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줄거리 요약보다 드라마를 보신 분들께 지난 줄거리와 원작 소설을 기준으로 좀 더 상세한 맥락을 알려드리는 데 목적을 두고 있습니다. 물론 스포일러입니다. 

먼저 하나 반성하는 점은, 앞으로 방영되지 않은 부분에 대한 스포일러는 쓰지 말아야겠다는 것이다. 오베린과 그레거 간의 결투 결과를 모르는 상태에서 본 사람들의 느낌이 결과를 알고 본 사람의 느낌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아무래도 드라마를 즐기고자 한다면, 다음 줄거리에 대한 호기심을 참을 필요가 있는 것 같다. 

1.

캐슬블랙이 위험하다지만, 야인들이 장벽 남쪽에 내려와 있는 상태에서 길리를 몰스타운에 보낸다는 건 멍청한 일일 수밖에 없다. 원작 소설에서 길리는 샘웰과 계속 함께 지낸다. 

원작 소설에서는 몰스타운 주민들이 야인들로부터 빠져 나온 존 스노우의 경고를 받고 피난을 간 것으로 나온다. 

드라마에서는 나이트워치 대원의 수가 102명으로 묘사되는데, 원작에서는 그보다는 많다. 맨스 레이더에 의해 통합이 되기 전까지 야인들은 분열되어 있어서 큰 위협이 되지 못했고, 세븐킹덤의 왕들은 장벽 너머로부터의 위협에 대한 관심이 점점 멀어졌다. 존 스노우가 합류할 당시에도 이미 세력이 많이 축소된 상태였는데, 제오르 모몬트와 함께 원정을 나간 300명의 대원이 거의 다 귀환하지 못하면서 더 수가 줄었다. 그렇긴 해도 수백 명 정도의 인원은 남아 있는 상태이다. 

몰스타운은 캐슬블랙에서 가장 가까이에 있는 마을이니, 야인들과 나이트워치의 대결이 임박했다고 할 수 있다. 

2. 

산사의 증언을 보면, 그럴 듯하게 거짓말을 하는 법을 알 수 있다. 90%의 사실에 10%의 거짓을 섞는 방법이다. 

산사가 하는 말들은, 대부분 사실이다. 라이사가 리틀핑거에 집착한 것, 산사를 질투한 것, 리틀핑거가 산사에게 키스한 것을 라이사가 목격한 것 등. 하지만 산사는 사실을 반죽하여 든든하게 빚어 놓은 빵에 작은 거짓을 양념처럼 섞어 전체의 의미를 바꾼다. 키스를 하긴 했지만 볼에다 했다는 것, 그리고 라이사는 리틀핑거가 떠민 것이 아니라 스스로 떨어졌다는 것. 이렇게 거짓의 비중이 적고 사실의 비중이 컸기 때문에 산사는 자신이 하는 말이 그럴 듯하고 실감나게 들리게 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거짓말을 하는 자신의 심리적 부담도 최소화하고 자연스러운 눈물 연기까지 보일 수가 있었다. 

일상에서도 이런 수법은 자주 쓰이지만 평범한 사람들이 대단한 거짓말을 할 기회는 많지 않다. 하지만 정치적인 논쟁을 보면 객관적인 사실과 논리에 근거하는 척 하면서 사소해 보이는 논리적 비약과 부정확한 사실들을 섞어 전체적으로 말이 안되는 이야기를 그럴 듯하게 주장하는 사례를 많이 볼 수 있다. 

산사의 거짓말이 통했던 또한가지 이유는, 판관 역할을 하는 귀족들이 거짓말을 들어줄 준비가 되어 있었다는 것이다. 그들에게 라이사의 죽음은 크게 비통한 일이 아니다. 그들의 주요 관심사는 이어리에 정통성을 가진 권력자가 없어진 상황(어린 로빈을 제외하고)이 자신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하는 것이다. 유력한 가문들 중의 하나가 로빈의 섭정이 되는 것보다 이어리에 기반이 없는 외지인 리틀핑거가 그 역할을 맡는 것이 그들에게는 더 바람직할 수 있다. 

하지만 원작과 드라마는 몇 가지가 다르다. 산사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긴 하지만, 아직까지 리틀핑거가 주도하는 일에 도움을 주는 정도이다. 그리고 산사의 정체도 아직 드러나지 않은 상태이다. 산사 스타크는 조프리를 독살한 혐의를 받고 있는 반역자의 딸일 뿐 아니라, 브랜과 릭콘이 죽은 것으로 알려진 상황에서 윈터펠의 상속자이다. 그런 상황에서 귀족들에게 산사의 정체를 밝히는 것은 너무 위험한 일일 것이다.   

