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리엔느 또는 브리엔 타스는 왕좌의 게임 소설의 4권(드라마에서는 시즌 5)에서부터 새로운 화자로 등장한다. 그 전까지는 캐틀린과 제이미의 시각으로 그려졌던 그녀는 4권부터 자기의 목소리를 갖게 되며, 산사의 행적을 추적하며 지나가는 킹스랜딩 북쪽 지방의 모습을 묘사하는 한편 자신의 내면에 대해서도 알려 준다. 

드라마 시즌 4은 원작의 3권과 비슷한 지점에서 마무리를 지었지만 약간 모자란 부분, 넘치는 부분이 있는데, 브리엔느의 경우에는 드라마가 소설보다 진도를 앞서 나갔다. 소설 3권에서 브리엔느가 등장하는 마지막 장면은 제이미에게서 오스키퍼를 받고 산사의 행방을 추적하라는 요청을 받는 때이다. 

브리엔느는 타스 가문의 유일한 상속자이다. 타스 가문은 남동쪽 지방의 사파이어 해에 위치한 타스 섬을 다스리는 영주로, 강대하지는 않지만 제법 부유하고 지위도 높은 편이다.  

브리엔느의 어머니는 어려서 돌아가셨고, 형제자매들도 다 어린 나이에 죽어, 브리엔느는 아버지 외에는 가족이 없다. 명문가의 상속자로서 아버지는 그녀에게 혼처를 찾아주고자 하였지만, 그녀는 자신의 외모와 불운으로 인해 약혼자를 찾지 못한다. 

그녀는 어려서부터 못생긴 외모와 커다란 덩치로 인해 사교에 어려움을 느꼈고, 대신 무술 수업에 몰두했다. 그녀를 처음 본 사람들은 놀라워 하고, 그녀를 기괴하다고 생각하곤 했다. 

렌리는 타스 섬을 방문했을 때 그녀에게 정중하게 대했고, 그녀는 곧 사랑에 빠졌다. 렌리가 깃발을 들자, 그녀는 그의 부대에 합류하여, 렌리가 만든 7명의 킹스가드(근위기사) 중 한 명이 된다. 

(이 7명의 기사 중 한 명은 로라스 티렐이다. 남은 5명 중 두 사람은 렌리가 죽었을 당시 호위를 서다가 렌리의 죽음에 광분한 로라스 티렐에게 죽었고, 두 사람은 블랙워터만의 전투에서 전사했고, 다른 한 사람은 포로가 되었다.)

렌리가 멜리산드레의 흑마법에 죽기 전까지 그의 부대는 막강했고 낙천적인 분위기가 팽배했다. 잘생긴 왕 주변에 잘생기고 유쾌한 젊은 기사들이 붐볐다. 이 기사들은 렌리의 영향을 받은 것인지, 브리엔느에게 그녀가 받아 본 적도 없고 꿈꾼 적도 없는 호의와 친절을 베푼다. 기사들은 선물을 주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하고 만남을 청하면서 그녀의 마음을 사기 위해 애쓴다. 

꿈같은 시간은 렌딜 탈리(샘웰 탈리를 야경대로 보내 버린 비정한 아버지)의 개입 하에 끝장이 난다. 렌딜은 젊은 기사들이 누가 브리엔느의 처녀성을 빼앗느냐를 두고 돈을 걸고 내기를 했다는 것을 알고 그런 허튼 장난을 그만 두도록 한 것이다. 

이 사건은 브리엔느에게 잔인한 일이었다. 

제이미 라니스터에게도 자신을 호송하는 브리엔느는 못생긴 괴물 여자였을 뿐이다. 그의 인식이 처음 바뀐 것은, 툴리 가문의 추적을 따돌리는 과정에서 보여 준 재치와 용기와 실력에 감탄하면서부터이다. 

브리엔느에게는 힘 뿐만 아니라 기술과 판단력, 충성심이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런 면들 때문에 오히려 브리엔느를 더 이상한 존재로 여긴다. 

