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줄거리 요약보다 드라마를 보신 분들께 지난 줄거리와 원작 소설을 기준으로 좀 더 상세한 맥락을 알려드리는 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물론 스포일러입니다. 

1.

죽음이 가까운 곳에 다가오자, 이 사람 저 사람 사랑 이야기를 한다. 

존 스노우가 사랑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샘웰 탈리는 나이트워치(야경대) 대원에게 여자와 사랑을 나누는 일이 허용되는가에 대해 법규 해석을 시도하며, 아에몬 타가리옌은 팔십년 전(아마도 그쯤) 옛 사랑을 추억하고, 토문드는 곰과의 사랑을 추억한다. 

2.

먼저 토문드(토르문드) 얘기부터. 토문드에게는 별명이 많은데(대부분 스스로 지어 붙였다), 그 중에는 Tall-Talker 키가 큰 수다장이와 Husband to Bears 곰들의 남편이라는 별명도 있다. 토문드가 떠드는 이야기를 들어 보면 그 별명들의 유래를 알 수 있을 것이다. 

이 별명들을 봐도 알 수 있겠지만, 토문드는 유머가 있는 캐릭터다. 그리고 왕좌의 게임에서 유머가 있는 캐릭터는 쉽게 죽지 않는다. 

3. 

아에몬 타가리옌(타르가르옌)은 백살이 넘은 노인이다. 그는 어린 나이에 시타델에 보내져 현사(마에스터)로 교육을 받았다. 형이 아들 없이 죽자 왕위를 제의받았지만 동생에게 왕위를 넘기고 스스로 왕권에 위협이 되지 않기 위하여 장벽으로 오게 되었다. 

그는 샘웰에게 사랑이 의무를 저버리게 한다고 말한다. 한 예는 조라 모몬트일 것이다. 그는 사랑을 위해 명예를 저버리는 타입의 남자이다. 카르멘의 호세, 대장 부리바의 아들 등등 그런 남자는 많다. 악한 사람들은 미움의 대상이 되지만, 사랑에 눈이 먼 남자들은 보통 경멸과 동정을 함께 받게 마련이다. 

샘웰은 길리의 호소를 듣고도 의무를 저버리지 않고, 의무를 다한 후에 다시 길리에게로 돌아오는, 모범적인 사내이다. 

사랑과 의무(또는 약속을 지키는 것)는 사람을 이끄는 두 가지 큰 동기이다. 두 가지 동기는 서로를 보완해 주어야 하지만, 내 생각에 진보는 사랑을, 보수는 의무를 더 강조하는 경향이 있다. 

화살을 스무 방 맞아도 죽지 않는 자이언트 앞에서 도망치지 않고 자리를 지키는 것은, 자기가 한 서약을 지키고 부여 받은 역할을 다하기 위해서이거나, 옆에 선 형제들과 함께 서기 위해서이다. 

4.

드라마의 전체적인 각색이 괜찮았다. 

소설에서는 남쪽으로부터의 공격이 장벽 너머로부터의 총공격보다 앞서서 행해진다. 드라마에서처럼 양면 공격을 했더라면 야경대가 훨씬 위험했겠다는 생각이 든다. 

드라마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을 것이다. 장벽으로부터의 공격은 성문을 중심으로 한 공방전이라 드라마틱하지가 않다. 백병전을 보여주려면 남쪽으로부터의 공격을 강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텐족의 대장과 토문드, 이그리트는 무시무시한 박력을 보여 준다. 전투의 결과는 성벽으로부터 꾸준하게 지원이 더해져서 침입자들의 힘을 소진시킨 것에 의해 정해졌다고 할 수 있다. 알리서가 지원을 오고, 후에 존과 다이어울프가 합류하면서 이미 전투로 지친 야인들이 버티기 힘들어진 것이다. 