3. 

조라 모몬트의 이야기는 다른 글에서 자세하게 쓴 바 있다. (링크 : 조라 모르몬트의 역사이 글을 쓸 때만 해도 조라의 추방이 이렇게 늦어질 줄 몰랐다. 

드라마의 조라는 찌질남 컨셉이 아니라 꽤 든든하고 현명한 조언자였다. 

드라마에서는 잘 드러나지 않지만, 조라는 대너리스의 가장 오래된 조력자로서, 바리스탄이나 다리오 나하리스처럼 새로 합류한 사람들에 대해 계속 경계감을 표현하고 갈등을 빚는다. 또한 조라는 신하로서 대너리스에게 충성하기보다 여자로서 대하고 그녀를 불편하게 만들었으니, 추방 이전부터 스스로 설 자리를 좁히고 있었다고 할 것이다. 

원작에서 조라의 일이 드러나는 것은 머린을 공략하기 직전으로 바리스탄의 정체가 드러나는 것과 동시이다. 바리스탄은 근위기사(킹스가드)들의 수장으로서 왕의 소의회에 참여하고 있었고 조라가 로버트 왕의 지시를 받고 있었던 것을 처음부터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자신의 정체를 밝히는 것과 동시에 조라의 정체도 대너리스에게 알린다. 

분노한 대너리스는 두 사람이 머린의 하수구를 통해 도시에 들어가는 특공대의 선두에 서도록 명한다. 실패의 위험이 컸던 작전이 성공하고 두 사람이 귀환하자 대너리스는 그들에게 기회를 준다. 바리스탄은 대너리스의 용서를 받지만, 조라는 용서를 구하는 대신 변명을 하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다가 추방을 당한다. 조라는 군주의 관용을 구하는 신하의 자세를 취하지 못하고, 자신의 사랑을 받아들이지 않는 여자를 대하는 태도로 대너리스를 대한 것이다. 통치자가 된 대너리스는 그런 태도를 취하는 신하를 곁에 둘 수 없었다. 

조라는 대너리스를 순수하게 사랑했고, 자기의 이익보다 대너리스의 이익을 더 중요하게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어떤 자격이 주어지는 것은 아니다. 그리고 순수한 사랑과 어두운 욕정이 명확하게 구분이 되는 것도 아니다. 

조라가 대너리스를 사랑한 방식은 그의 첫번째 부인을 사랑했던 방식과 닮았다. 첫번째 부인의 사랑이 떠나가는 것을 막기 위해 노예 무역에 손을 댔다가 추방당한 것처럼, 조라는 남자가 아니라 신하로 자신을 대할 뿐인 대너리스에게 집착하다가 두 번째로 추방을 당한다. 조라는 자신의 사랑이 순수하기 때문에 상대방이 그것을 존중해 주어야 한다고 생각한 것 같지만, 그것은 스스로가 사랑에 빠졌다고 생각하는 남자들의 흔한 착각이다. 대너리스가 그의 사랑을 거부한 것은 그녀가 배은망덕 해서가 아니라 그녀가 주체적이고 자신의 감정을 솔직하게 바라 보고 현실적인 판단을 내리는 여성이기 때문이다. 조라는 자신에게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 대신, 더 겸손해야 했을 것이다. 

"감정은 알겠는데, 그러면 안되는 거야."

하지만 조라의 이야기는 물론 아직 끝나지 않았다. 조라는 새로운 동행을 만나는데, 아마 현재로서는 상상하기 힘든 동반자일 것이다. 

4. 

모아트 카일린은 윈터펠이 통치하던 북부와 왕국의 나머지 지역을 구분하는 경계에 위치한 요새이다. 이 요새는 남과 북이 연결되는 좁은 통로 같은 지형(넥, Neck)의 한 가운데 위치해 있고 주변이 늪으로 둘러 싸여 있어, 남쪽에서 북쪽으로 진출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통과해야 한다. 하지만 이 요새는 남쪽으로부터 공략하기가 거의 불가능할 정도라서, 북부의 강력한 방어지 역할을 해 왔었다. 

강철군도 사람들은 남쪽이 아니라 북쪽을 통해 공격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비교적 쉽게 성을 탈취할 수 있었다. 롭 스타크는 이 성을 공략할 작전을 나름대로 세워 두었지만 (성공 가능성을 의심하면서) 시도해 보기도 전에 피의 결혼식을 맞아야 했다. 

