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4의 마무리는 티리온 라니스터에 대한 이야기로 마칠까 합니다. 
앞으로도 가끔 왕좌의 게임에 대한 글을 올릴 일이 있겠지만, 시즌5가 시작되는 내년 봄 즈음까지는 왕좌의 게임이 아닌 다른 주제의 글들을 주로 올릴 거에요. 
그 동안 왕좌의 게임 때문에 찾아주셨던 분들께 인사드리고, 다음에 또 뵙기로 해요~~

티리온 라니스터가 시즌1에서 셰이와 브론을 만난지 얼마 안되었을 무렵에, 그 두 사람에게 말하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티리온은 결혼을 한 번 한 적 있었는데 그에 대한 이야기다. 
티리온과 제이미는 어릴 때 함께 여행을 하다가, 외딴 곳에서 불량배들에게 곤경을 당하던 티샤라는 이름의 소녀를 구한다. 
제이미가 불량배들을 쫓아내고 추격하는 동안 티리온은 티샤를 보살폈는데, 그것이 계기가 되어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고 비밀 결혼식을 올린다. 
하지만, 2주 간의 결혼 생활이 지났을 때 티윈은 제이미를 시켜 그녀가 티리온이 알고 있듯 평범한 농부의 딸이 아니라 티리온에게 성년식을 치루어주기 위해 고용된 창녀라고 말하게 한다. 
불량배들을 등장시킨 것도 연극이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자신의 호위병들을 시켜 티샤와 한 사람씩 관계를 갖게 하고, 그 때마다 은화 한 닢씩을 티샤에게 주게 한다. 
그 마지막 차례는 티리온이었고, 티리온이 티샤와 관계를 마쳤을 때는 금화 한 닢을 주도록 한다. 
왕좌의 게임 팬들 중에는 티윈의 팬도 꽤 있는 것 같지만, 이 에피소드는 티윈에게 상당히 괴물같은 면이 있다는 걸 알려 준다. 
이 기억은 티리온의 트라우마로 남아 그를 항상 따라다닌다. 
티샤와 함께 한 두 주일은 티리온에게 사랑이 얼마나 좋은 것인지를 알게 해 주었지만, 그는 자기가 사랑받을 수 없는 존재라는 교훈도 함께 얻었다. 
그 이후 그는 호색한이 되어 창녀집을 전전하지만, 그가 바랬던 것이 단지 쾌락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소설 속에서 티리온은 자주 티샤를 떠올린다. 하지만, 외면적인 사건과 대사로만 이야기를 끌고 나가야 하는 드라마 작가로서는 이 에피소드를 다루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드라마에서 티샤는 잊혀지고, 대신 셰이(샤에)가 티리온과 서로 진정한 사랑을 나누는 관계로 묘사된다. 
하지만 소설 속에서 셰이는 티리온으로부터 돈과 안락을 구한 창녀였을 뿐이었다. 
셰이는 티리온이 산사와 결혼하게 되었다는 얘기에도 전혀 상심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티리온이 그녀의 안전을 위해 귀족의 하녀로 위장시켰을 때도 티리온과 떨어지는 일에는 관심이 없고 좋은 옷과 보석을 걸치지 못하고 궂은 일을 해야 하는 것에 대해서만 불만스러워 한다. 
티리온의 재판에서 셰이는 침실에서 티리온과 나누었던 대화까지 왜곡하여 인용한다.  
"당신은 나의 거인이에요." 티리온이 관계를 가지면서 이렇게 말하도록 자신을 강요했다고 셰이가 증언하자, 재판정은 웃음바다가 된다. 