4권에서 산사를 찾으러 길을 떠난 브리엔느는 외로와 보인다. 전쟁이 지나간 후의 풍경도 을씨년스럽고, 사람들은 서로를 경계한다. 브리엔느는 떠돌이 기사들을 만나 잠시 동행하지만, 그들이 여인숙에서 자는 동안 다시 혼자 길을 떠난다. 

(이 기사들 중 한 명은 나중에 에이레까지 흘러 들어가 리틀핑거와 대면하여 세상 소식을 전한다. 전체 플롯에 영향을 주지 않는 작은 에피소드이지만, 작은 발견의 즐거움을 선사한다. 그런 예를 더 들자면, 브리엔느의 외모 때문에 파혼을 했던 남자는 나중에 제이미와 대화를 하던 중 브리엔느를 모욕했다가 숙녀에게 예의를 지키라며 한 대 제대로 얻어 맞는다.)

브리엔느는 길을 가다가 포드릭 파이네(페인)와 동행이 되는데, 포드릭은 산사의 남편이자 자신의 주인인 티리온을 찾게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브리엔느를 몰래 따라다니던 참이었다.

그리고 또 한 명의 남자가 일행에 참여하는데, 이 남자는 렌리의 부대에서 브리엔느를 두고 내기를 했던 기사들 중 한 명이었다. 브리엔느는 물론 꺼려 하지만, 그 남자는 당신처럼 못 생기고 부유한 상속녀와 자신같은 가난뱅이 기사는 좋은 짝이 될 거라며 억지로 동행한다. 

그리고, 길 안내를 위해 탁발승이 한 사람 동행하게 되는데, 산도르 클레게인의 운명을 알려 준 수도원으로 안내해 준 것도 이 수도사였다. (전의 글 참조)

동행을 하는 길에 여행을 위협하는 탈주병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자, 수도사는 다음 이야기를 들려 준다. 나는 이 이야기가 인상적이었기 때문에 여기에 인용을 해 보고자 한다. 

-------------------------------------------

포드릭이 말을 이었다.

"탈주병들은 무법자들인가요?"

"대체로 그렇지."

브리엔느가 대답했다. 

셉톤 메리발드(수도사)는 그 의견에 반대했다.

"대체로 그렇지가 않습니다. 무법자들에게도 여러 종류가 있답니다. 마치 하늘을 나는 새들도 여러 종류가 있듯이 말입니다. 도요새와 물수리는 둘 다 날개를 가지고 있지만 그렇다고 같지는 않습니다. 음유시인들이 사악한 영주와 싸우기 위해 법의 테두리 밖에서 행동할 수밖에 없는 정의의 사도들에 대해 노래하기를 좋아합니다만, 대부분의 무법자들은 번갯불 경(베릭 도다리슨)이라기보다는 미친 듯이 날뛰는 하운드(사냥개=산도르, 중의적표현)에 가깝습니다. 그들은 탐욕에 이끌리고 적의에 넘치고 신들을 모욕하고 자신들밖에 생각할 줄 모르는 흉악한 자들입니다. 그런데 탈주병들의 경우는 위험할 수도 있습니다만 그보다는 동정할 만한 여지가 더 많습니다. 그들 거의 모두가 평민 출신이며 어느 날 어느 귀족의 명령으로 전쟁터에 내몰리기 전까지는 태어난 곳에서 1마일 이상 벗어나 본 적이 없는 자들입니다. 변변한 신발도 갑옷도 없이 그 귀족의 기치 아래 행군하는 그들의 무기라고 해 봐야 낫이나 끝을 날카롭게 한 괭이, 막대기에 가죽끈으로 돌을 묶어 만든 망치가 전부입니다. 그들은 용기를 북돋우는 노래들과 무용담들을 들은 적이 있기에 앞으로 보게 될 경이로운 세계와 획득하게 될 부와 영광을 꿈꾸며 형제끼리 아버지와 아들끼리 친구끼리 나란히 행군하는 것입니다. 전쟁이야말로 그들이 경험할 수 있는 가장 멋진 모험처럼 보이는 것입니다. 

이윽고 그들은 전투를 경험하게 됩니다. 

