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좌의 게임 시즌3이 최종화까지 마쳤다. 
9화에서 주요 인물들의 운명이 반전되었고, 10화는 그 마무리였다. 
다시 본 10화는 훌륭했다. 
지난 리뷰를 쓸 때는 월요일 출근해야 하는 상황에서 시즌3이 끝난다는 아쉬움 때문에 심통이 나 있었나 보다. 
드라마는 드라마 나름의 논리가 있는데, 책과 다른 부분에 대해 비판적으로만 볼 건 아닌 것 같다. 
예를 들어 젠드리와 관련된 에피소드의 경우, 원작에서처럼 젠드리가 아닌 다른 서자가 그 역할을 했더라면 드라마만큼의 감정이입을 불러오긴 힘들었을 것이다. 
원작을 그대로 인용하기도 하고 새로운 관점으로 해석하기도 하면서 각색하는 솜씨가 뛰어나다고 느껴진다. 

10화의 몇 가지 장면과 대사들. 
(드라마를 본 분들을 위한 기억되살리기 내지 음미 용도. 드라마 안 본 분들이 보기엔 불친절함) 

어둠 속에서 계속되는 학살의 장면들. 
칼싸움을 벌이다 죽는 사람은 그나마 낫다. 
목을 매다는 장면은 이미 대세가 기울어 전투가 끝나간다는 것을 보여 준다. 
이어서 king of north를 구령하며 들어오는 프레이의 병사들. 
평소 드라마에서 보여지던 다이어울프는 그냥 보통 늑대처럼 보였는데, 이번에는 커 보인다. 
원작에서는 대너리스가 콰스에서 마법사들의 집에 들어갔을 때 미래의 장면을 몇 가지 보게 되는데 그 중 다이어울프의 머리를 매단 남자가 나온다. 
그 장면 때문에 롭의 끝이 좋지 않을 것임을 짐작할 수 있었는데, 그 복선이 이렇게 실현이 된 것이다. 

King of North

그 끔찍한 어둠의 장면 뒤에 바로 이어서 화창한 낮의 꽃길을 걷는 티리온과 산사가 등장한다. 

이런 장면 전환이 좋았다. 농담을 주고 받는 두 사람은 화기애애하고 주변은 평화롭다. 
이 때 포드릭 파이네가 등장하고 회의에 참석하라는 명령을 전한다. 

이어지는 회의 장면은 멋졌다. 롭과 캐틀린의 소식으로 싱글벙글하던 조프리는 티리온과 갈등을 일으키고 뒤이어 타이윈(티윈)과 부딪힌 후 억지로 끌려나간다. 
대사 몇 마디로 긴장감을 한껏 올리는 솜씨가 대단하다. 
"넌 괴물이야!" "내가? 그렇다면 나한테 말을 조심하시지. 괴물들은 위험한 짐승이고, 요즘 왕들은 파리들처럼 죽어나가니 말야."
이 대사는 원작에도 나온다. 하지만 원작에선 바로 다음 대사로 이어지는데, 드라마에선 배경음악과 사람들 표정으로 긴장감을 높인다. 
이런 부분은 드라마의 표현력이 낫다. 
사람들이 떠나고 난 다음 타이윈은 티리온만 남겨 대화를 한다. 
이 대화 속에서 프레이 가의 배신이 타이윈의 보증 하에 이루어진 일임이 드러난다. 
타이윈은 설명하기 전에 미리 상황을 짐작해내는 티리온을 인정하는 듯한 눈빛으로 쳐다 본다. 
원작에서는 나중에 타이윈의 여동생이 등장하는데 타이윈과 가장 많이 닮은 사람은 제이미(자이메)가 아니라 티리온이라는 말을 한다. 
티리온은 타이윈의 냉정한 처사를 혐오하지만, 생각하는 방식이 비슷하다. 
하지만 뭔가 통하는 것이 있는 것처럼 시작된 이 대화도 결국은 두 사람의 관계만 훼손시키고 파국으로 끝난다. 