티리온을 탈옥시키는 것은 제이미다. 
소설 속에서 제이미가 킹스랜딩으로 돌아온 다음 티리온과 만나는 것은 이 때가 처음이다. 
그 동안 티리온을 면회할 기회가 많이 있었을텐데 왜 처형 전날이 되서야 온 것일까?
내 생각에, 제이미는 티리온을 탈주시키는 대안을 계속 염두에 두고 있었지만 결심을 하지는 못한 상태라 티리온을 만나기가 꺼려졌던 것이 아닌가 싶다. 
드라마에서는 바리스가 티리온의 친구로서 탈옥을 거든 것처럼 보이지만, 소설 속에서는 제이미가 잠을 자던 바리스를 깨워 협박한 것으로 나온다. 
티리온으로서는 뜻밖의 구원이고 제이미가 당연히 고마왔지만, 두 사람은 훈훈하게 작별하지 못한다. 
그것은 제이미가 이제 티리온을 다시는 보지 못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음 속에 빚으로 갖고 있던 티샤의 비밀을 꺼내 놓았기 때문이다. 
제이미가 말한 진실은, 티샤는 티윈이 고용한 창녀가 아니라 티리온이 처음에 알고 있던 그대로 농부의 평범한 딸이었고 티리온에게 보인 태도도 연기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티윈은 티리온에게 따끔한 교훈을 가르쳐 주겠다면서 제이미에게 모든 것이 연극이었다고 거짓말을 하게 시켰고, 당시의 제이미는 아버지의 지시를 거부하기에는 너무 어렸다. 
티윈은 티샤가 어차피 라니스터 가문의 지위와 돈을 보고 티리온에게 호의를 보였을 것이니, 실제로는 창녀와 같다고 제이미를 설득했다. 
이 이야기를 들은 티리온은 티윈과 제이미에게 극심한 분노를 느낀다. 
두 형제가 헤어지는 때가 오자, 제이미는 티리온에게 그가 조프리를 죽였는지 묻는다. 
이 질문은 티리온에게 또하나의 상처가 된다. 그리고 그는 거짓말을 한다. 
".. Cersei is a lying whore, she's been fucking Lancel and Osmund Kettleblack and probably Moon Boy for all I know. And I am the monster they all say I am. Yes, I killed your vile son." He made himself grin. It must have been a hideous sight to see, there in the torchlit gloom. 
Jaime turned without a word and walked away. 
Tyrion watched him go, .. part of him wanted to call out, to tell him that it wasn't true, to beg for his forgiveness. But then he thought of Tysha, and he held his silence. 
"세르세이는 거짓말장이 매춘부야. 그녀는 란셀과도 잠을 잤고 오스문드 케틀블랙과도 그리고 아마도 문 보이와도 잤을 거야. 나는 그들 모두가 말하는 것과 같은 괴물이야. 맞아, 난 너의 사악한 아들을 죽였어." 그리고 나서 그는 씩 웃었다. 횃불의 그림자 아래에서 보기에 섬뜩한 광경일 것이다. 
제이미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돌아서서 떠나갔다. 
티리온은 그가 가는 것을 지켜 보았다... 그의 일부분은 다 거짓말이었다고, 용서해달라고 외치고 싶어 했다. 하지만 그는 티샤를 생각했고, 침묵을 지켰다. 

란셀은 시즌2에 많이 등장했던 세르세이와 제이미의 사촌이고, 오스문드 캐틀블랙은 세르세이의 요청으로 킹스가드(근위기사)가 된 기사, 문 보이는 왕실의 광대이다. 
티리온이 조프리를 죽였다는 사실보다 앞으로 제이미의 마음 속에 남아 계속 괴롭히는 것은 세르세이에 대한 언급이다. 

제이미와 헤어진 티리온은 바리스의 안내에 따라 지하의 비밀 통로를 통해 탈출하다가, 위로 올라가는 사다리를 발견한다. 
티리온을 만류하면서도 바리스는 핸드의 침실로 가는 길을 정확하게 알려준다. 
(혹자에 따르면, 왕좌의 게임에서 진정한 주인공은 바리스와 리틀핑거이며, 나머지는 그들의 꼭두각시이다.)
드라마에서는 셰이를 우발적으로 죽게 한 것이 티윈을 죽일 결심을 하게 된 이유인 것처럼 표현된다. 
하지만, 티윈과 대면을 한 다음에 그를 살려둔 채로 탈출하기가 힘들다는 것을 생각하면, 티리온은 처음부터 티윈을 죽일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창녀라는 말을 다시 꺼내면 죽이겠다고 약속하는 것은 드라마와 소설이 같다. 하지만 드라마 속의 창녀는 셰이이고, 소설 속의 창녀는 티샤이다. 
티리온은 티샤가 그 일이 있은 후에 어디로 갔는지 티윈에게 묻지만 티윈은 창녀들이 가는 곳으로 갔다고 대답하고 석궁을 맞는다. 

시즌4에서 티리온은 시즌2에서처럼 부상을 입지는 않지만, 절망의 밑바닥을 경험한다. 

빛의 신은 자신의 적들을 불태우고 싶어하고, 익사한 신(강철군도의 신)은 적들을 물에 빠뜨려 죽이고 싶어하지. 왜 신들은 하나 같이 그렇게 악의로 가득한 거야? 젖꼭지와 포도주의 신은 어디에 있는 거지?

내가 너희가 생각하는 것과 같은 괴물이라면 좋겠어. 나한테 너희 모두를 위해 충분한 독이 있었으면 좋겠어. 너희가 그걸 삼키는 걸 볼 수 있다면 내 삶을 기꺼이 내주겠어.

너 자신이 누구인지 잊지 마라. 세상은 결코 잊지 않을 거니까. 갑옷처럼 그것을 걸치면, 다시는 너한테 상처를 주지 않아. (존 스노우에게 네가 서자라는 것을 기억하라면서 하는 말)

내 형한테는 칼이 있고, 나한테는 마음이 있어.
그리고 칼은 숯돌로 갈아야 하듯, 마음은 책으로 벼러야 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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