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기독교를 왜 믿어야 하는가에 대한 주장 중에 이런 것이 있단다.
만약 기독교의 교리가 맞다면 불신의 댓가는 영원한 지옥이다.
맞지 않다고 해도 손해보는 일은 없다.
각각의 가능성은 반반인데, 평균 내면 결국 믿는 것이 맞다는 것.

2.
나는 이 논리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럴 듯하게 응용할 곳은 많은 것 같다.

3.
국정원이 불법을 저질렀을 가능성과 그렇지 않을 가능성은 반반이다.
그런데 불법을 저질렀다면 국가권력의 엄청난 부정이고, 그 피해는 사회 전체가 받는 것이다. 반면 저지르지 않았는데 수사를 제대로 한다고 해서 누구의 권리가 얼마나 침해당하는 것일까?

4.
다수를 위한다는 목적으로 한 사람이라도 인권을 부당하게 침해하는 일은 경계해야 한다.
그런데 새누리당은 주로 다수의 공익이라는 명목으로 소수의 인권이 짓밟히는 데 관대했던 세력이다. 
그러던 이들이 이 사안에서는 인권을 위한 투사가 되었다.
국정원은 뒤로 숨고 20대 어린 여성이라는 점만 부각한다.
하지만, 그들이 극진히 아끼는 그 국정원 직원의 인권의 반대편에는 강력한 국가 권력에 침해받았을 가능성이 있는 기본적 시민권이 있다.
이틀 정도 감금(잠금?)되고 사생활이 드러나는 것이 작은 불편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시민들의 공론의 장이 인위적으로 왜곡되는 것은 훨씬 더 큰 권리의 침해이다.
그것은 시민들이 스스로의 운명을 결정한다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훼손하는 것이다.
그 훼손에 의해 영향받는 것은 강자와 약자들을 포함해서 우리 사회의 모든 사람들이다.

5.
민주당의 정치적 목적에서 시작된 일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민주당이 없는 얘기를 날조한 것은 아니다.
자신들이 보기에 신빙성 있는 제보가 있었고, 여러 정황들이 있었다.
과거의 국정원과 이명박 정부의 행태,
국정원 직원이 매일 짧은 시간만 근무하고 집에 돌아와 하루 종일 근무를 한 것,
경찰이나 선관위의 요구에 응하지 않고 집에서 버틴 것.
그리고 중간결과 발표에서도 의심스러운 점들이 있다.
아이디가 40개라는 것, 하루 평균 4000개의 인터넷 페이지를 조회했다는 것 등이다.
구체적으로 인터넷에서 그렇게 많은 페이지들을 들여다 보며 어떤 활동을 했는지는 영장을 받아 바로 조사할 수 있는 일인데 증거가 없다며 하지 않는다.
혐의가 사실인데 수사를 안하는 경우와 혐의가 거짓인데 수사를 하는 경우,
두 경우를 비교한다면, 경찰의 행태가 이해 가능한 것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지 않을까?

반응형

'정치와 공적 소통' 카테고리의 다른 글

투표를 왜 하는가?  (0) 2012.12.19
TV 3차 대선토론 요약 및 의견 정리  (0) 2012.12.18
FTA-경제의 글로벌화에 대하여  (0) 2012.12.05
안철수에 대한 단상  (0) 2012.12.04
주장의 확실성에 대하여  (0) 2012.04.25

+ Recent posts