죽어 있는 로즈의 모습에서 밝혀진다. 

이렇게 짧은 장면에 많은 정보와 주제와 감정이 담겨 있다.  

# 부연 1 

리틀핑거는 킹스랜딩을 떠나면서 산사를 데리고 가고자 했으나 로라스와의 결혼을 기대하고 있던 산사는 이를 거절한다. 리틀핑거의 계획을 염탐으로 알아차린 바리스는 티렐 가문과 산사를 결혼시켜 이를 막고자 했고 이를 또 염탐으로 알아낸 리틀핑거는 라니스터 가문에 정보를 흘려 이를 막는다. 하지만 리틀핑거의 진짜 목적은 무엇일까? 산사가 티렐 대신 티리온과 결혼하여 그가 얻게 되는 이익이 무엇일까? 그의 계획은 얼마 후에 좀 더 드러난다. 그런데 바리스는 왜 리틀핑거를 방해하려 한 것일까? 바리스는 줄곧 티렐 가문과 라니스터 가문의 사이를 벌려 놓으려고 노력하는데 그 일환이었을지도 모르겠다.

# 부연 2  

리틀핑거의 어린 시절 경험, 즉 대가문의 딸을 연모하고 마음을 사로잡기까지 하지만 자신의 미약한 가문으로 인해 고초와 멸시를 당하고 쫓겨나야 했던 경험이 아마 그의 가치관을 결정지었을 것이다.


페티르(리틀핑거), 캐틀린, 리사


나머지 장면들도 좋은 장면, 좋은 대사가 많았다. 활을 쏘는 법에 대해 아리아를 가르치는 앤거이의 대사들도 인상적이고, 티리온과 세르세이가 나누는 대화는 모처럼 두 사람 간 대화다운 대화라 훈훈했고, 로라스와 산사의 대화, 올레나 티렐과 티윈의 대화는 은근히 코미디다. 그리고, 좀 보기 어렵긴 하지만 테온에 대한 고문 장면. 

활을 배우는 아리아

남매 간의 오랜 만의 공감. "아버지가 우리 넷을 한 마차에 태워 지옥으로 보내는군."

로라스와 산사. 꽃기사 로라스가 이 드라마에선 좀 비호감인 게 아쉽다.

티윈 라니스터와 올레나 티렐. 네 손자는 게이야. 네 자식들은 근친상간이야.

아, 그리고 요즘 떠오르는 커플인 제이미 라니스터와 브리엔느. 안 쓸리는 고기를 왼손으로 죽어라고 쓸어대는 제이미와 보다 못해 나이프로 고기를 찍어 주는 브리엔느. 살얼음을 걷는 듯한 볼튼과의 대화와 눈치 대장 제이미가 나이프로 뭔가 해 보려는 브리엔느의 손을 지그시 눌러주는 장면. 

장면 초반, 브리엔느와 볼튼이 대화를 나누고 제이미는 고기를 썬다.

죽쑤고 있는 북부군 진영의 분위기는 우울하고 조명도 어두침침하지만, 롭의 외숙부 에드무어의 혼사가 논의되는 장면은 꽤 재미있다. 왕인 조카는 사랑하는 사람과 결혼하는데 그 뒷감당을 위해 얼굴도 보지 못한 여자와 결혼해야 하는 처지는 서글프면서도 코믹하다. 외모에 대해 질문하자, 소를 사려는 거냐고 되묻는 까칠한 프레이 가문 사람들. 평생 같이 살 사람 외모라도 알고 싶다는데. 우리편 사람들도 지금 이 와중에 그렇게 한가하냐고 면박을 주지 않나, 누구라도 결혼을 강요받을 수 없다고 항변하면 그럼 내 주먹의 강요를 받고 싶냐고 숙부가 협박하지 않나. 슬프면서도 우습고, 진지하지만 부조리하다. 왕좌의 게임에는 이런 장면들이 가득하다. 

에드무어 툴리. 전하의 뒤치닥거리를 왜 제가 해야 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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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 케이블로 방영될 왕좌의 게임 시즌 3의 7화는 소설 원작자인 조지 RR 마틴 옹이 직접 집필했다고 한다. 

상당히 기대가 됨.

6화를 보니 원작과 세부적으로 다른 부분들이 꽤 되는데, 7화도 그럴지 아니면 원작에 충실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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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스테로스의 동쪽에 위치한 에소스 대륙의 주요 세력을 간단하게 소개하고자 한다.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지만 심한 정도는 아니다. 
 

웨스테로스와 에소스.
아래 사진에서는 실제 미국의 넓이와 비교를 해 주고 있다.

