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에 따르면, 사람들이 처신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는데, 자신의 실력으로 높은 자리에 오르려는 소수의 사람이 있고, 약한 자들끼리의 연합을 통해 스스로를 보호하려는 사람이 있다.

보통 이런 생각은 재수없는 이야기들을 저급하게 정당화하는 역할일 때가 많지만, 가끔 뛰어난 실력자가 빛을 발하는 모습은 카타르시스를 준다.

tvn에서 어제 종방한 더 지니어스란 프로는 정말 재미있었다. 13명의 플레이어가 12번의 라운드를 거치면서 한 명씩 탈락하는 방식인데, 처음엔 어설프고 게임의 룰이 혼란스럽게 보였지만 볼수록 팬이 되었다.

생소한 룰은 명쾌한 전략을 세우기 어렵고 플레이어들의 예측할 수 없는 행동은 기껏 세운 전략도 무산시킨다.

그런데 현실의 게임들이 그러하지 않은가? 명쾌한 룰에 따라 정확하게 계산하는 능력으로 승리하는 게임은 가상의 환경일 뿐이다.

혼란 속에서 방향 잡고 부탁하고 약속하고 거짓말도 하고 하면서 게임해나가는 모습들이 정말 재미있었다.

일반적인 스포츠가 90%의 실력에 10%의 운을 가미하는 방식이라면, 이 게임은 운이 더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어쩌면 운이 아니라, 더 복잡한 개념의 실력, 즉 지능 뿐 아니라 관찰력, 판단력, 사람과의 관계 능력, 잔머리, 필요할 때 상대를 속일 수 있는 냉정함과 그러면서도 지나친 원성을 피하는 평판 관리 능력 등을 총합한 실력이 결과를 좌우한 것인지도 모른다.

플레이어들은 각자 자신의 강점을 활용하면서 최선을 다했다.

사실 그 중에서도 찬양하고 싶은 플레이어가 있는데, 스포일러가 될까봐서.

11월에 할 시즌 2에선 노홍철이 나온다니 그것도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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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번의 연애

저자
성석제 지음
출판사
휴먼앤북스 | 2012-12-17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한 여자만을 향한 아름답고 운명적인 한 남자의 사랑!‘우리 시대...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스티븐 킹에 이어 크레마로 두 번째 읽은 책은 성석제의 최근 소설이다. 

이 소설의 남자주인공이 이렇게 얘기한다. "여자는 복잡하고 남자는 단순하다. 여자는 풍요롭고 신비하고 아직 속을 알 수 없는데 남자는 빤하다." 
여자주인공은 이렇게 대꾸한다. "내 생각은 아주 달라. 인간 수컷은 쓸데없이 복잡하고 뭘 할지 알 수가 없고 저도 제가 뭔지, 뭘할 건지 모르는데 암컷은 명확하다고."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와 좀 비슷한 느낌? 소설이면서도 교과서 비슷한 느낌이 드는. 한 유형의 사랑에 대한 전형적인 이야기에 우리나라의 현대사에 있었던 전형적인 이야기들과 '공산당선언'이 합쳐진 느낌. 

전형적이라는 건 폄훼하는 게 아니고 이 소설의 장점이다.
스티븐 킹 남자주인공의 쿨한 스타일에 적응해 있다 보니 포항 출신 순정남의 첫인상은 좀 실망이었으나 읽다 보니 정이 들었다. 

그리고 이런 문구도 나온다. 
"인생에 특별히 깨달을 건 없다는 깨달음. 중요한 건 살아가는 것이라는. 중요한 건 존재하며 느끼는 것이라는."
내 생각에 많은 영화나 소설들은 이 메시지를 다양한 맥락으로 전달하려고 하는 것 같다. 

소품 같은 느낌이 드는 소설이었지만, 다 읽고 나니 꽤 풍요로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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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키디데스의 펠로폰네소스 전쟁사를 다시 읽기 시작.


펠로폰네소스 전쟁사

저자
투퀴디데스 지음
출판사
| 2011-06-30 출간
카테고리
역사/문화
책소개
현실주의 역사서이자 외교정책 텍스트를 읽다!지식의 찬란한 첫새벽...
가격비교

이 전쟁에서 가장 중요한 주역은 아테네와 스파르타, 그 다음은 테베와 코린트이다.

