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자 1장은 인식의 한계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인식의 틀에서 벗어날 때 볼 수 있는 것들이 있음을 이야기한다. (무욕이관기묘)
생각으로 가득 차 있는 동안에는 제대로 볼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자기계발 서적들이 흔히 제공하는 조언들은 이와 달리 우리로 하여금 끊임없이 생각을 하도록 만든다. 목적의식을 분명히 해라, 체계적으로 계획을 세우라, 습관을 변화시키라, 합리적으로 선택하라, 자신에 대한 믿음을 가져라,이런 이런 것들을 명심하라, 배우라, 변화하라, 통제하라.... 

우리는 일순간 일순간 최대로 좋은 것들을 얻어내고야 말겠다는 마음으로 삶을 산다. 
일은 가장 효율적으로 처리하고자 하고, 여가시간에는 가장 큰 즐거움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찾는다. 

하지만 그런 생활과 사고의 습관이 우리 정신의 한 부분은 발전시키지만 다른 한 부분은 가두어 잠재우는지도 모른다. 
언제나 의도와 목적을 갖고 자신의 행동 하나의 효과를 계산하고 사는 사람은 무언가를 있는 그대로 보고자 할 만한 여유가 없다. 
그는 항상 머리 안에 가득한 자신의 생각에 정신이 팔려, 그러한 생각들을 놓았을 때의 자신이 어떤 모습인지 보지 못한다.  

도를 따르는 첫 걸음은 생각을 놓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가 생각을 놓지 못하는 큰 이유는 우리가 생각을 통해 뭔가 변화를 가져 오고 더 나은 것을 얻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강박관념이다. 생각이 바뀌면 행동이 바뀌고, 행동이 바뀌면 습관이 바뀌고, 습관이 바뀌면 인생이 바뀐다는 류의 생각이다. 
이것은 맞는 말이겠지만, 우리는 지나친 변화의 강박을 피해야 한다. 변화에 대한 강박에서 걱정과 불안이 생기고, 부러움이나 열등감이나 여러 스스로 옳지 않다고 생각하는 감정들에서 나오는 생각들도 과감히 끊어버리지 못하게 된다. 

인생을 넓은 관점에서 전망하면서 큰 변화를 시도해야 할 때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런 일을 매 순간 할 수는 없다. 큰 변화의 모색과 결단의 시간은 인생 전체에서 자주 있는 것도 아니고 절대적인 시간이 길지도 않다. 
대부분의 시간에는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는 강박을 짊어지고 살 필요가 없다. 몇 가지 선택들에서 생각을 덜 해서 손해 보는 일이 있을지 몰라도 그런 것들은 상대적으로 사소한 것이며 생각의 강박에 시달리지 않는 것의 효과에 비하면 미미할 수 있다. 

생각의 강박에서 벗어나면, 내 본연의 모습에 더 가까와진 듯한 느낌을 가질 수 있다. 
예를 들어 행동에 망설임이 없기 때문에 행동을 통해 표현되는 내 자신이 내 정체성을 더 잘 표현하는 것처럼 느끼게 된다. 망설임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행동을 하면, 다르게 행동했었을 수도 있었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으면서 현재의 행동에 집중하지 못하게 된다. 생각이 개입되면 감정도 자연스럽지 않고 어떤 경험을 하면서도 그 경험과 나 자신이 일체가 되지 못하는 것처럼 느낀다. 아마 이런 느낌이 도에서 벗어나 있는 징후일 수도 있을 것이다. 

생각을 하지 않고 살 수도 없고, 생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인생이 바뀌기도 한다. 
하지만, 일상 생활에서 생각을 해야 한다는 강박을 떨쳐 내는 연습을 해 보도록 하자. 
우선 매 순간 뭔가를 더 낫게 만들어야 하고 뭔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을 버리자.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경험을 그 자체로 의미 있다고 여기고 거기에 집중하자. 

이것이 도에 가까와지는 한 방법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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