한 번의 전투를 겪고 탈주하는 자들도 있습니다. 그렇지 않은 자들은 몇 년이고 몇 번이고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전투를 치릅니다. 하지만 백 번의 전투를 치르고도 백한 번째 전투에서 탈주할 수도 있습니다. 자신의 형제가 죽어 가는 것을 보거나 아버지가 아들을 잃게 되거나 친구가 도끼에 맞아 터져 나온 창자를 움켜쥐고 집어넣으려고 애쓰는 것을 보게 된다면 말입니다. 

더러는 자신들을 이끌고 귀족이 쓰러지면 다른 귀족이 나타나 이제부터는 그들이 자신의 병사라고 외치는 소리를 듣게 되기도 합니다. 몸에는 상처가 끊이지 않습니다. 상처가 낫기도 전에 또 다른 상처가 생깁니다. 제대로 먹지도 못하는 데다 행군으로 신발은 너덜너덜해지고 옷은 넝마가 되다시피 하고 더러운 물을 마신 탓에 그들 중 반쯤은 바지에 설사를 하고 맙니다. 

만약 그들이 새 부츠나 따뜻한 망토나 철제 반투구를 갖고 싶다면 시체에서 벗겨 내야 하죠.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살아 있는 사람에게서도 훔치게 됩니다. 그것도 자신들이 전투 중인 지역에 사는 평민들, 지난날의 자신들과 마찬가지였던 사람들에게서 말입니다. 그들은 지역민들의 양을 잡아먹고 닭을 훔치고 급기야 지역민들의 딸들도 끌고 갑니다. 그러다가 어느 날 주위를 둘러보고 깨닫게 됩니다. 자신들의 친구도 친척도 모두 없어져 버렸고 누구의 것인지 알 수도 없는 깃발 아래 알지도 못하는 사람들과 함께 싸우고 있다는 것을 말입니다. 그리고 그곳이 어디인지도 알지 못하고 어떻게 해야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는지도 알지 못합니다. 또한 자신들의 이름도 알고 있지 못하는 귀족이 자신들에게 흩어지지 말라, 창과 낫과 괭이로 전열을 형성하라, 결코 물러서지 말라며 소리칩니다. 그리고 적의 기사들이 쳐들어옵니다. 온몸을 강철로 감싸고 얼굴도 알 수 없는 기사들이 맹렬하게 돌진해 오는 것입니다. 그 기사들의 강철 무기들이 토해 내는 우레 같은 소리가 세상을 삼킬 듯합니다.... 

그러다가 그들은 탈주하게 되는 것입니다. 

어떤 자는 방향을 틀어 정신없이 내달리고 어떤 자는 시체를 타넘고 달아나고 어떤 자는 야음을 틈타 달아나 어딘가 숨을 곳을 찾게 됩니다. 그때 쯤이면 고향에 대한 생각은 완전히 잊히고, 왕이든 영주든 신들이든 오늘 하루를 더 살게 해 줄 상한 고기 한 덩이, 몇 시간이나마 공포를 달래 줄 싸구려 포도주 한 부대 앞에는 어떻게 되든 상관없는 것입니다. 탈주병들은 굶주림 속에서 힘겹게 하루하루를 버텨 나갑니다. 그들은 이제 사람이라기보다는 짐승에 가까운 삶을 살게 됩니다. 레이디 브리엔느의 말씀이 틀린 것은 아닙니다. 이런 시절에 여행자들은 탈주병들을 경계하고 두려워해야만 합니다. 하지만 동시에 그들은 동정받아 마땅한 자들이기도 합니다."

메리발드가 얘기를 마쳤을 때 그들 일행 사이에는 깊은 침묵이 깃들였다. 브리엔느는 바람에 갯버들 덤불이 바스락거리는 소리와 더 먼 곳에서 들려오는 아비새의 희미한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

소설 속의 브리엔느는 우락부락한 여장부라기보다 유능하지만 여리고 순결한 소녀 같은 느낌을 준다. 아마 소설을 읽을 때는 그녀의 외모를 보지 못하고, 그녀의 내면을 읽기 때문일 것이다. 

브리엔느의 일행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