물론 강력한 적보다 무서운 건 무능한 리더다. 알리서가 떠나면서 지휘를 맡긴 대머리 아저씨 야노스 슬린트(자노스 슬린트)는 킹스랜딩의 경비대장 출신이다. 경비대장으로 있는 동안 그는 뇌물을 받기로 유명했고, 리틀핑거의 사주 하에 에다드를 배신하고 라니스터 가문에 붙은 댓가로 하렌할의 영주가 되었지만, 급이 안되는 자가 지위를 맡았다고 여러 사람들의 불만을 사다가, 세르세이를 견제하려는 티리온에 의해 야경대로 보내졌다. 

역량을 넘어서는 역할을 맡았을 때 도망을 치는 사람이 있고, 성장하는 사람도 있으며, 소진되는 사람도 있다.

5.  

드라마에서 핍은 샘웰 옆에서 석궁을 쏘다가 이그리트의 화살을 맞고, 그렌은 터널 안에서 자이언트를 맞아 싸우다 죽는다. 

재담꾼 핍

존의 야경대 첫 친구 그렌

소설에서 터널 안에서 죽는 사람은 존의 멘토 중 한 사람이었던 수석 대장장이 도날 노이예였는데, 장벽 위의 지휘를 존 스노우에게 넘기는 사람도 이 사람이었다. 이 사람은 드라마에서는 등장하지 않고, 대신 알리서가 멋있게 나왔다. 

6.

이그리트가 퇴장했다. 아마 올리가 화살을 쏘지 않았다면 이그리트는 차마 존에게 화살을 쏘지 않았을 것이고, 살 수 있었을 것이다. 역설적이다. 

소설에서의 상황은 좀 다른데, 앞서 이야기했듯, 이그리트가 속한 텐 족의 부대에 의한 공격은 맨스 레이더가 지휘하는 총공격 이전에 일어났다. (소설 속에서 토문드는 장벽 북쪽에 남고 물론 포로가 되지도 않는다.)

기습을 의도하였지만 탈출하여 미리 알린 존 때문에 야경대는 기습에 대비할 수 있었다. 

전투는 밤에 이루어지고, 전투가 끝난 후에야 존은 가슴에 화살이 박힌 채 죽어가는 이그리트를 발견한다. 

이그리트와 존의 대화는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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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스노우. 이건 진짜 성이야? 그냥 탑이 아니고?" 

"진짜 성이야."

"좋네." 그녀는 속삭였다. "나는 제대로 된 성을 하나 보고 싶었어..." 

"앞으로 백 개는 볼 수 있을 거야. 전투는 이제 끝났어. 아에몬 현사가 널 치료해 줄 거야." 존은 그녀의 머리카락을 만졌다. "너는 불한테 키스를 받았다고 하지 않았어? 너는 운이 좋잖아. 화살 한 대가 너를 죽일 수는 없어. 아에몬이 화살을 빼내고 붕대를 감아줄거야. 그리고 고통을 가라앉힐 약이 든 우유도 줄거야." 

그녀는 이 말에 웃기만 했다. "그 동굴이 기억나니? 우리는 그 안에 머물렀어야 했어. 내가 그렇게 말했었잖아."

"우리는 그 동굴로 돌아갈 거야. 넌 죽지 않아, 이그리트. 넌 안 죽어."

"오." 그녀는 존의 볼을 손으로 감쌌다. 

"You know nothing, Jon Snow," she sighed, dying.

"너는 아무 것도 몰라, 존 스노우,"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죽어 가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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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서는 이그리트가 손에 피를 많이 묻히지만, 소설에서는 그런 장면이 묘사되지 않기 때문에 순결한 희생자의 느낌이 더 많이 난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존 스노우가 "You know nothing, Jon Snow"라는 말을 듣는 것은 이번이 처음도 아니고 마지막도 아니다. 

지금 말하자면, 존 스노우의 키워드는 리더쉽과 무지이다. 



존 스노우가 아는 것은? No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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