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좌의 게임 시즌 3 9화, 스포일러를 담고 있음.
마지막회를 한 회 앞둔 9화에서는 이야기들이 급진전되면서 여러 주인공들의 운명이 반전된다.
존은 와이들링(야인)들의 무리에서 탈출하고, 브랜은 자기의 능력을 깨달으며 릭콘과 헤어져 다른 길로 가게 된다. 그리고, 롭과 캐틀린.
에다드에 이어서 롭과 캐틀린. 주인공들을 이렇게 함부로 죽이는 소설이 흔치는 않다.
우리가 익숙한 주인공의 죽음이란, 다른 사람들을 위한 어쩔 수 없는 희생이라든지, 아니면 이야기의 시작부터 정해져 있던 비극적 숙명이 충분히 전개되고 독자들이 안타까와 하면서도 마음의 준비가 된 경우 일어난다.
하지만, 이 소설의 주인공들의 죽음은 난데 없다는 느낌이 들게 한다.
에다드는 목숨보다 중히 여기던 명예를 포기하고 산사를 위해 죄를 인정하고 나이트워치에 들어가기로 결심한 상태에서 예상치 않았던 죽음을 맞이한다.
롭과 캐틀린은 결혼식의 장면에 뒤이어 갑자기 벌어진 학살 속에서 죽음을 맞이한다.
롭은 부인과, 캐틀린은 외삼촌과 따뜻한 대화를 나누고, 에드무어는 새신부가 마음에 들어 입이 벌어져 있고, 괴팍한 왈더 외에 모자를 뒤집어쓴 프레이 가문 사람들은 전혀 위협적이지 않아 보인다.
신혼부부를 침실로 데려가는 행렬이 웃고 떠들면서 나갈 때만도 흥겨운 결혼식일 뿐이다.
행렬이 나가고 난 다음 한 사람의 프레이가 걸어가 문을 닫고 카스타미어의 비 Rains of Castamere가 흐르기 시작하면서 갑자기 분위기가 반전된다.
롭과 캐틀린은 제대로 죽음을 준비하고 받아들일 준비조차 갖추지 못했다. 어떤 위안도 없는 절망 속에서의 죽음이다. 그건 주인공다운 죽음이 아니다.
왕좌의 게임은 선정적이거나 잔인해서 19금이기 이전에, 이와 같은 스토리부터가 19금이다.
이 소설에는 암울하고 끔찍한 장면들이 즐비하다.
피의 결혼식이 그 중에서도 가장 심하긴 하지만, 못지 않은 다른 장면들도 많이 있다.
그 장면들이 잔인한 것은 피가 튀고 사람이 죽어서 뿐만 아니라 의미가 붕괴되기 때문이다.
선함이 보답받지 못하고, 운명은 준비할 틈도 없이 타격을 입히고, 공들여왔던 일들이 속절없이 무너진다.
역사에서는 그런 일이 많았다는 걸 알지만, 소설이나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그렇게 이야기를 만들지 않는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
작가는 그런 기대를 배신했다.
하지만 나는 이 소설을 좋아한다.
이 소설은 실제의 역사, 더 나아가서 우리의 일상적인 삶을 반영한다.
우리는 아마도 이 소설의 주인공들처럼 극단적인 일들을 겪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삶도 안전한 것만은 아니다.
소설의 작가는 암울함을 묘사하는 데 특기가 있는데, 병든 노인이나 재능이 없다는 것이 드러난 마에스터 견습생에 대한 묘사를 읽다 보면, 왕좌의 게임에 휘말려든 영주가 아니라 하더라도 삶이란 위험과 슬픔이 드물지 않은 것이라는 느낌을 받게 된다.
하지만 이 소설이 허무하고 비관적인 것은 아니다.
살아남은 주인공들은 지금까지보다 더한 고초를 겪기도 하지만, 자기 분량만큼의 이야기들을 최선을 다해 풀어나간다.
난 산도르와 아리아, 존, 티리온, 제이미, 브리엔느, 이런 인물들이 여행을 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의무를 수행하고 농담을 하는 장면들이 좋다.
(입담만 보자면 다들 광대 출신이다.)
제이미 라니스터는 선한 인물인가, 악한 인물인가. 티리온이 앞으로 저지르게 될 행동은 용서가 가능한 것인가, 아닌가. 대너리스는 노예들의 해방자인가, 죽음을 불러오는 폭군인가.
그런 판단들에 앞서서 내가 이해하는 이 소설의 메세지는 이것이다.
겨울이 오고 있다. 살아남은 사람은 살아라.
원작의 제목인 "얼음과 불의 노래"는 사람들이 예상하듯 존과 대너리스의 노래일 수도 있겠지만,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사람들의 노래이기도 할 것이다.
부연 : 볼튼은 롭을 찌르기 전에 제이미 라니스터가 안부를 전하더란 말을 한다. 제이미가 볼튼과 헤어질 때 실제로 안부를 전해달라는 말을 했었다.
제이미는 브리엔느를 데리고 용병대장과 헤어지면서 사파이어 건은 미안하게 되었다고 사과를 한다.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은 어찌나 예의들이 바른지..
반응형
'왕좌의 게임' 카테고리의 다른 글
왕좌의게임 시즌3 10화 간단한 리뷰 (0) | 2013.06.17 |
---|---|
왕좌의 게임 : 조라 모르몬트의 역사 (19) | 2013.06.14 |
왕좌의 게임 시즌3 9화. 스포일러. (2) | 2013.06.10 |
왕좌의 게임 시즌3 8화 리뷰 약간 더 (0) | 2013.06.10 |
왕좌의 게임 : 웨스테로스의 종교 (0) | 2013.06.0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