스파르타가 주도하는 펠로폰네소스 동맹의 주요 도시 중 하나였던 코린트는 코르키라라는 섬 국가와 갈등을 겪게 된다. 코르키라는 그 때까지 어느 쪽 동맹에도 속하지 않고 있었는데 코린트와 그 동맹국들로부터 강력한 위협을 받게 되자 위기감을 느끼고 아테네에 동맹을 맺자고 호소한다. 아테네로서는 자신들과 코린트에 이어 강력한 해군을 가진 코르키라가 상대편에 예속되는 것을 볼 수가 없는 상황이라 동맹을 받아들이게 된다.

이 사건과 다른 사건들이 얽히면서 코린트는 스파르타에 사절을 보내 아테네와의 전쟁을 주장한다. 코린트의 사절들은 아테네와 스파르타를 비교하면서, 아테네는 진취적인데 스파르타는 굼뜨기만 하다고 질책한다. 아테네는 제자리에 머물러 있는 것을 손해로 여기고 노고를 아끼지 않으면서 새로운 일들을 끊임없이 시도하면서 세력을 키우고 있는데, 스파르타는 지켜 보기만 하고 동맹국이 받는 침해에도 적극 대응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연히 다른 일 때문에 스파르타에 와 있던 아테네의 사절들이 이 이야기를 듣고는 자신들도 발언 기회를 얻어 연설을 한다. 그들은 자신들이 정당하다는 것을 증명하려 하지 않는다면서, 강력한 국가가 약한 국가들의 불만을 사는 것은 당연한 것이고, 자신들은 힘을 앞세우지 않고 법으로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기 때문에 오히려 다른 국가들이 힘이 약하기 때문에 강한 국가에 복종하는 것이 아니라 동등한 국가로부터 부당한 손해를 봤다고 여겨 불만이 큰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전쟁의 결과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니 신중하게 결정하라고 경고한다.

스파르타 시민들은 자신들끼리 의논 끝에 전쟁 쪽으로 기울게 되는데, 이를 원치 않았던 스파르타의 왕이 주의를 준다. 코린트가 비난했던 신중함은 오히려 자신들의 강점이고 그 때문에 자신들이 현재의 위치에 이른 것이라는 말로 시작해서, 이번 전쟁은 육지에서 강한 도시와 바다에서 강한 도시가 대결하는 것이기 때문에 승부가 쉽게 나지 못한다는 것을 지적하고, 더 준비를 갖춰 상대방을 압도할 수 있기 전까지 전쟁을 미루는 것이 낫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수백 개의 도시가 참여할 것이고 수많은 죽음과 손실을 일으키게 될 전쟁을 시작하는 것을 동맹국의 말에 흔들려 쉽게 정하면 안된다는 말로 끝을 맺는다.

하지만 회의를 주재하던 스파르타의 감독관은 전쟁을 원하고 있었다. 그는 아테네 사절이 한 말은 무슨 말인지 못알아듣겠다고 하면서, 시민들에게 아테네가 정당하다고 생각하는지 부정을 저질렀다고 생각하는지를 결정하라고 한다. 물론 아테네가 부정을 저질렀다는 쪽이 다수였고 이렇게 스파르타 측에서는 전쟁을 의결하게 된다.

코린트 사절들의 연설은, 세력을 확장하는 아테네에 대한 두려움을 자극해서 스파르타가 더 늦기 전에 아테네에 전쟁을 선포하도록 하려는 의도였겠지만, 마치 남자친구한테 다른 남자와 비교를 하면서 넌 그렇게밖에 못하냐고 질책하는 여자 같은 뉘앙스를 풍긴다.

일련의 연설로 구성되기 때문에 연극을 보는 느낌도 들고, 진취적인 사업가 정신에 대한 묘사, 힘이 곧 정의라는 사상, 의도한 결과를 내기 위한 의제 설정의 사례, 양극화 구도에서 세력 균형의 불안정성 등 여러 가지를 볼 수 있는 장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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