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의원이 휴가 때 읽을 만한 책으로 추천한 3권 중 하나는 웹툰 미생이고 다른 하나는 조셉 스티글리츠의 '불평등의 대가'이다.
조셉 스티글리츠의 '불평등의 대가'는 지금 내가 한창 읽고 있는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은 단순히 읽으면 되는 여러 책 중의 한 권이 아니다.
내가 생각하기에, 좋은 정치가 지향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하는 책이다.
2001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스티글리츠는 이 책에서 정치와 경제에 관련된 중요한 이슈들을 포괄하면서 명쾌한 진단과 지향들을 내놓고 있다.
예를 들어 2007년 경제위기는 금융 분야의 규제 완화와 무분별한 자유가 원인이고, 정보 비대칭성을 비롯한 여러 이유들로 시장은 통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우파는 시장에 대한 간섭을 최소화해야 하고 정부는 시장보다 비효율적이라는 믿음을 퍼트리지만, 이는 여러 연구 결과와 어긋날 뿐더러 현실에서도 근거를 찾지 못한다.
우리가 맞서야 하는 것은 경제를 왜곡하여 상위 1%에게만 부와 권력을 집중시키려는 자본의 힘이며, 그 힘이 정치와 언론까지 왜곡하려는 시도이다.
이에 반해, 오늘 5분 정도 시간을 내어 읽어 본 정몽준 의원이 쓴 소책자는 우리의 주적이 포풀리즘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예를 들어 2007년 경제위기의 원인은 모든 국민들이 주택을 보유하게 하자는 부시 행정부의 이상적인 포풀리즘 때문이었고 금융 시장에 대한 규제가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일반적 통념은 틀렸다는 것이다. 소책자의 한계는 있겠지만 수많은 각주로 주장의 근거를 대고 있는 스티글리츠의 책과 달리 정몽준 의원의 주장에는 이렇다할 근거는 보이지 않고 주장과 사례만 있을 뿐이다.
나는 이 책이 매우 중요한 이슈들에 대해 포괄적이고 일관된 주장들을 펴고 있다고 생각하며, 이 책의 주요 내용을 요약해서 블로그에 옮길 계획을 갖고 있다.
그리고 안철수 의원에 대해서도 몇 마디..
내가 쓴 다른 글에서 보면 알겠지만, 나는 안철수 의원의 그 동안의 행동들 중 납득하지 못하는 것이 몇 가지 있었고 마음이 멀어진 상태다.
하지만, 이 책의 내용들을 정치에 반영하려는 노력을 누군가 해 주었으면 하던 차에 이 책을 추천했다는 것이 그에 대한 기대를 하게 만든다.
차이를 줄이는 정치를 하겠다는 말이나, 1호 발의 법안으로 차명계좌 처벌법을 만들겠다는 움직임도 괜찮은 것 같다.
적전분열 일으키는 민주당 요즘 모습 보면 그쪽도 별 기대할 건 없는데.
하지만, 정치적 지향 못지 않게, 정치적 의사결정에서 보여지는 당당함, 정의에 대한 분명한 의지의 표현, 사람들의 마음을 사는 능력도 중요할 것이다.
그가 어떤 사람들과 함께 힘을 모아가느냐를 지켜 보려고 한다.
그가 상식 대 비상식의 지루한 공방의 틀을 깨고 정말 중요한 문제들에 있어서 생산적 토론이 이루어질 수 있는 전선을 만드는 데 기여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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