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아무래도 원작과 비교를 하며 평가를 하게 된다.
원작에서 받았던 느낌과 차이가 나는 경우 좀 박해지는 경향이 있다.
드라마의 느낌을 좋아했던 분들께는 양해를.
약간 다른 버전의 이야기에서는 어떠했는가 정도로.

산사가 티리온과 농담을 하는 장면은 원작에 나오지 않는다. 그녀는 자신의 가혹한 운명에 힘들어하는 나머지 티리온의 호의에 고마운 마음을 가질 여유가 없다. 그녀에게 티리온도 라니스터일 뿐이다.
그래도 이 추가된 장면은 괜찮았다. 산사와 티리온이 잠시라도 열린 대화를 한다니 훈훈.
하지만 뒤이어서 바리스가 샤에에게 다이아몬드를 주면서 떠나보내려는 장면은 글쎄. 너무 건전하달까.
원작과 가장 차이가 나는 캐릭터 중 한 명이 샤에이다. 그 각색을 나쁘다고는 할 수 없지만 좀 감상적이 되어간다는 느낌이 있다.
바리스는 원작에선 미스테리하고 속을 알 수 없으며 티리온에게는 어디까지 믿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는 위험한 동맹자인데 드라마에선 사람 좋은 상궁처럼 보인다. 바리스의 티리온 예찬은 그의 속마음이었을지도 모르지만 드라마의 바리스는 좀 너무 정직하고 소탈한 게 아닌가 하는 느낌이 든다.
프레이와 볼튼의 대화는 원작에 없다. 원작에서 프레이와 볼튼은 보여지는 인물이지 스스로의 관점을 보여주는 화자에 속하지 않는다. 그러니 둘만의 대화는 소설 속에 나올 수 없다. 하지만 있을 법한 대화이고 신선했다.
티윈과 티리온, 다보스와 스타니스의 대화는 마이클 센델의 정의란 무엇인가에서 공리주의에 대한 논쟁 소재로 삼을 만하다. 저주받은 프레이 가문 사람들에게 복수를 하는 것이 정당한가 하는 문제와 함께. 국정원 직원들도 윗사람 지시를 따른 것이란 이유로 면책되었는데 영주의 지시를 받고 바느질을 하고 그 일을 좀 떠들었다고 죽을 사유가 될지?
다보스는 원작에서 핸드로 재신임을 받은 게 아니고 기사 중 한 명이었다가 패전 이후 믿을 신하가 별로 없게 된 스타니스에 의해 예상을 깨고 깜짝 발탁된다. 난 이 설정이 더 마음에 든다.
스타니스는 로버트왕의 서자가 탈출하는 시점까지 화형을 결정하지 않았고 다보스가 일을 저지른 것에 화는 냈지만 사형을 선고하진 않았다. 다보스가 자기 목숨을 걸었고 나이트워치의 편지를 꺼내보이지 않았으면 불복종의 댓가를 치르긴 했겠지만, 드라마에선 스타니스와 다보스 간의 묘하게 끈끈한 관계가 실종된 것 같아 아쉽다. 내가 필요하니 못 죽일걸요 하는 말투는 다보스답지 않았고 스타니스는 나름의 묘한 매력이 잘 안보이고 있다.
탈출한 존이 이그리트한테 화살을 맞는 장면은 사족같은 느낌.
대너리스의 마지막 장면은 20만명의 노예 치곤 스케일이 조촐했다.
야라(아샤)가 동생 구하러 가는 장면은 뒤에 어떻게 이으려는지 궁금하고, 테온은 미리 말 들었으면 두번 쳐맞지 않아도 되었을텐데 싶다.

전체적으로, 마무리치고는 좀 미흡하고, 어디서 본 듯한 장면들이 사족으로 들어가는 바람에 약간 어색해진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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