웨스테로스 가까운 맞은 편, 대륙의 서쪽 및 서남쪽 해안과 섬, 그와 가까운 내륙에는 브라보스, 펜토스, 미르 등의 자유 도시들이 존재한다. 
그 동쪽, 내륙의 광대한 초원은 도트락 인들이 지배하고 있다. 
남쪽 해안에는 오래된 역사를 가진 부유한 도시들이 존재하는 데, 그 중 노예 무역으로 번성하는 세 개의 도시가 아스타포르, 윤카이, 미린이다. 대너리스는 무결병(언설리드)을 해방시켜 아스타포르를 점령한 후 윤카이를 거쳐 미린으로 진공한다. 그 근처에 지스카리, 뉴 기스 등을 비롯한 몇 개의 도시들이 있는데 대부분 대너리스의 적이 된다. 이들 도시들은 경제가 노예무역에 의지하는 비중이 커서, 노예를 해방시키는 대너리스는 구원자로서 숭배를 받는 동시에 기존의 질서를 무너뜨리는 폭군으로서 극심한 저항도 대면해야 하는 운명이다. 
그 남쪽에 커다란 섬이 고대의 제국 발리리아의 본거지였는데, 400년 전쯤 화산 폭발로 아무도 접근할 수 없는 땅이 되었다. 
도트락인들이 지배하는 초원의 남동쪽 지역엔 아무도 살지 못하는 황무지가 있고 그 너머 남동쪽으로 콰스가 있다. 이 도시는 아마도 이 소설 속에 등장하는 도시 중 가장 인구가 많은 도시로, 중국의 북경이나 바그다드를 연상시킨다. 소설에서는 드라마와 달리 콰스의 지배 체제는 복잡하고 전모를 드러내지 않으며, 대너리스는 유력자 몇 사람과만 관계를 가지면서 손님으로 머물다가 도시를 떠나게 된다. 
그 동쪽에도 대륙이 계속 펼쳐지는데, 콰스가 대륙의 남동쪽 끝인 줄 알았더니 에소스 대륙의 규모는 그보다 훨씬 광대하다고 한다.

아스타포르, 윤카이, 미린, 콰스, 도트락 초원, 발리리아, 자유도시들, 대너리스 무리가 방황했던 Red Waste, 멜리산드레의 출신지라는 아사히 등을 볼 수 있다. 


서쪽(즉 웨스테로스 대륙의 동쪽 바다 맞은 편)의 자유 도시들은 대개 공화정 체제이고 상업이 발달해 있다. 베네치아나 피렌체 같은 중세의 이탈리아 도시들과 비슷한 점들이  있다. 
서북쪽 해안에 위치한 브라보스는 아리아와 함께 했던 자켄과 연관이 있는 도시로 얼굴없는 신을 모시는 암살단이 존재한다. 무역도 발달해 있고 리틀핑거의 뒤를 이어 재무관이 된 티리온의 대사에 보면 브라보스의 철의 은행으로부터 왕국이 많은 빚을 지고 있음을 보여 주는 대목이 나오는데 이 은행은 5권에서 좀 더 비중 있게 등장한다. 
브라보스 아래의 펜토스는 대너리스와 드로고를 중매해 준 일리리오가 사는 도시로 바리스가 젊은 시절 활약한 도시이기도 하다. 이 도시는 선출된 총독이 다스리는데, 기근과 같은 재앙이 닥치면 총독을 사형시키고 새로운 총독을 뽑는다. 수십년 전 펜토스의 총독으로 선출되었으나 이를 거부하고 도망친 남자가 있었는데 이 남자가 만들고 지휘하는 용병대가 나중에 윤카이에 고용되어 대너리스의 미린을 공격하는 부대의 일부를 이루게 된다. 
티로시는 용병으로 유명한데, 라니스터 가문에 속해 있으면서 갖은 악행을 저지르다가 하렌할을 넘겨 주면서 롭의 영주 중 한 사람인 볼튼 휘하가 되었다가 제이미 라니스터의 손을 잘라내기도 하는 용병 무리의 대장이 티로시 출신이다. 
남해의 섬인 리스는 침대에서의 환상적인 기술로 이름높은 여자 노예들로 유명하다. 
남쪽 해안에 위치한 볼란티스는 자유 도시들 중에서도 가장 역사가 오래 되었고 힘도 강해 다른 도시들을 지배하고자 하였으나 미르와 펜토스 등과의 전쟁에서 뜻을 이루지 못하였다. 전쟁을 선호하는 호랑이 파와 평화를 선호하는 코끼리 파가 정치적으로 경쟁하고 있으며, 선출된 3인의 과두정에 의해 지배된다. 

자유 도시들

3권까지는 대너리스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등장인물들이 웨스테로스 대륙에 있으나 5권에서는 몇몇 중요한 인물들이 동쪽 대륙으로 건너가고 이전보다 많은 사건들이 벌어지게 된다. 위에서 언급한 장소들 중 일부는 그 배경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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