그 다음, 학살이 일어난 홀의 핏자국을 지우는 사람들 속에 서 있는 볼튼과 왈더 프레이의 대화.
조프리를 제외하면 이 작품의 악의 축이라고 할 만한 두 세력의 주인들이다. 
두 사람의 대화에서 윈터펠이 점령당한 사정이 드러난다. 
루제 볼튼의 아들 램지(람세이) 볼튼이 강철군도인들에게 살려주겠다는 약속을 하고 테온을 넘겨받은 것. 
(하지만 이들 강철군도인들도 무사하지 못했음이 나중에 발론과 야라(아샤) 그레이조이의 대화에서 드러난다.
이들은 피부가 벗겨진 채 성벽에 매달리게 되는데, 볼튼 가문의 문장은 동식물을 주로 사용하는 다른 가문과 달리 피부가 벗겨진 사람이다.)
테온은 그렇게 해서 램지가 잡고 있는데 제 서자 아들 램지의 취향이 워낙 독특해서요.. 하는 볼튼의 대사와 오버랩되면서 테온의 장면으로 넘어간다. 

소시지 장면은 정말이지... 상황의 끔찍함을 별도로 친다면 램지 볼튼은 스탠드업 코미디언이다. 
"이거? 설마? 돼지고기 소시지라구. 난 식인종이 아냐."
테온은 이 장면에서 Reek(구린내)이라는 이름을 얻게 된다. 

I'm Comedian!

다음은 그레이조이 가문에 편지와 함께 도착한 상자.

편지를 쓴 것은 우리의 만담가 램지 볼튼이다. 
"상자 안에는 테온이 가장 좋아했던 장난감이 들어 있다. 장난감을 빼앗기니까 어린아이처럼 울더군."
상자를 열어보는 야라. 테온을 이제 없는 자식 치려는 발론. "이제는 남자 구실도 못하지 않느냐."

아리아는 프레이의 병사들에게 동전 떨어뜨리기 스킬을 시전한다. 
시동을 걸면 나머지는 듬직한 보디가드가 다 처리해 준다. 
아리아가 회수한 동전에는 발라 모굴리스, 모든 사람은 죽는다는 뜻의 발리리아 어가 쓰여 있다. 
뭔가를 떠올린 듯한 아리아. 자켄을 떠올렸겠지.

샤에를 떠나보내려는 바리스. 역시 오지랖이 넓다. 
"너는 티리온에게 좋은 영향을 미쳤다. 예전엔 술을 마시고, 사창가를 하루에 세 곳씩 다니고, 도박을 했지. 지금은 술만 마시니까."

나이트워치의 버려진 성채에서 밤을 보내는 브랜(브란)은 일행에게 Rat Cook, 쥐 요리사에 대한 이야기를 해 준다. 
그가 신들에게 저주를 받은 이유는 접대한 손님을 살해했기 때문. 
세븐킹덤에는 음식을 대접한 손님은 어떤 일이 있어도 해하지 않는다는, 신성시되는 관습이 있다. 
프레이 가문의 앞날이 앞으로 좋지는 않겠다. 

괴담 뒤에 코믹 호러의 장면이 이어지고 브랜은 샘웰과 만난다. 
흑요석을 넘겨 받은 브랜 일행은 백귀들로 가득한 북부로, 샘웰은 나이트워치의 성 캐슬 블랙으로. 

귀환한 샘웰의 보고를 받은 나이트워치의 마에스터 아에몬은 전서조를 배불리 먹이라 명한다. 44마리 모두 왕국 곳곳에 보내야 하니까. 
이 장면도 좋았다. 샘웰과 길리, 아에몬 간에 이어지는 대사들의 진행. 플롯과 에피소드가 조화를 이룬다. 
샘웰의 귀환이 검은 까마귀들을 날게 하고, 드래곤스톤 섬으로 날아들어온 소식은 다보스를 결심하게 하고, 뒤이은 행동은 스타니스 왕의 군대를 움직인다. 

다보스는 배운 지 얼마 안되는 읽기 스킬 시동거느라 힘에 겹다. 
night를 니그트라고 읽으니까 스타니스의 딸이 정정해 주고, 왜 그런 거냐고 하니까 원래 그런 거라고 답하는 부분도 재미있었다.  
니그트, 아니 나이트워치의 편지를 읽은 다보스는 혈마법 밖에 돌파구가 딱히 보이지 않던 스타니스에게 새로운 길을 열어 보인다. 

존과 이그리트의 장면을 사족이라 불렀었지만, 오늘은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목숨 걸만큼 사랑하던 사람 떠나는데 화살 세 방은 먹여야지. 
마음이 아프다, 이그리트. 

대미의 장식은 대너리스. 
융카이의 해방된 노예들이 미샤라는 이름으로 대너리스를 부르고 만지는 장면은 좀 어색하기도 했지만. 
받쳐주는 손 위로 누워 떠오르면서 환하게 웃는 얼굴. 그래, 이렇게 끝나는 것도 나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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