모아트 카일린을 둘러싸고 있는 것은 늪지이다. 외부 사람들은 지나갈 수 없으며, 이 지역에 사는 주민들만이 자기들만 아는 길들로 지나 다닌다. 

이곳의 주민들은 가난하지만 침범하기 어려운 땅에서 다른 지방 사람들과 별다른 왕래 없이 지내고 있다. 늪지에서 개구리를 잡아 먹고 산다고 해서 frogeater 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곳을 통치하는 것은 리드 가문으로, 현 영주인 하우랜드 리드는 로버트 왕의 전쟁 때 에다드와 함께 싸운 오랜 전우이자 친구였고, 브랜과 동행하는 미라와 조렌은 하우랜드 리드의 자녀들이다. 

테온 그레이조이가 방문했을 때 모아트 카일린을 지키는 대장은 늪지의 주민들이 쏜 독화살에 부상을 입고 비참한 상태에 놓여 있었다. 대장을 감히 손대지 못하고 있었던 부하들을 대신해서 테온이 그의 고통을 끝내 준다. 테온의 멘탈이 많이 붕괴되어 있긴 하지만, 드라마에서처럼 심한 정도는 아니다. 

모아트 카일린을 강철군도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는 동안에는 남쪽에 있던 루제 볼튼이 당연히 북쪽으로 올라 올 수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원작 소설에서 볼튼이 램지 스노우와 테온을 만나는 것은 모아트 카일린 이후의 일이다. 

램지가 모아트 카일린의 항복한 수비대원들의 피부를 벗겨 못박은 일은 북부의 통치자 지위를 얻은 볼튼의 사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볼튼은 합리적인 악인으로서 램지의 사이코 기질을 좋아하지 않지만, 다른 대안이 없다. 

모아트 카일린의 전략적 중요성을 생각하면, 그레이조이 가문이 소수의 수비대만 남겨 둔 것은 이상할 수도 있다. 지금 강철군도 사람들이 다른 일들에 정신이 팔려 있기 때문인데, 드라마에서는 그 사정을 천천히 풀어갈 모양이다. 

5.

얼마나 벌겠다고 이 고생이냐 하고 말할 때의 산도르는 귀엽다. 

하지만, 산도르가 자신과 아리아 스타크의 존재를 그렇게 거리낌없이 밝혔는데도, 문을 지키는 병사들이 심심한 위로의 말씀이나 전하고 있는 것은 어색하다. 

왕의 이름으로 현상금이 걸린 수배범은 그렇다고 치더라도, 세븐 킹덤의 정치적 정세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는 스타크 가문의 실종된 딸이 모처럼 모습을 드러냈는데 너무들 심드렁하다. 

6.

티리온이 제이미와 나누는 사촌 올슨과 딱정벌레에 대한 이야기는 원작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소설의 주제와 통하는, 좋은 각색인 것 같다. 

아마도, 올슨은 신이고, 딱정벌레는 인간들일 것이다. 바보 올슨이 딱정벌레를 죽이는 이유가 무엇일까 하는 질문은, 신은 왜 인간들의 운명을 그런 방식으로 결정하는가 하는 질문과 같은 뜻일 것이다. 왜 그렇게 많은 사람들이 죽어야 했던 것일까? 

오베린은 정의를 추구했지만, 오베린의 뛰어난 실력도, 매력도, 정의감도 잔인한 죽음으로부터 자신을 구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포악했던 그레거 클리게인(마운틴)이 무사했던 것도 아니다. 그는 부상과 오베린의 창에 묻은 독 때문에 끔찍한 고통을 겪어야 하는 운명이다. 권선징악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어느 정도 위안이 될 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레거가 그렇게 포악하게 된 것은 온전히 그의 책임일까? 타고난 성격, 어릴 때의 성장 환경, 원인이 무엇이든, 그레거는 사람이라기보다는 한 마리의 흉폭한 짐승처럼 보인다. 그런 그가 겪는 고통이 클수록 세상은 좀 더 정의로와지는 것일까? 

이것은 오래된 종교적 질문이다. 신이 완전하고 선하다면, 왜 세상에는 악이 존재하고 사람들은 고통받는가? 

여행도 많이 했고, 딸도 여덟명이나 낳았고, 여한은 없지, 뭐.
하지만 끝이 좀 우아하지 못했어. 그레거의 포옹을 받으며 죽다니, 참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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