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A는 B이다, A는 B가 아니다.
이 두 가지가 동시에 참이거나 거짓일 수가 있을까?
논리학 관점으로는 그럴 수 없다.
하지만 이 문장을 생각해 보자. "사과는 빨갛다."
이 문장이 참이면서 동시에 거짓일 수 있을까?

 

2.
그럴 수 있다. 왜냐 하면 어떤 사과는 빨갛고 어떤 사과는 빨갛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어떤 사람은 잘익은 홍옥처럼 새빨간 사과만 빨갛다고 하고 어떤 사람은 국광처럼 붉은 색에 연두색이 한참 섞여 있어도 빨갛다고 할 것이다.
논리학 관점에선 사과가 어떤 사과인지, 그리고 빨갛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명확하게 정의하지 않은 것이 문제라고 할 것이다.
물론 더 명확하게 정의를 내리려고 시도할 수는 있다. 하지만 말하는 모든 문장을 그렇게 명확하게 하는 것이 가능할까?
그리고 한 문장만이라도 정확하게 정의하는 것이 가능할까? 사람들이 자명하게 여기는 개념들조차 철학가나 전문가들은 토론을 벌이고 있지 않은가?

 

3.

특히 시비를 걸려고 마음 먹은 사람에게 반박할 수 없는 논리를 제시하기란 불가능한 일이다. 
내가 어떤 말을 하면 소크라테스는 다가와 물을 것이다. 네가 말하는 것의 진짜 의미는 무엇이냐고.
그러면서 결국 내가 말하려는 내용이 명확하지 않은 것임을 드러내 보일 것이다.
그것을 인정하면서도 나는 뭔가 억울함을 느낄 것이다.
그렇다면 당신이 주장하려는 건 뭔데 하면 소크라테스는 나는 단지 내가 잘 모른다는 것을 알 뿐 나머지는 잘 모르오 할 것이다.
아테네 사람들이 소크라테스를 짜증내 하다가 사형에 처한 건 어쩌면 인지상정이다.

 

4.
완벽한 논리란 드문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상대적으로 더 논리적인 것과 말이 안되는 이야기 사이에 차이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의 앎은 논리와 사실 뿐 아니라 믿음, 직관, 비약, 감정으로도 이루어진 것이다.
한 사람의 지식은 한 사람의 삶을 반영한다.

 

5.
하지만 완벽한 논리를 구사하는 방법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다.
"사과는 빨갈 수도 있고 빨갛지 않을 수도 있다."라는 식으로 말하는 것.
양비론을 반박하기는 쉽지 않지만, 양비론은 허망할 때가 많다.
수학에도 물리학에도 불확실성의 법칙이 있듯이 논리학에도 불확실성의 법칙이 있어서 의미와 확실성 사이에는 반비례 관계가 있다고 할 수 있다.
당신에게 중요한 명제일수록, 그 명제는 확실하지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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