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조건을 내걸고 테러를 저지르겠다고 협박하는 테러범이나 인질의 목숨을 위협하는 인질범으로 비유를 할 수 있겠다.
북한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는 것이 최선의 방안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북한이 나쁜 행동을 저지르기 때문에 응징해야 한다는 것이 논리가 될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테러를 막느냐, 또는 인질을 무사히 구출하느냐이다.
그럴려면 상대방의 상황이 어떠한지, 얼마나 절박하고 얼마나 위험을 무릅쓸 것인지, 어디까지가 위장이고 어디까지가 실제의 각오인지를 판단해야 한다.
그리고 강경책이든 유화책이든 써야 할 것이고, 밀고 당기기가 필요할 것이다.
인질범의 비유를 계속 하자면, 경찰(UN이나 제3국을 비유하자면)의 입장에선 인질이 설령 희생된다고 하더라도 조건을 들어주지 않는다는 원칙이 더 중요할 수 있다.
그런데 인질범의 가족 입장은 그와 같을 수가 없다.
그렇다고 해서 경찰과 협조하는 일을 소홀히 할 수도 없다.
어쨌든 이 사태는 감정적으로 풀 일은 아니고 냉철하게 접근해야 하는 문제일 것이다.
그런데 북한 문제가 터져 나올 때마다 북한은 이해 못할 개망나니 집단으로 성토되고 강경하게 나가야 한다는 의견들이 비등한다.
이건 인질범의 상태가 어떤지도 잘 모르면서 물을 끊어라, 전기를 끊어라, 일체 양보하지 말아라 하는 것과 비슷하다.
북한이 이해 못할 개망나니 집단인 것은 사실일 것이다.
그렇지만 중요한 건 개망나니이더라도 이해하려고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해한다는 것은 그럴 수도 있지 한다는 뜻이 아니라 저들의 상황이 무엇이고 무엇을 원하고 어디까지 위험과 피해를 무릅쓸 것인지를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북한 사정을 잘 아는 건 아니지만, 저들은 체제가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다는 위기감 속에 지내는 자들이다.
저들이 이해할 수 없는 정신병자가 아니라 많이 비뚤어지긴 했어도 자기들의 이익과 가치를 관철하려는 목적 하에서 행동하는 집단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저들을 그냥 정신병자 취급해 버리면 이해할 필요도 없고 이해할 수도 없고 개한테는 몽둥이가 약이라는 식으로 대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그건 너무 위험한 일이 아닐까?
정부가 막중한 책임감을 갖고 신중하게 접근할 것이라고 믿고 군부의 연이은 강경 발언들도 냉철하고 신중한 판단 위에 나온 것이라고 믿고 싶다.
이건 막대한 인명과 재산이 걸린 일이다. 특정의 세력이나 편향된 관점, 여론을 이용하려는 사심으로 접근하는 일은 부디 없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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